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강아지 Jul 23. 2024

반려주식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5. 반려주식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무언가를 강제로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때, 인간의 의지는 꺾여버린다. 거대한 산을 감히 넘을 엄두가 안 나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낮춰야 하고, 이에 적응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거대한 산은 바로 주식을 움직이는 돈이다. 하루에도 수십억 수백억씩 거래가 되는 종목에서 우리가 투자한 돈은 그야말로 티끌에 불과하다. 수십억의 돈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가면 주가는 폭락한다. 손절을 제때 하지 못한 투자자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보고 ‘오후엔 오르겠지’, ‘내일은 오를 거야’ ‘다음 주엔 오르는 타이밍이야’라고 희망회로를 돌린다.


그리고 예측이 틀리는 순간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그래, 나는 기업에 가치투자를 한 거야. 결국에 주가는 오를 거야’라고 합리화를 하기 시작한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우리는 종목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시장에선 우스갯소리로 종목을 반려동물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 A종목은 갑작스럽게 나의 반려동물이 되고야 말았다. 주가는 빠르게 터치했던 신고가 구간 구간을 다시금 터치하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주가가 빠진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측해 볼 수 있다.     

1. 과한 벨루에이션

2. 보호예수 물량에 대한 우려

3. 세력의 이탈     


결국 주식시장에서의 결과는 ‘사후’의 것이다. 지나고 보니 차트가 보이고 지나고 보니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가 보이는 것이다. 신규 상장주는 더욱이 추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왜냐 추적해 볼 만한 과거의 값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나온 공모주들의 공통적인 흐름을 분석해 봤을 때, 상장한 이래로 단기간에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신규주는 상승폭보다 더한 하락폭을 경험한다는 공식이 작동된 것뿐이었다.

  

떨어진 주가는 언제 다시 회복할지 모른다. 정말 엄청난 대박 호재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상장주는 긴 시간 동안 조정을 거친다. 결혼을 앞둔 나의 마음은 조급했고, A종목이 반려동물이 된 이래로 마음속에 응어리가 맺혀 일상생활에 지장이 갔다. 종목토론방을 들락날락거리며 호재는 없는지, 방구석 전문가들의 근거 없는 분석에 의미부여를 하곤 했다.     


모든 돈이 묶여버렸기에 다른 종목을 매매할 수도 없었다. 관심종목에 저장해 두었던 종목들이 움직일 때마다, ‘아.. 내가 왜 이걸 사서..’, ‘이걸 샀다면 지금쯤 큰 수익을 얻었을 텐데..’ 라며 후회를 반복했다. 공모주를 매수한 것은 도박이자, 엄청난 기회비용이었다. 손실을 실현한 것은 아니지만,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그때의 손실이 나아 보였다.


왜 사람들이 주식에 오랜 기간 동안 몸을 담을 수밖에 없는지, 왜 누군가는 주식으로 돈을 잃지 않으면 다행이다라고 말하는지, 여실히 느꼈다.


그렇게 나는 강제 장기투자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전 04화 환호의 순간, 스마트머니는 빠져나가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