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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5. 2023

부다왕궁, 마차시성당, 어부의 요새를 둘러보다

2023년 4월 6일

일찌감치 게스트하우스를 나서 부다왕궁, 마차시성당, 어부의 요새를 둘러보았다.

셋 중 주역은 부다왕궁 같고 나머지 둘은 느낌상 왕궁에 딸린 모양새다.

헝가리왕권이 오스만제국의 침략과압박, 19세기 후반의 대화재 등으로 여러 차례 부서지고 불탄 뒤 증축, 재건되면서 지금의 모습은 1950년에 완성됐다고 한다. 그런데 1956년 헝가리혁명 때 소련군에 의해 왕궁은 또다시 손상되었고 지금의 왕궁은 1980년대에 재건축된 거라 한다.

왕궁과 성당, 어부의 요새 세 군데를 두루 둘러보려 했는데 왕궁 안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미술관도 있고 박물관도 있고 명화기념품도 다양해서 볼거리 쇼핑하는 재미를 다 누릴 수 있었다

왕궁 뮤지엄에서 놀 만큼 놀고 기념품도 사고 나와서 10분쯤 걸어가니 높직한 테라스가 보였다.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갔는데 와ㅡ 도나우강이 흐르는 부다페스트의 장관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어젯밤에 본 야경보다 나는 언덕에 지어진 왕궁에서 내려다보는 낮의 전망이 더 나았다. 전망만 좋은 게 아니라 부다페스트라는 도시의 장구한 역사와 저력과 광활한 아름다움을 웅변하는 느낌도 들었다. 

벌린 입 다물지 못한 채 구불구불 감긴 계단을 내려와 아픈 다리 질질 끌며 10분 정도 가니 마차시성당이 보였다. 관광객이 꽤 많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는 예쁜 성채가 서 있는데 거기가 어부의 요새였다. 어부의요새는 마차시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성곽이라고 하는데 성곽 자체가 예술이었다 

문이 굳게 닫힌 마차시성당을 올려다보다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마리아의 기적이 나타났던 영험한 역사를 떠올리며 소원을 빌었다. 표 사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문이 닫긴 것을 보면 오픈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바깥에서 꽁으로 비는 거 마리아가 안 좋아하실라나, 싶어 살짝 찜찜했지만 간곡히 빌었다. 

소원도 빌고 구경도 실컷 했다 싶자 갑자기 피곤이 확 밀려왔다. 그때까지 버티느라 묵지근해진 허리를 툭툭 두드려 칭찬하고 부다언덕을 내려왔다. 

언덕 아래 마을은 예뻤고, 식당은 작고 근사했는데 가격은 깜놀할 정도로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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