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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May 26. 2023

[몰타어학연수]몰타에서도 김치는 포기 못해

몰타 어학연수 제1장  #26 몰타에서 김치 담기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26 몰타에서 김치 담기  


한식파인 저는 1~2달 정도 출장으로 여행을 갈 때는 굳이 한식을 찾지는 않는데요. 약 10개월을 계획한 몰타와 런던 생활에서는 한식이, 특히 김치가 너무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김치를 담가 먹었죠. 그게 가능했냐고요? 그럼요~ 참고로 저는 요.알.못 입니다.



2022년 1년 정도 외국생활을 계획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건 음식, 정확하게 말하면 김치였다. 한식파이긴 해도 취재를 위해 두어 달씩 외국을 나갈 때도 크게 한식을 고집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위장병으로 고생을 하고 난 다음부터 밀가루, 유제품은 아예 먹지 않는 등 나름대로 체질음식으로 식단 관리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장기간의 해외생활을 결정했을 때 '음식'이 다소 걱정이 되긴 했다. 홈스테이나 학교 기숙사를 선택하지 않고 따로 집을 구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음식' 때문이었다.


자,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음식인 '김치'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겠다.


아시안마켓에는 한정적이긴 해도 김치, 떡국 등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는 있다. 물론 김치도 수입이 된다. 가격은 브랜드나 무게에 따라 다른데 종가집 김치 500g에 6.95유로니 당시 가격(유로 환율 약 1,350원)  약 만 원 남짓이다. 짧은 일정이라면 한식 대신 현지 맛집을 찾아다니면 되고 한 두 달 정도라면 김치를 사 먹기도 했겠다. 하지만 몰타에서 7개월 남짓 지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김치를 사 먹기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다행히 아시안마켓에서 한국식 배추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그때그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배추 한 통에 3유로 혹은 3.5유로. 배추 한 통에 오천 원 남짓. 한국 배추가격 생각하면 비싼 편이지만 판매용 김치보다는 훨씬 저렴하지 않은가.

한국식 배추는 영어로는 chinese  cabbage


다만, 배추 심이 한국식 배추보다 훨씬 굵고 밑동도 너무 두꺼워 먹기는 좀 힘들었다. 게다가 소금에 절여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식감도 좋지 않아서 밑부분은 거의 무용지물이어서 배추알이 굵어도 버리는 게 상당 부분 많았다.


런던에 있을 때는 아시안마켓이 아니어도 동네에 있는 식료품 가게에서 한국 배추와 거의 비슷한 배추를 판매하고 있어서 가격만 좀 비쌀 뿐 런던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향후 런던 편에서 소개하겠다.)

배추 심이 굵어 생각보다 버리는 것이 많아서 아까웠어.


어쩌다가 심이 적은 배추를 구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배추는 아시안 마켓에서 주로 구매했는데 가끔 몰타 현지 마트인 웰비스에도 배추가 들어오긴 했지만 가격은 아시안 바켓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었다.

 가끔은 한국 배추와 비슷한 배추가 있긴 했다.  


어학연수하면서 김치를 담았다고 하면 우와- 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별 거 아니다. 몰타에서 김치 양념을 구할 수 있나 싶기도 하고 한국에서 김치 양념을 다 가지고 갔나 궁금하기도 할 텐데 둘 아니다. 몰타에서 기본적인 채소인 양파, 마늘, 생강 등은 살 수 있고 아시안 마켓에서 고춧가루나 액젓도 살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수고스럽게 매번 김치를 만들 수는 없어서 엄마 찬스를 썼다.


엄마가 작년에 김장할 때 내가 외국에 가지고 갈 김치 양념을 만들어 주셔서 그대로 들고 왔다. 미리 만들어둔 김치 양념은 냉동보관을 하면 몇 개월이 지나도 그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김치 내장고가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서 양념 맛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는 고춧가루 등 김치 양념을 조금 더 추가하니 괜찮았다.  


혹 김치가 걱정이라면 한국에서 양념을 미리 만들어 가는 것도 팁이다.  꼭 김치 양념이 아니어도 '세미네'에서 나오는 김치 양념이 있어서 고춧가루만 있으면 세미네를 사 오는 것도 괜찮다.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온 김치 양념과 몰타에서 산 소금


일단 배추를 샀으니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소금을 뿌려 절인다. 김치 담글 때 한국에서 사용하는 굵은소금이 없어서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몰라 아시안마켓에서 파는 소금 중 가장 굵은소금으로 배추를 절였다.  

굵은소금이 없으니 김치 절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절임 용도가 아니다 보니 1시간이 지나도 배추가 숨이 죽지를 않는다. 족히 4시간 이상은 절여야 그나마 좀 절여지는 느낌인데 한국에서 처럼 푹 절여지지는 않았다. 아직은 좀 더 절였으면 좋겠다 싶지만 배추 맛을 보면 짠맛이 나니 처음에는 어느 정도 절여야 할지 감이 안 왔다. 김치 담그는 게 반복될수록 배추 혹은 무 상태, 몰타의 날씨 등에 따라 어느 정도로 절이면 될지 감이 좀 왔다.


배추 절이고 4시간 정도가 지났을 까. 눈으로 보기에는 김치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절여진 게 아닌데 먹어보니 배추가 짰다. 처음 담그는 김치였기에 짠 거보다는 차라리 싱거우면 나중에 소금으로 간을 해도 되겠다 싶어 배추를 물로 씻었다. 배추는 짠데 씻어보니 소금이 제대로 녹지 않아 결정체 그대로 흥건하다.. 이래 가지고 김치가 되려나 걱정이 좀 되긴 했다.


사실 이 정도면 이미 김치 담기는 끝이다. 꽁꽁 언 김치 양념을 냉동고에서 꺼내 녹인 후 적당량을 넣고 버무려 주기만 하면 된다. 양념은 너무 많이 넣으면 진짜 짜기 때문에 적당히 넣고 색깔은 고춧가루로 맞추면 된다. 양념이 다 되어 있으니 김치 담그는 건 일도 아니다.

김치 만들기 쉽죠?


김치를 몇 번 담아 보니 김치에서 소금'이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몰타에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엄마도 좋다는 소금을 자루째 사서 몇 년째 간수를 뺀 소금으로 김장을 담는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다. 절임 소금이 아니다 보니 굵은 배추를 절이는 데 6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고 밤새 절이는 경우도 있었다. 가끔은 배추 한 통으로 김치 담그는데 왜 김장절임하는 기분이 드는 것인가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러다 어떤 때에는 너무 많이 절여지는 바람에 김치를 망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주 가는 식재료마트가 아니어도 마트가 보이면 무조건 '소금' 코너를 둘러봤다. 슬리에마 쪽에 있는 아시안마켓에서는 한국식 절임 소금을 판다는 걸 듣고 몇 군데를 가봤지만 허탕이었다.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거냐고. (물론 런던의 경우 아시안 마켓이 아니라 한국 슈퍼마켓이 그대로 옮겨왔기에 한국이나 런던이나 똑같았다. 가격만 비쌀 뿐.)  


아시안마트에서 파는 소금


몰타에 오래 거주한 한국 사람을 알게 돼서 굵은소금을 못 구하고 있다고 했더니 씨쏠트를 사면 괜찮을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몰타에서 가장 큰 웰비스 마트의 소금코너를 가보니 소금 종류가 많은데 씨쏠트라고 적힌 소금도 어찌나 많은지. 몰타가 지중해니 소금은 당연히 씨솔트다. 몰타 고조의 특산품도 '소금'이다. 같은 브랜드인데 색깔은 왜 다른지 전혀 모르겠고 고민 끝에 빨간색으로 집었다. 가격은 1kg에 0.35유로이니 원화로 약 500원 정도면 가격은 엄청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 맛을 보니 한국식 굵은소금과 맛도 거의 비슷했다. 배추를 절여보니 한국식 굵은소금이 아쉽긴 매 한 가지였지만 아시안마켓의 소금보다는 배추 절이기가 수월하기는 했다.   

지중해 소금 (몰타산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동안 계속 배추김치만 먹었는데 4월 중순이 되니 아시안 마트에 무가 들어왔다. 한국식 무는 아니고 단무지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무였다. 그냥 먹어도 달달했다. 마침 배추김치가 좀 질리는 중이었기에 깍두기를 담아 보기로 했다.

단무지 김치로 깍두기 담기


깍두기라고 다를 건 없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소금으로 절이기.



김치 양념을 넣었지만 너무 허여멀건 관계로 고춧가루 뿌려 맛있는 색깔을 낸 다음 마무리는 깨 솔솔.

깍두기 담기


단무지 무가 워낙 크다 보니 김치를 담고도 양이 남았다. 일부는 김치를 담고 남는 것으로는 무밥도 해 먹고 무생채도 만들었다.

남은 무로 만든 무우밥과 무생채


그러다가 또 어느 날은 아시안마트에서 부추를 발견했다. 부추는 생긴 건 똑같지만 향이 강한 우리나라 부추와 달리 향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그냥 깍두기만 먹는 것보다 부추를 넣어서 배추김치도 담고 깍두기 김치도 담고..  시간이 지날수록 몰타에서 만드는 김치가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점점 더 다양한 김치 만들기


그렇게 김치는 몰타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의 식탁을 책임져 줬다. 나중에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나처럼 김치양념을 가지고 오지 않아도 재주껏, 요령껏 김치를 담아 먹는다고 했다. 물론 나이대에 상관없이.

밑반찬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



+ 다음 이야기 : 몰타에서는 식사를 어떻게 하나요?  (Feat. 한식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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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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