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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방랑: 봄맞이 전주동물원 산책

같은 공간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지요.

by 도보방랑가 김근희 Mar 15. 2025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는 시점에, SNS의 피드에는 매화 사진과 벚꽃 사진, 야생화 사진들이 분단위로 계속 올라오며 찾아온 봄이 잔뜩 전시되고 있어요. 한참을 봄의 기록들을 훑어보다가 문득 동물들은 봄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동물원으로 향했지요.


집에서 버스로는 5분, 여유롭게 걸으면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전주동물원은 1년 방문객의 80%가 벚꽃시즌에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명소로도 알려져 있어요. 최근에는 누군가가 키우던 마플폭스라는 종의 여우를 버려서 전주동물원에서 구조해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줬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겸사겸사 새 식구와 인사도 나눌 겸 찾아가 보기로 한 것이지요.


이번 방랑에는 기존과 다른 점이 있지요. 매번 여행을 함께한 31미리, 50미리, 77미리의 단렌즈 외에도 추가로 105미리의 매크로 렌즈를 챙겨갔거든요. 가는 길에 야생화가 피어있으면 살포시 담아다 보여드리려고 말이죠. 매크로 렌즈는 보통 접사 렌즈라고 불리는데 피사체와의 최소 초점거리가 짧고(최단초첨거리) 해상력이 뛰어나서 꽃이나 곤충 등 작은 피사체를 찍기에 좋은 렌즈거든요. 물론, 인물사진에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데 펜탁스의 77 리밋렌즈를 구입한 뒤로는 인물사진 목적으로는 좀 소홀해졌던 렌즈이지요. 그래도 이번에는 야생화를 찍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오랜만에 꺼내서 함께하기로 했어요. 그렇지만 언제나처럼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요.


2센티 되는 작은 이끼도 이렇게 크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접사렌즈의 매력


길을 걷다가 나무에 곁들여 살고 있는 이끼를 잠시 담아보고 이리저리 찍어보았는데 너무 오랜만의 접사 촬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더라고요. 이리저리 한참을 고심하다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어요. 사진이란 역시 꾸준히 찍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지요. 걷다 보면 이쁘게 피어난 야생화가 있겠지(하지만 없었)라고 생각을 하면서 다시 동물원으로 걷기 시작했지요.


관람료 3천원을 내고 동물원을 탐방하기 시작했지요. 따로 할인이나 프로모션이 없어도 3천원이란 금액은 부담 없이 방문하기에 참 좋은 합리적인 요금이라 가끔씩 들려서 둘러보다 가는데, 저는 매번 동물원을 들려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외롭고 쓸쓸한 느낌들의 사진들만 찍어오더라고요. 아무래도 동물원에 대한 제 생각들이 반영된 결과겠지요. 그래도 이번에는 기존과 다른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바로 봄을 맞이하는 '봄날의 동물원'이란 주제 말이에요.




일단 사진의 주제와 목표가 정해지자, 눈이 바빠지기 시작했어요. 어떤 것을 찍어야 할까, 어떤 장면이 좋을까. 이런 구도에서 찍으면 이 배경은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면서 열심히 파인더를 들여다보았지요.


매번 동물원의 동물들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자유를 잃고 무력감에 쓰러져있는 고독한 존재들로만 인식이 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시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따사로운 햇살 아래 휴식을 취하면서 방문객들을 관찰하는 여유로운 존재들이랄까요. 저마다 각기 방식으로 봄날을 만끽하고 있었던 거예요.



사진의 주제와 목표에 따른 생각의 변화는 사진을 담는 구도와 후보정에도 영향을 주었지요. 동물들을 옥죄며 답답하게 만들었던 창살을 최대한 멀리하고 대상의 주변에 여유를 줘서 평온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색온도를 좀 더 부드럽고 채도와 밝기를 더 밝게 하는 등, 이렇게 사진이란 것은 작가의 해석이 들어가면서 그 주제를 반영하게 되는 것이지요.


예전에 동물원을 방문했을 때 찍었던 사진과 비교하면 확실히 알 수 있었답니다. 좋은 비교를 위해 지난 사진들도 한번 가져와봤어요.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기사에서 봤던 '마블폭스' 여령이가 생각이 나서 좀 둘러봤었는데 아직 적응기간인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 버려져서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고 밝은 햇살로 나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정오의 햇살의 따사로움이 여러 동물들을 비추이며 동물원은 생각보다 평화로운 풍경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돌아다니는 부모님들의 모습과 점심을 먹이는 사육사의 모습, 조용히 혼자서 돌아가는 대관람차의 모습까지 겨울의 옷을 벗고 봄의 햇살을 맞이하는 시기에 동물원의 일상은 한적하고 고요하며 잔잔하였지요.




그러한 풍경의 사이사이를 기웃거리며 삶을 엿보며 기록하는 도보방랑의 여정, 같은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표현의 방법과 방식,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사진의 매력이 아닐까요.  렌즈라는 구멍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이는 듯 하지만 사실 각자가 바라보는 기준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런데 그것은 비단 사진이란 활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수많은 메시지들과 이미지,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거든요. 매 순간 다가오는 세상의 이야기들이 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의도와 기준에 의해서 가공되어 전달되는 오늘날. 우리는 주어진 정보에 대해서 나만의 기준과 생각을 통해 다시 한번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마치 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죠. 외롭고 쓸쓸했던 동물원의 풍경이, 봄날을 맞이해 따사로운 햇빛아래 소박하게 빛나는 풍경으로도 볼 수 있듯이 말이에요.


결국 이 세상을 보고 걸어가야 하는 사람은 그들이 아닌 자기 자신이니깐요.  여러모로 혼란스럽고 안 좋은 소식들이 연일 터져 나오는 이 시기에도 자신만의 '봄날의 동물원'의 사진과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다면 좋겠어요.


봄날의 따사로운 행복을 누구보다 더 완벽하게 즐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올려드리며 오늘의 도보방랑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번 한주도 행복하셨나요? 찾아오는 주말 행복이 가득차기를 기원할께요.







* 미처 글에 넣지 못한 사진들 서비스





* 그리고 다시 찾아온 로또봇의 행운번호 추첨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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