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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Jun 05. 2023

[몰타여행]별다섯개 호텔 라커룸이 자물쇠?

몰타 어학연수 제1장 #29 몰타 힐튼호텔에서 운동하기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29 몰타 힐튼호텔에서 운동하기


몰타에도 헬스클럽이 여러 군데 있어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운동이 가능한데요. 호텔 헬스클럽의 경우 어학원과 제휴가 되어 있어서 개월 수에 따라 할인 혜택이 있어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 헬스클럽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 오늘은 몰타 힐튼 호텔에서 운동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몰타에 오면서 한국에서 배우고 있던 수영을 계속하고 싶었다. 원래는 오랫동안 요가를 했는데  코로나로 몰타 어학연수가 2년이나 미뤄지면서 물을 무서워해 수영은 엄두도 못 냈는데 지중해에서 수영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수영을 배웠다.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몰타니 수영을 못한다면 뭔가 해야 할 중요할 것을 못하고 온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코로나 기간에 수영장을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단 접영까지는 마스트를 하긴 했지만 호흡이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몰타로 오게 됐다.


몰타로 오자마자 수영을 계속하고 싶어서 첫날부터 수영장을 찾았다. 하지만 의외로 수영장 찾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영장인 25m 전용 풀은 딱 하나인데 그마저도 버스 타고 30분 넘게 가야 하는 (몰타에서는 먼 거리다) 지역에 있다고 했다. 그곳이 유일하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수영장이라고 했다. 몰타에 오면 바다수영이 아니어도 수영장에서 강습을 그대로 이어나갈 생각이었는데 망했다.


그러다 집 근처 발루타베이 외부에 야외 수영장이 있는 걸 발견했다. 낮에는 일반 풀장으로 저녁에는 수구를 하고 있었다. 새벽 산책을 나갔다가 무작정 들어가서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물어보니 강습은 없고 자유수영을 하는데 문제는 아침에 수구 하는 사람들 운동이 끝난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오전 10시에서 4시까지 5유로.  수영장이라기보다는 한강 풀장 같은 느낌이었다.

수구를 하는 곳인데 영국 지배시절에 군인들이 하던 여가에서 시작된 전통(?)이라나.  비가와도, 한밤중에도 수구는 멈출줄 몰랐다.


어학원을 다니게 되면 각 어학원에서 제휴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학생증을 제시하면 할인가격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데 그런 곳 중 하나가 헬스클럽이다. 마침 내가 다니고 있는 EC 어학원과 제휴된 곳도 수영장이 있긴 했지만 수영장이라기보다는 풀장 수준이었다.  수영장이 있다고 해도 정식 수영장은 아니고 대부분 헬스클럽 위주에 수영은 풀장 수준이어서 헬스를 거의 하지 않는 나로서는 할인 가격이 적용된다고 해도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각 어학원에서는 카페, 레스토랑, 헬스클럽 등 할인 혜택이 있다.


계속 고민이던 차, 입국 동기였던 지인이 우리 집 근처에 있는 힐튼 호텔 헬스클럽을 등록했는데 고맙게도 힐튼에도 수영장이 있더라며 일단 체험을 해보라고 일주일간 사용할 수 있는 VIP 초대권을 줬다. 일단 한 번 가보고 등록을 할지 말지 결정하자 싶어 수영 외에도 댄스, 요가 등 여러 가지 GV가 있어 체험해보기로 했다.


힐튼 호텔은 세인트 줄리앙의 또 다른 사진 스폿 포인트다. 밖에서 볼 때와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요트계류장이 있어서 몰타에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힐튼 호텔 헬스클럽은 지하 1층에 있는데 헬스장, 스쿼시, 수영, 사우나 등 특급호텔답게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고 적지만 우리나라 힐튼 호텔 헬스장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그냥 중소 규모 정도의 헬스장 느낌이었다.

힐튼 호텔 헬스클럽


사우나 시설이 있는 곳을 지나 문을 열면 수영장이다. 수영 끝나고 좀 추워서 사우나에서 몸 좀 녹이고 가자 싶어 앉았는데 북유럽에서 휴가차 왔다는 사람이 계속 말을 건다. 길바닥에서 배운 영어는 10분까지는 무난하지만 가벼운 스몰 토크가 끝나고 아무 말 대잔치가 시작되면 난 누구? 여긴 어디? 모드에 스위치가 켜진다.  어학연수생은 어딜 가나 스피킹과 리스팅 테스트다. 20대 후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고 있는데 나보고 비슷한 나이대라서 좋다고 하길래... 음-- 땡큐!!! 여행 잘해. 하고 돌아섰다.  


힐튼 수영장은 이랬다. 일반 풀장을 선 하나로 반을 갈라서 반은 수영장으로, 나머지 반은 호텔 풀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수영 레인은 20m가 조금 안 되는 것 같았다. 수영하는 사람들은 입수 전 머리 감고 샤워하고 수영모까지 쓰고 들어오는데 풀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풀메이크업으로 첨벙거리고 있다. 맙소사 - 매일 물을 간다고 해도 풀메이컵으로 첨벙거리는 사람과 같은 물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에잇. 힐튼 호텔이라고 너무 기대를 했다.


어떤 날에는 GV로 아쿠아 댄스가 있었다. 옆에서 따라 하고 있으니 강사도 참석자들도 같이 하자고 들어오라고 한다.  흥겨운 음악을 베이스로 물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뛰는 우리나라와 달리 음악이 클래식 수준으로 조용하니 흥이 나질 않았다. 괜찮다고 사양했다.


몰타에서 수영장은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고 어차피 일주일 체험이니 본전이나 뽑자는 심정으로 다녔다.  주말이 됐는데 내게는 다소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선생님에게 대부분 수영 강습을 맡기는 우리와 달리 부모들이 함께 와서 자녀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외국인들 정서가 여유로운 건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런 스킨십을 통해 자연스럽게 애착형성을 해나가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다.


한 꼬맹이가 내 옆에서 어찌나 개구지게 수영을 하는지 엄지척을 해줬더니.... 자기가 할 줄 아는 모든 기술(물속 턴 등)을 선보이며 자랑한다. 뻔히 보이는 아이의 행동이 어찌나 귀여운지 한도를 초과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하고 수영 시합을 하자고 맹랑하게 덤빈다. 게다가 나는 어른이니까 자기보다 뒤에서 출발을 해야 한단다.  


자식- 하는 짓이 귀여워 일부러 설렁설렁 애가 이기도록 해줬다. 그랬더니 꼬마가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불타오르는 승부욕으로 계속 시합을 하자고 한다. 분명히 좀 전에는 수영장 온 지 30분 지났고 자기는 아침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파서 갈 거라고 했던 아이였는데 말이다. 결국 대 여섯 차례 시합을 하며 계속 져주다가 내가 먼저 지칠 것 같아서 큰 실력차로 내가 이겨버렸다.


그랬더니 꼬마 왈. 너무 배가 고파서 운동을 못하겠다며 쿨하게 이제 가겠다고 한다. 하하. 내가 이 꼬맹이랑 뭘 한 건가 싶어서 갑자기 웃음이 났다. 거의 30분 넘게 애랑 놀아주고 있으니 꼬맹이 엄마가 어찌나 흐뭇해하던지...  애 엄마한테 양해를 구하고 꼬마랑 사진을 찍었다.  스위스에서 왔다고 했던가.. 지금 봐도 얼굴에 장난기가 뚝뚝 흐르네. 덕분에 나도 운동 잘했다.  

꼬마와 난데없는 수영시합.


수영장 외에도 몇 가지 눈에 띄는 GV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dance가 있는 날에는 수영 대신 참석했다. 첫 음악은 살사였는데 대학교 때 배운 살사 리듬을 내 몸이 기억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프리스타일로 시작해 살사부터 콜롬비아 춤까지 음악에 맞춰 1시간 동안 완전 신남 모드로 즐겼다. 하루종일 영어 끼고 있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느낌이다.


비트와 비트사이를 엇박자로 쪼개는 콜롬비아 스텝은 보는 건 쉬운 데 따라 하기가 진짜 힘들다. 강사가 일명 피자배달 춤이라고 장난 삼아 설명하는데 남미의 흥은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 많은 동작들이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댄서들이 추던 춤들과 많이 비슷했다. 사람들이 스우파에 열광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땀이 줄줄줄 흐른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했는데 같이 땀을 흘리니 금방 친해진다. 10분 정도 쉬는 시간에 서로 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춤을 추고 있자니 흥이란 게 폭발해서 너무 신나게 춤을 추었나 보다. 옆에 있던 몰티즈 여자분이 나보고 곧잘 따라 한다며 나하고 수업을 함께 하고 싶으니 다음 시간에도 꼭 나오란다.


결국 운동이 끝나고 나보고 같이 샤워하러 가자며 청했다. 스몰토크에 이어지는 이 말저말 대잔치 끝에 본인은 한국에도 지사가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너무 다정하게 얘기하시는 통에 일주일만 다닌다고 얘기할 수없어 다음에 보자고 손 흔들며 헤어졌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콜롬비아 친구들에게 댄스 배웠다고 하니 궁금해하길래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보자마자 박장대소하더니 '해경, 너 몸이 진짜 뻣뻣하다. 이건 춤 아닌데?' 이러면서 한번 보고선 어제 내가 1시간 내내 배웠던 춤을 그대로 따라 추는 게 아닌가. 나도 춤선은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미 애들 춤추고 있는 걸 보자니 완전 초딩이구나.  에잇. (이후에도 애들은 틈만 나면 나에게 춤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흥이란 게 폭발하는구나.


GV에 아쉬탕가 요가가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하지만 이 수업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기도 했고 나하고는 좀 안 맞는 동작들도 있고 해서 요가는 그냥 혼자 하기로 하고 요가매트를 샀다. 물론 요가매트 사놓고 몇 번 하지는 못했지만.

아쉬탕가 요가.


운동을 했으니 샤워를 하러 갈 차례....


무려 별이 다섯 개인 호텔인데 락커가 열쇠를 사용하는 완전 아날로그 시스템에 깜놀했다. 당연히 슬리퍼도 없고 타월도 안 주니 모든 걸 다 싸 들고 다녀야 한다. 슬리퍼 문화가 없어 외부에서 신었던 신발을 샤워실로 신고 들어가야 하는데 신발을 싸는 비닐이 따로 있다.  와- 몰타 이거 이거...


신발 커버용 비닐
특급호텔인데 개인 자물쇠를 들고 다녀야 하다니요.  다이소 자물쇠 이쁘네.



1인용 샤워부스로 시설들은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외국은 떼를 미는 문화가 아닌데 내가 들어간 샤워부스 바닥에 떼를 민 흔적이 남아 있어 신기했다. 헤어 드라이기가 찬 바람, 뜨거운 바람 두 가지 버전으로 있는 것도 처음 봤다. 젖은 수영복 등을 넣어가라고 마련해 둔 비닐백이 있는 건 센스 만점이었다.


같은 반 친구 중에 다른 헬스장을 다니고 있어서 샤워시설이 어떤지 물어보니 그곳은 밴드형 스마트 키를 준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밴드형 스마트 키를 주는 곳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역시나 몰타에서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고 했다. 그 친구도 힐튼호텔에 자물쇠 쓴다고 했더니 깜짝 놀랐고 우리 얘기를 들은 선생님도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락커에 아직도 자물쇠를 쓰는 건 몰타가 전부 다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운동하고 나면 달달한 게 땡기는 건 진리다. 자판기가 있어서 이용해 보니 커피 젓는 스틱이 같이 나와서 신기했다. 하지만 커피는 너무 맛이 없는 관계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었다.


결국, 허세 좀 부리며 힐튼 호텔에서 수영하고 운동 좀 해볼까 생각했지만 일주일 체험으로 끝.



+ 다음 이야기 : 엘리멘트리에서 프리인터미디어트로 영어 레벨이 올라갔어요.


#몰타어학연수 #몰타라이프 #몰타라이프 #몰타여행 #malta #maltalife #몰타 #런던어학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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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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