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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 게임

시각장애인도 다양한 게임을 하고 싶어요

by 삐약이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하는 게 어떤 걸까? 그건 바로 게임이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잇다. 예전에 컴퓨터로 하던 게임을 요즘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고, 게임을 통해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역시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 요즘 사람들의 일상에서 게임은 빠질 수 없는 게 됐고, 수많은 게임이 나오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게임을 무척 좋아하고 사랑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종종 게임을 플레이한 적이 있다.

첫 시작은 격투 게임이었고, 두 번째는 '음양사'라는 게임이었다. 아이유가 나오는 게임이엇는데 성우들이 대사를 다 더빙으로 해줘서 편히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건 바로 시각장애인인 내가 어떻게 게임을 하느냐인 것이다.

나는 게임을 한다 해도 화면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위치에 대한 감각이 매우 예민한 편이다. 어디를 눌러야 게임 스토리로 가는지, 어디를 눌러야 게임에서 상점으로 이동하는지 같은 걸 늘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서 기억해두고 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스토리로 갈 때의 효과음과 상점으로 갈 때의 효과음이 다르다면 그것 역시 기억해뒀다 알아채는 식이었다. 그래서 음양사 역시 플레이를 하며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이 게임을 나 혼자 했다고 하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았다. 게임을 할 때 나는 엄마를 정말 많이 찾았다. 늘 화면을 봐 달라고 하고 게임 내에서 특정 위치를 알려 달라고 하고 그 위치를 눌렀는데 게임이 안 되면 엄마를 부르며 화면을 봐 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한숨을 푹푹 쉬시며 해주셨는데 무척 귀찮았으리나는 건 나도 짐작할 수 있다.

엄마가 게임을 잘 한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라 더 힘드셨을 거고, 답답하셧을 것이다. 그럼에도 눈이 불편한 딸이 하려고 하니 도와주려고 하는 엄마의 마음을 그 때의 난 알지 못했다. 그저 답답해하는 엄마에게 나도 답답하다며 짜증을 냈고, 결국 게임 하나로 인해 말싸움이 일어나는 일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게임을 멈출 수 없었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타격감과 짜릿함이 나를 족쇄처럼 옭아매 헤어나올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늘 게임을 켜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죽어라 파고 들던 때가 나에게도 존재 했다. 그러나 게임을 하며 차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늘 새로운 게임을 할 때마다 엄마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고,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게임 내에서 시스템이 바뀌어 예전에 있던 위치가 바뀌는 것 역시 어려움 중하나였다. 요즘은 게임을 할 때 이동을 한 후에야 스토리가 전개 되는 구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이동을 할 수 없다. 어디로 가야ㅎ 하는지도 모르고, 어디를 눌러야 할지도 모르기에 늘 게임을 깔고 30분 정도 하다보면 열이 받아 게임을 접어 버리는 일이 많이 있다.

그렇다고 시각장애인이 무조건 게임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서울 2033'이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플레이가 간단하고 한글로 돼 있는데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도록 음성으로 상황을 읽어주기 때문에 시각장애인 역시 맘 놓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다.

다른 게임들처럼 그림으로 된 게 아니다보니 나 역시 이 게임을 많이 플레이 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서울2033은 좋긴 했어도 다른 게임들보다 순위가 높지 않았다. 나는 게임을 한다면 비장애인들이 하는 게임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쿠키런 킹덤이나 원신, 그랑사가 같은 게임을 주로 즐겼다. 내가 게임을 할 때 정하는 기준은 딱 하나이다. 바로 한국어로 모든 게 더빙이 되는 거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되는 게임만을 즐겼는데, 쿠키런 킹덤이나 원신, 그랑사가 같은 게임이 다 그러한 게임이라 좋았다. 하지만, 원신의 경우에는 내가 하다 포기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앞에서 말한대로 플레이어가 움직여 게임 속 캐릭터를 찾고 만나고 대화해야 한는 점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내게 원신은 정말 엄청나게 어렵고 복잡한 게임이었고 그래서 초반만 조금 하다 접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신을 좋아하는 나는 현재 유튜브를 통해 원신의 스토리를 듣고 종종종 다른 사람이 플레이한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

원신 뿐 아니라 다른 게임들도 도전 해 봤지만, 다 직접 움직여 다음 장면을 플레이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접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투시 캐릭터를 배치하는 것도 어려움이 컸는데 어디에 어떤 캐릭터를 넣어야 할지 몰라 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진행이 되지 않아 나 혼자 할 수 없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이 무척 다양하다. 그 중 나는 게임을 하며 여러 성우들이 더빙을 한 소리 듣기가 좋고, 게임 속 세상을 내가 탐험 할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 그래서 감히 말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시각장애인들도 게임을 할 수 있게 회사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작은 도움이라도 좋다. 시각장애인도 여러 게임을 즐기며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나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이 하는 게임을 모른 채 살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 역시 취미로 좋은 거고, 그만큼 스트레스 풀기에 좋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을 하며 자연스레 비장애인들과도 친해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게임은 이제 더 이상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여러 플레이어와 함께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중요한 문화가 되고 있다.

오늘도 나는 여러 게임을 유튜브에서 찾아 본다. 그리고 더빙이 된 게임 영상을 보며 '나도 하고 싶다'라고 속으로 부러움을 삼킨다.

이제 시각장애인도 다양한 게임을 통해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일찍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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