2023년 4월 9일
며칠 강행군을 한 만큼 하루쯤 쉴까 하다가 집(데친 숙소)에 있으면 뭐하겠노 싶어 프라하로 갔다.
08시 기차를 타기엔 빠듯해10시2분차를 타고 한 시간 오십 분 걸려 프라하중앙역에 도착했다. 난관은 그때부터 시작됐는데, 17번 버스를 타기 위해 쏟은 노력과 좌절은 눈물 없이는 듣기 어렵다.
어찌저찌 카를 다리를 가긴 갔다. 한 구역 전에 내려 블타바(엘베) 강을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카를교에 올라서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이건 내가 아는 카를교가 아니었다.
카를교는 웅장했고 아름답고 멋졌으나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변한겨. 다리가 변한겨?
물어보니 내 눈높이가 높아진 거란다.
과연 그런가! 모르겠다.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익혀야 할 뭔가를 빠트린 듯한 이 느낌적 느낌은 또 뭔지(그런데 뭔 사진을 또 이렇게 많이 찍은 건지.)
사진을 추려서 좀 괜찮은 것만 남기는 편인데, 오늘 프라하를 찍은 것 중에는 삭제하고픈 게 하나도 없었다. 동화속 임금님의 자랑거리인 듯한 천문시계와 여행자들이 맥주와 먹거리를 놓고 앉아있는 노천술집, 줄을 서서 사먹는 카페와 한 블럭만 벗어나면 정갈하게 비어있는 카페와 술집들, 이것이 가게냐 갤러리냐 헷갈리게 만드는 골목골목의 숱한 가게들....
역시 프라하는 프라하!
-이곳 체코로 올 때 유로를 환전해 와야 하는데 달러로 환전해오는 바람에 지난 열흘 돈고생을 했다. 유로 빌려서 원화로 갚고, 카드(비자를 갖고 온다는 게 BC를 갖고와서) 결제 부탁하고 카카오페이로 원화를 부치고...
프라하 나온 김에 골목을 돌고돌아 환전소를 찾아내 달러를 코루나로 바꿨다. 이제 코루나 한번 실컷 써보자 했는데 새로 산 운동화 탓인지 발가락이 너무 아파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내 꼴도 꼴이지만 다른 두 명도 부다페스트의 피로가 덜 풀렸는지 이상하게 팔이 아프다, 왠지 피곤하다 소리를 하여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기차를 놓쳤다.
두 시간을 버거킹에서 보내고 열차를 탔다. 내릴 데를 지나칠까 봐 어둠속에 나타나는 역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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