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AI의 중간
요즘은 어디를 가나 AI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리고 AI를 사용해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AI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AI를 통해 다양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에게 있어서 AI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이 편리함을 알지 못한다면 모를까, 이미 알아버린 이상 놓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최근 AI로 다양한 사진과 영상 만들기에 푹 빠져 있다. 그래서 현재 내 휴대폰 앨범은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뒤섞여 있다.
이제 슬슬 용량 정리를 해야 하는데... 막상 하려니 손을 데기가 난감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도 없으니까 슬슬 구글 드라이브든 어디든 정리를 해야 한다. 나도 설마 내가 이렇게까지 많이 만들 줄은 몰랐는데... 시각장애인인 내가 사진을 만들고 그걸 SNS에 올리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렇지만, 이런 AI가 장애인에게 도움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AI에만 의지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다. AI를 이용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내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일할 때 수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마저 AI에게 맡기고 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이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장애인들은 다양한 도움이 필요한 게 맞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도움만 받는 건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고, 혼자 헤쳐나가는 것도 장애인은 할 수 있다.
단지 비장애인보다 느릴 뿐이다. 그래서 장애인들마다 어떤 일을 할 때 속도가 다르고, 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음 역시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AI가 한다면 어떨까?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줄고, AI에게 맡기는 게 더 많아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장애인들은 AI가 있어 점점 더 할 일이 줄어 들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은 다양한 AI가 나오고 있다. 저번에는 한 AI 어플이 음악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설치해 써 봤는데, 정말 놀라웠다. 정말로 가수가 부르는 것 같은 음색과 노래라니! 나는 그저 반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굉장했다. 감탄과 함께 두려움도 살며시 다가 왔다.
'이러다 노래마저 AI가 부르는 게 아닐까?'
그래서 가수들 목소리로 Ai가 노래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지 그 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된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자신의 목소리를 AI가 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할 것 같다.
예전에 성우 학원을 다닐 때에 한 성우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AI 시대가 왓으니까 우리 목소리를 AI가 대신 할 수도 잇어. 그러면 성우들이 할 수 있는 게 달라질 거야.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금의 성우들도, 너희들도 많이 노력해서 AI에게 지지 않는 뭔가를 만들어야 해.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
그 말을 하시는 선생님은 매우 진지했고, 그래서 그 말이 더 와 닿았다.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때로는 비서 역할까지 하는 AI가 경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구나. 그러면 내가 과연 성우가 됐을 때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그 생각을 하면서 씁쓸함을 느껴야 했다.
아직까지 AI가 완벽하지 않으니 사람이 더 낫다고 하고 한다. 그렇지만, 요즘 나오는 AI의 기술력을 보면 그것도 곧 따라잡힐 것만 같다. 그렇다고 내가 AI를 싫어하거나 쓰지 않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다. 어떤 것이든 넘치면 안 된다. 넘치는 걸 막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분명 사람도, AI도 모두 유용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현재 나는 어릴 적보다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몸으로 느낀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이 기술에 눌려 할 수 있는 걸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너무 앞서 나간 걸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걸 수도 있다.
그러나 앞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장애인들 역시 기술이 좋아지는 걸 조금은 경계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는 다양한 기술이 사람들을 돕는 시대가 찾아왔다. 그만큼 편리함이 늘어 간다는 신호이자 위험성을 알리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말 뭐든 넘치지 않도록. 그래서 모든 게 다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