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3개월 이상의 어학연수라면 짐을 쌀 때 한식 식재료를 얼마나,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일 겁니다. 결론은 웬만한 건 몰타에 다 있습니다. 그러니 수하물의 여유가 충분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몰타에서 살 수 있는 건 굳이 가져오지 않으셔도 됩니다.왜냐고요? 웬만한 건 몰타 아시안 마트에서 다 팔고 있거든요.
장장 10개월의 어학연수는 옷이나 생필품 등을 제외하고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한식재료다. 평소에도 만성위염을 달고 사는지라 장기여행에서도, 심지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에도 다른 건 몰라도 된장만은 꼭 챙겼을 정도로 체질은 완전 한식파다. 몰타라는 이름도 생소한 나라에서 한식 재료를 구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었고 한식재료를 얼마나 챙겨야 할지도 막막했다. 고민끝에 팔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 위주로만 조금씩 챙겼는데도 부피가 상당했다. 미역, 다시마, 당면, 멸치, 라면, 각종 양념 조금씩(고추장, 된장 등), 고체육수, 밑반찬 약간. 하지만 살다 보니 무겁게 안 가져도 와도 됐네 싶은 것들이 꽤 있었다.
왜? '와- 이런 것까지 파는구나, 괜히 챙겨 왔네.'라고 했던 몰타 아시안 마트였다.
+ 몰타 마트
몰타에는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트로는 웰비스, 니들이 있고 아시안 마트도 몇 군데가 있었다. 내가 다닌 어학원인 EC malta 바로 근처에 웰비스와 아시안마트 윈저우가 마주 보고 있다. 따라서 어학원 수업 끝나면 마트 두 곳에 들러 장을 보는 게 일과였다.
니들의 경우는 원래는 몰타 중앙부에 버스를 타고 한참 가야 하는 곳에 있었는데 내가 있을 동안 슬리에마에도 오픈을 했는데 니들은 약간 창고형 매장 같은 곳이라 어떤 제품들은 웰비스보다는 가격이 저렴했다. 특히 삼겹살의 경우 니들 마트에 종종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삼겹살이 먹고 싶을 때는 무조건 니들로 갔다. 웰비스도 그렇고 니들도 그렇고 몰타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대형마트인데 처음에는 학교 근처로만 다니다가 시간이 지나고 몰타가 익숙해지니 다른 지역의 마트도 다니곤 했다.
몰타 대형 슈퍼마켓인 웰비스와 니들
몰타에서 한식 재료를 책임져준 아시안 마트도 여러 곳에 지점이 있다.
한국은 밥심이니 쌀이 중요하다. 풀풀 날리는 안락미 대신 스시 전용 쌀이나 리조트 쌀을 사면 된다. 처음에는 500g 리조토 용 쌀을 샀었는데 룸메와 같이 밥을 해 먹으면서 아예 10kg 쌀을 샀다. 찰기는 한국쌀보다 못하지만 밥맛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니 이만하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가격은 잘 모르겠다.
한국인의 필수 식품 라면!!!!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웬만하게 인기 있는 한국 브랜드는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라면은 부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상식량으로 챙겨 오긴 했다. 다만 가격이 사악해서 가끔 한 번씩 먹고 싶을 때 한 두 개씩 사다 먹었고 가끔가다가 5개씩 묶어서 세일할 때가 있는데 그때 쟁여두기도 했었다. 의외로 맵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불닭면도 잘 팔리는 것 같았다. 오징어 게임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에게 짜파구리를 만들어줘도 스토리가 있는 음식이라 인기만점..
라면은 대체로 €1.5 정도 짜파게티 개당 €1.95
브랜드별로 다양한 라면들
햇반이나 요볶기 등 인스턴트 음식들도 다양하지는 않아도 조금씩 갖추고 있다. 햇반 개당 €2.50
그다음 기본 반찬인 김치를 담을 수 있는 한국식 배추가 있을까 싶었는데 한국식 배추가 있더란 말이지. 다만 한국 무는 없어서 단무지를 만드는 일본 무로 깍두기도 열심히 담아 먹었다. 배추는 한 통에 €3~ €3.5
가장 의외였던 건 콩나물. 자세히 보면 숙주나물도 있고 마늘종도 있다. 게다가 부추까지도 있어서 깜짝 놀랐다. 콩나물 가격은 500g €3. 가끔 별식이 먹고 싶을 땐 콩나물 밥도 하고 양이 많으니 콩나물도 하고 콩나물 국을 끌이기도 했다.
다른 것도 다 비싸다 느껴지지만 가격대비 가장 비싸다고 생각했던 건 어묵이다. 가격이 비싸도 어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가격은 어묵 1kg에 €11.95
김밥 만들 재료가 없으면 어찌할까 걱정했는데 우엉과 단무지 세트를 판매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가격은 정확하지는 않은데 대략 €4 정도였던 것 같다.
김치종류도 생각보다는 다양했다. 가끔 여름이 되면 총각 무 김치도 들어오고. 그러다 김치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할인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 김치 안 담고 한 팩 사서 시원하게 참치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 먹기도 했었다. 떡국떡도 있으니 간단하게 먹을 때는 떡국을 끓이기도 했고 어묵이 있으니 떡볶이도 자주 만들어 먹었다.
김치는 종류에 따라 다른지만 대략 €10 정도였고 떡국떡은 €8.5. 김치는 양도 얼마 안 되는데 약 14천 원이니 김치를 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각종 양념 종류도 웬만한 건 다 있다. 필수 양념인 고추장과 된장, 비빔장에 불닭소스도 있다. 참기름은 기본이고 맛술, 식초, 물엿까지. 아참 사진에는 없지만 간장도 있다. 다만, 크기별로 있던 된장이 12월에 다시 몰타에 왔을 때는 아시안 마트를 다 뒤져도 작은 크기의 된장이 없었다. 수입을 대량으로 하니 재고가 떨어지면 다시 수입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았다. 참기름도 가끔씩은 떨어지고 없을 때가 있긴 했다.
부침가루, 튀김가루가 있구나~~~ 그래서 부침가루 사서 김치전도 부치고 감자전도 부치고 했었다. 백설부침가루 500g €3.95 튀김가루 1kg €4.95
미역과 다시마는 안 파는 줄 알고 챙겨 왔는데 미역은 그렇다 쳐도 다시마가 있을 줄이야. 각종 김종류에 김자반도 판매하고 있다.
미역 50g €3.95. 다시마 56g €3.95
냉동식품도 빠지면 섭섭하다. 와- 내가 좋아하는 국화빵.. 하지만 몰타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는 관계로 굳이 비싼 돈 내면서 국화빵을 사 먹고 싶지는 않았다.
비비고의 만두는 여기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중... 외국인들에게 비비고의 버섯잡채도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당면이 있으니 굳이 냉동식품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당면도 파는데 가격은 잘 모르겠다. 비비고 만두 €8.95
외국인에게 인기만점인 비비고 제품들
간식 코너를 둘러보니 크라운 산도, 땅콩 샌드 등등 단출하긴 해도 한국 과자가 있긴 있다. 사진 외에도 젤로 종류 등 음료 등 다양한 과자를 팔고 있다. 몰타 전통과자를 비롯해 이탈리아나 다른 유럽 과자들이 마트에 널려 있는 관계로 가격이 너무 비싼 한국 과자는 한 번도 안 사 먹었다.
막걸리와 소주도 팔긴 하지만 몰타 맥주와 와인 등 먹어야 할 술이 많으니 가격 비싼 한국 술은 한 번도 사 먹지 않았다. 게다가 난 생막걸리 좋아하고 소주는 못 마시니 그리 아쉽지는 않았다. 참고로 나는 맥주 파다.
이밖에 사진에는 없지만 몰타에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한식 재료 구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 몰타 어학연수를 준비했던 2019년에만 하더라도 아시안 마트도 몇 개 없고 규모도 작았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등 한류 열풍은 광풍 수준이었고 그에 힘없어 K-food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구나 몰타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시안 마켓인데 중국, 한국, 일본 식재료가 대부분인데 한국 식재료 비중도 꽤 많이 차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의외로 구하기 힘든 채소류는 버섯류였다. 새송이 버섯이나 능이버섯 류 정도만 볼 수 있었고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느타리버섯이나 표고버섯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건 런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잔파는 아예 없다. 상추도 처음에는 없었는데 여름이 되니 한국 상추와 비슷한 상추가 들어오긴 했다. 건어물도 팔지 않는다.
그리고 믹스커피,,,, 나는 하루에 꼭 한 잔씩은 믹스커피를 마셔줘야 하는데 믹스커피 파는 곳은 아예 없었다. 커피 떨어지고 아쉬워하던 차 이탈리아 볼로냐에 지인들이 여행 오면서 믹스커피를 한 박스나 사다 주셔서 감동이었다.
몰타에는 믹스커피 안 팔아요
결론은, 수하물 무게에 여유가 있다면 식료품을 가져오겠지만 굳이 무게를 초과하면서까지 가지고 온다면 말리고 싶다. 물론 가격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살아보니 몰타에서 살 수 있는 건 굳이 가져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재료 아니고도 챙겨할 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수화물 초과가격 20~30만 원씩 내느니 차라리 몰타에서 사는 게 더 낫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경험치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다양한 식재료로 이것저것 시도해볼 테지만(실제로 그렇게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데다가 새로운 음식 도전을 즐기지 않아서 웬만하면 한식으로 버텼다. 그래서 몰타에서도 한국에 있는 것처럼 열심히 한식을 해 먹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각자 취향의 문제다. 몰타에서 한식으로 살아남기 (https://brunch.co.kr/@haekyoung/109)
혹 몰타 어학연수나 장기로 생활을 하고 싶다면 참고가 되면 좋겠다.
덧, 가격은 2022년도 가격입니다. 올해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 다음 이야기 : 어학연수니 공부도 해야겠지요? 몰타에서 공부하기 좋은 카페를 소개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