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 바뀌면 이야기도 달라지지요! 사진도, 삶도 결국은 마찬가지더군요
3차원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사진이란 평면 위에 입체적인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3차원에 사는 우리가 평면 위에서 입체감과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을 보면서 가끔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 느낌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심도'라고 할 수 있답니다.
오늘은 이 사진의 공간감을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인 심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심도라는 건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초점 맞춘 곳은 뚜렷하고, 나머지는 흐리게 보이는 것과 비슷하지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볼 때, 눈앞의 컵은 선명하지만 멀리 걸어가는 사람들은 희미하게 보이는 경험을 해본 적 있지요? 사진에서 심도를 잘 활용하면 마치 그 순간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답니다.
심도는 보는 이의 시선을 사진가가 원하는 대로 이끄는 강력한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심도가 얕으면 사진의 주제, 즉 주인공과 조연의 경계가 명확해지고,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피사체로 집중시키게 되거든요. 반대로 심도를 깊게 만들면, 사진 속 모든 요소가 뚜렷하게 보여서 사진 속 공간 전체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느낌을 만들 수 있지요. 이런 심도의 조절을 통해서 작가는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를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심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방법들을 이야기해 볼게요.
첫 번째 방법은 조리개를 조절하는 거예요. 조리개를 활짝 열면(f값이 낮으면) 배경이 부드럽게 흐려지고 주제가 또렷하게 강조가 되거든요. 반대로 조리개를 조이면(f값이 높아지면) 사진 전체가 또렷해진답니다.
갑자기 조리개며 F값이며 이런 수치에 따라 심도가 조정된다는 말이 이해하기가 좀 어려울 수 있어요. 도보방랑자의 브런치북 연재 취지는 사진을 좀 더 친근하고 접근방식을 다르게 해서 사진에 대해 지속가능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하는데 이런 표현들이 나와서 좀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작동방식과 용어들에 대해 알지 못하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래도 최대한 천천히, 쉽게 설명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이 정도는 알고 가보자고요!
좀 더 쉽게 설명해 볼게요, 조금 더 쉽게 이해하려면 '빛'을 생각하면 좋아요. 빛은 작은 입자들이 모인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작은 입자들이 한 점에서 정확하게 모이면 초점이 맞고 선명하게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흐려져 보이거든요. 이 흐릿한 점을 착란원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눈으로 볼 때, 어느 정도까지는 흐릿해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경계가 있는데, 그 경계를 임계초점원이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실제 초점이 맞은 곳 앞뒤로 약 1:2의 비율로 심도가 생기는 거예요. 마치 연필로 점을 찍을 때 너무 크게 찍으면 흐릿하게 보이고, 아주 작게 찍으면 뚜렷하게 보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보통 눈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사람의 눈이 얼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초점이 맞은 부분 앞뒤로 심도의 비율이 약 1:2로 형성되는 '임계초점원' 때문에 눈에 초점을 맞추면 얼굴 전체가 자연스럽고 생기 있게 표현되거든요. 눈으로부터 코까지, 그리고 눈으로부터 귀까지의 비율이 얼추 임계초점원의 비율과 같거든요. 참 신기하지요. 특히 조리개를 조일수록 초점이 맞은 부분 앞뒤로 약 1:2 비율로 선명하게 보이는 임계초점원의 영역이 더 넓어지게 된답니다.
두 번째 방법은 피사체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거예요. 같은 조리개 값이라도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심도가 얕아지고, 멀어질수록 심도가 깊어지지요. 꽃을 찍을 때 가까이 가서 꽃잎 하나에 초점을 맞추면 주변의 꽃들은 몽환적으로 흐려지고, 멀리서 찍으면 꽃들의 조화로운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세 번째 방법은 사용하는 렌즈를 잘 선택하는 거예요. 망원 렌즈는 초점 거리가 길어서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멀리 있는 피사체를 더 크게 확대해 보여주지요. 이때 배경과 피사체 사이의 실제 거리 차이가 줄어들어 보이는 압축 효과가 나타나거든요. 쉽게 말해, 실제로는 피사체와 배경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망원렌즈를 통해 보면 서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예를 들어, 달과 나무를 망원렌즈로 찍으면 달이 나무 바로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남산타워를 대상으로 해서 달을 찍는 사진들이 많이 있는데 이게 바로 이 압축효과를 이용한 것이지요. 반대로 광각 렌즈는 초점 거리가 짧아서 넓은 시야를 담아내고, 가까운 피사체는 크게, 멀리 있는 피사체는 작게 표현되며, 공간의 깊이를 극적으로 강조하게 돼요. 이런 특징 때문에 광각 렌즈로 찍으면 마치 공간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듯한 입체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렇기에 심도 표현에 있어 렌즈라는 것은 결국 사진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달라지게 되기도 하지요.
이런 심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카메라의 A모드(조리개 우선 모드)랍니다. 사진가들이 A모드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조리개 값만 직접 정하면 나머지 어려운 노출 계산은 카메라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사진가는 촬영 현장에서 기술적인 고민보다 사진에 담고 싶은 감정과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요. 음, 적어도 저는 그렇다는 이야기이지요!
SNS 피드에 잔뜩 전시되는 봄소식에 스리슬쩍 한발 걸치기 위해 주말에 카메라를 들고 나섰거든요. 그때 눈앞에 홍매화가 피어있어서 사진을 찍었어요. 이 사진을 찍으면서 문득, 이번에는 심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였고 그래서 같은 나무를 보면서도 조리개 값을 바꾸면서 다양하게 찍었거든요. 그랬더니 사진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더라고요. 심도가 얕은 사진에서는 단 한 송이 꽃만 주인공처럼 선명히 빛나고, 다른 사진에서는 수많은 꽃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공간 전체가 생기 있게 느껴졌어요. 같은 풍경인데도 심도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지요.
이 사진을 촬영하면서 심도의 깊이를 어느 정도로 만들어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두 번째 사진이 마음에 드는데, 여러분은 어떤 사진의 심도 표현이 마음에 드시나요? 결국에는 자기 마음에 들고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데 가장 적합한 심도의 사진을 찾는 게 중요하답니다.
결국 심도를 조절하는 건 단순히 카메라의 기술적인 영역을 넘어서,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고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을 통해 나만의 감각과 시선을 찾아가다 보면,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예요.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삶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일들도 결국 사진의 심도처럼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 아닐까요? 사진에서 초점을 고르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한 번에 모든 걸 다 또렷하게 하려 하기보다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흐릿하게 두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심도를 조절하듯,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조절할 수 있다면 한결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모든 삶에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에요!
한주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삶에도 적절한 '심도'를 찾기를 기원하며 오늘의 도보방랑기록은 여기서 마칩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