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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앞은 볼 수 없지만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습니다

by 삐약이

여러분은 시각장애인을 떠올리면 어떤 마음이 드는가? 힘들겠다, 못 보니까 답답하겠다, 불쌍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그저 시각장애인도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눈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나를 차별하는 게 아닌 내 고민을 함께 나눠주고 이해 해주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때로는 연락이 끊기기도 하지만,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이 있기에 담담히 받아 들일 수 있다.


내 글에서 밝혔듯 시각장애인은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앞을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때로는 내 나테 대한 현타가 찾아와 한참 고민을 하기도 할 만큼 나에게 있어 '눈'이라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저 시냇물처럼 흘러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 나에게 있어 '시각장애'라는 단어는 애증의 단어라고 여겨질 만큼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나는 늘 내가 시각장애인임을 당당히 밝히고 살아가려 노력한다. 요즘은 오픈톡방에 들어갈 때나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에도 내가 시각장애인임을 먼저 밝힌다.


예전에는 시각장애라는 걸 밝히는 게 너무 싫었다. 내 치부를 밝히는 것 같아 거북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어느날,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눈이 안 보이는 걸 왜 숨겨야 하지? 나도 안 보이고 싶어 안 보이는 게 아닌데. 눈만 안 보일 뿐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데.'


그 생각이 들자, 지금껏 감춰 온 장애에 대한 게 부끄럽게 여겨지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여태껏 숨겨야 할 줄 알았던 장애에 대한 의문은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만들었고, 그 후 나는 낯선 사람들에게 당당히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하고 밝히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밝히는 게 처음부터 사라진 건 아니었다. 생각을 바꿨다고 해도 내 장애를 타인에게 밝히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당당해지려 노력했고, 결국 지금처럼 내 장애에 대해 당당히 밝히는 사람이 됐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비록 앞을 볼 수 없어도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자, 훨씬 더 나를 깊게 이해할 있게 되고, 내 장애를 더 이상 부끄럽게 여기지 않게 됐다.


지금도 내 장애를 꺼려하며 숨기려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지 않았을까? 그저 '장애'라는 감옥에 갇혀 절망만을 바라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나는 장애가 있어도 그걸 이겨내려 한다. 웹소설 작가의 꿈도 키우고, 에세이를 쓰면서 나만의 책을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게 되다니, 내가 생각해도 뿌듯하고 대단하게 여겨진다. 뭐든 안 된다고 하면서 하지 않으려고 했던 나는 이제 거의 찾을 수 없다. 아직도 부정적인 면이 남아 있지만,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앞을 볼 수 없지만, 시각장애인에게도 도전의 기회는 비장애인과 같다. 아니, 어쩌면 다를 수 있다. 눈이 안보이는 만큼 더 노력해야 하고, 더 힘을 내야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낸다면 장애가 있어도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 비록 비장애인보다는 느리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므로 더 큰 가치가 될 수 있다. 나도 눈이 안 보이기에 뭔가를 할 때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노력을 헛된 거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느리더라도 해낼 수 있기 때문임을 알고 있어서다.


모든 건 노력하기에 달렸다. 시각장애가 있다고 계속 좌절하고 넘어진다면 일어서는 건 더 힘들어진다. 그러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면 힘이 생겨 단단해진다.


나 또한 아직도 웹소설을 웹소설 사이트에 올리지 못한다. 아직도 시놉시스를 쓰고, 늘 마음에 안 들어 지우고를 무한 반복 중이다. 언제쯤 내 글을 웹소설 사이트에 올릴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렇게나 쓸 수 없어서 늘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지운 글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진 않다. 내 두 번째 꿈인 웹소설 작가. 그걸 이룰 때까지 놓고 싶지 않다. 또 내 글이 책이 되기까지도 한참 멀었다. 아직도 글 쓰기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글에 대한 걸 공부하고, 때로는 글을 썼다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운 것도 많이 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늘 되새기며 글 쓰기에 매진하는 요즈음이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지라도 나는 넘어져 있고 싶지만은 않다. 더 단단한 뿌리를 내려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살아가는 건 똑같다. 슬프고, 화나고, 행복하고… 비장애인들과 같이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눈이 안 보인다는 그 한 가지로 시각장애인을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각장애 뿐 아니라 모든 장애가 마찬가지다. 모든 장애인들은 느려도 노력하면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하는 일에 새싹이 나고, 열매가 맺혀서 목표를 이루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걸 확신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웃을 수 있고, 일어 설 수 있다. 어떠한 일에도 끈기를 가지고 임할 수 있다.


아직은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그 부족함을 채우며 단단해진다면 언젠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는 장애를 탓하기보다 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 줄 것이다. 그래서 내 목표가 이루어질 날을 가만히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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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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