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주무시던 어머니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맛. 정, 정말이라고요
평소에 여행을 미리 정하기보다는 그날그날 떠오르는 데로 떠나는 성향인 저로써는 오늘의 도보방랑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일정이었지요. 간만에 보기로 한 친구와 어딜 갈까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저번에 못 갔던 '솜리치킨'을 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자연스럽게 목적지가 정해지게 되었지요.
이 친구는 지난번에 망해사를 갈 때 파티로 모집했던 친구였는데, 날씨요정의 횡포로 망해사와 심포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바람에 쫓기어서 탈출하다시피 나왔었거든요. 그때 다음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참에 익산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다 '솜리치킨'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었는데, 제 대학시절부터 추억이 많이 담긴 곳이라 강력 추천을 했었죠. 그런데 이미 영업이 마감된 시간이라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었는데 오늘 말 나온 김에 떠나기로 했어요.
중학교 때 같은 반으로 만난 인연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이어지고 나이를 먹어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나 추억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에요. 이 친구는 조만간 전주역 앞에 광장에서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래도 전에 사업을 했었던 경험이 있어서 이런저런 조언과 자문(너 잘되면 내가 빨대를 꽂을 거다) 아닌 자문을 하면서 가다 보니 금방 도착했지 뭐예요.
잠시 예전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익산 남부시장 근처에 위치한 솜리치킨은 제가 대학생일 때 처음 알게 되었던 곳이에요. 처음에는 대학교 MT에서(돌이켜보니 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죠), 갓 나와도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오래동안 바삭하고 맛있는 솜리치킨 특유의 매력은 돈 없고 가난했던 대학생들의 가성비 최고의 음식이었거든요. 솜리치킨을 차에 싣고 가다 보면 솜리치킨 특유의 카레향과 고소 달달한 냄새에 취해서 참지 못하고 하나씩 빼먹으면서 갔고, 도착해서 모두 굶주린 좀비처럼 치킨에 달려들어 뜯고 씹고 마시던 그런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거든요. 하이트 공장으로 맥주 견학을 갔을 때도 솜리치킨은 함께였었고 대학 축제 때에도 마찬가지였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선 한동안 익산 근처에 갈 수 없어서 사진기를 들고 여행을 떠났을 때만 들려서 2마리씩 튀겨서 품에 안고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로 오던 추억들. 그때 저로 인해 맛있는 냄새에 고문 아닌 고문을 당했을 승객분들에게 사죄의 말을 이렇게나마 적어봅니다. 사실 바로 코밑에서 맡고 있었던 제가 가장 고통스러웠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도 가족들 행사나 모임에 솜리치킨은 빠질 수 없는 존재였기에 터미널택배를 통해서 전주까지 받아보곤 했어요. 솜리치킨은 어쩌면 매 순간순간에 좋은 기억의 일부로 남아있기에 어쩌면 소울푸드 같은 존재였달까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주변사람들에게도 열심히 홍보를 하게 만드는 곳이었어요.
그 뒤로 시간이 흘러서 전주에도 솜리치킨의 지점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시켜서 먹어보기도 했지만 본점에서 먹었던 맛과는 조금은 달라서 아쉬움이 충족되지 않았거든요. 그렇기에 본점의 솜리치킨은 저에게 있어서 그리움의 상징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그래서 전 열열한 추종자가 되고 말았답니다. '솜리치킨? 본점껄 먹어봐야 해. 그럼 다른 치킨은 못 먹어!'
사람의 인연이라는 건 참 신기한 일인 거 같아요. 10년간의 사업을 멋지게 해치우고 나서, 이제 도보방랑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고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스레드라는 SNS를 같이 활용하기 시작했거든요. 남들이 보지 않아도 흔들리지 말고 일단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나 하나 글을 채워갈 무렵, 솜리치킨계정에서 제 스레드의 글을 보고 팔로우를 한 거예요.
갑작스럽게 나타난 알림에, 솜리치킨에 대한 좋은 추억들이 떠오르고 이런저런 감정들을 매만지면서 맞팔을 하고 나서 가끔 하트를 누르면서 저는 저대로 계속 글을 써 내려갔지요. 부모님의 가업을 잇기 위해 여기저기에 도움의 손길을 뻗고,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방면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거든요.
어느 날도 마찬가지로 피드의 글을 좋아요 누르다가 웹주문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데 이런저런 고민이 있어서 질문과 자문을 구하고자 남긴 글이 있어서 냉큼 달려가서 댓글을 달았지요. 그래도 10여 년간 개발을 하는 IT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짧은 통화였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들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또 궁금한 것도 물어보면서 즐거운 통화를 마쳤고 그 뒤로 조금씩 연락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건네며 응원을 하고 있었거든요. 날을 잡고 방문하겠다라고 약속을 했었는데 오늘이 그날이 된 거예요.
매장 안에 붙어있는 소개글은 참 인상 깊었어요, 50년간 하나의 일에 전념해 온 이들의 삶은 어떠한 삶일까요? 그 오랜 시간 동안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그 수많은 시간들. 그 안에서 만들어진 결과물. 그리고 그것을 대를 이어서 유지해 나가는 노력이란 어떤 것일지 저로써는 가늠조차 힘든 일이겠지요.
시대의 흐름이 지난 5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이 예측이 어려울 정도 더 빠르게 변화할 시대, 그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온전히 지켜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 그리고 그 가운데 지킬 것을 지키며 변화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무게감으로 다가올 것인지. 우리는 종종 오래 지속되어 온 것들의 중요함을 잊고 살잖아요.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을 진부하다며 가볍게 보기도 하고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힘들고 어려울 수 있겠지요. 본점과 다른 지점의 맛이 달라서 아쉬운 점이 많다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했을 때 담담히 그 연유를 설명해 주며 '이제 그건 우리 세대가 잡고 해결해야 할 일이지요.'라고 말했을 때에 느껴졌던 그 단단한 마음.
이러한 세태 속에서도 가업을 이어나가면서 과거를 계승하고 본질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앞으로 더 나아가려는 대표님의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랄까요. 이런 사람을 보면 열심히 응원하고 싶어 지는 게 저란 사람인가 봐요. 그래서 친구를 엮어서 익산으로 향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을 제 친구는 알지 못하지요. 그저 저에 대한 신뢰로, 오직 솜리치킨을 위한 목적으로 전주에서 익산으로 떠나는 여행. 그렇다면 그 기대에 대한 것은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요.
'치킨 2마리 주세요. 이거 하나 가져가서 집에서 부모님 하고 먹어.'
하나는 제가 가져가고, 하나는 친구에게 선물로 주는 치킨 한 마리. 하지만 갓 나온 치킨을 그냥 넘어갈 순 없죠. 남부시장의 입구 앞 공원 옆에 차를 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서로 따끈따끈한 치킨을 손에 잡고 한입 뜯었지요.
'야, 이렇게까지 먹어야하냐. 그럼 먹어야지'
맛있는 걸 먹을 때 가장 먼저 반응이 나타나는 게 어디인지 아시나요? 눈동자랍니다. 동공이 커지고 눈을 따라 광대가 올라가고 입꼬리가 따라 올라가며 미소가 그려지지요.
'정말 맛있어. 니 말이 맞아. 본점 먹으면 다른 치킨은 못 먹겠다 야.'
세상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가벼이 여기곤 해요. 그렇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쌓여야만 겉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 겉으로 보이기까지 얼마만큼 많은 노력들을 해왔는지는 알지 못하고 겉의 화려움을 부러워하고 시기하기도 하지요. 노력은 가벼이 여기면서 결과만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건 참 속상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노력까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점차 좋아지겠지요.
나이와 시대를 불문하고 뭔가를 용기 있게 도전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또박또박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다뤄보려고 해요.
이제는 자기 브랜딩의 시대. 그래서 조금씩이나마 그러한 모습들을 내보이는 분들이 저에게는 보이거든요. 그건 오랜 시간 사업을 하면서 익혀왔던 경험일 수도 있고 또는 사진을 오랜 시간 하면서 갖게 된 관찰력일 수도 있고 또는 그저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제 마음의 중심추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아는 방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넷이란 바람에 흘려보내려고 합니다.
꾸준히, 천천히, 하지만 또박또박. 걸어 나가야지요
도보방랑가의 글이 연재된 지도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어요. 그리고 오늘 이런 알림을 받았지요.
누군가는 이렇게 나의 걸음, 그들의 걸음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 테니깐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제 생각을 읽고, 제 세상을 바라보며 제가 좋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써 내려갈게요.
독자분들 덕분에 크리에이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의 도보 방랑기록을 마칩니다.
참, 세상을 바꾸는 3의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 알고 계신가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는데 '3명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를 만들어 낸다'는 뜻인데 세 사람이 모이면 집단이 형성되어 그 집단의 주장에 힘이 실림을 나타내는 현상을 말하기도 하거든요.
저와 제 친구가 맛있다고 긍정을 했죠. 이제 한 사람만 더 긍정하면 솜리치킨이 맛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겠지요. 그 증거를 하나 남기며 저는 사라집니다. 오늘도 행복한 일이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 글에는 넣지 못한 서비스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