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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May 18. 2023

[몰타여행] 중세 몰타기사단의 병원이 공연장으로

몰타 어학연수 제1장 #25 몰타공연(2) 지중해 콘퍼런스센터(MCC)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25.  몰타공연(2) 중세 몰타 기사단의 병원이 공연장으로 탈바꿈.


앞선 글에서는 중세 몰타 기사단의 극장이었던 마노엘 극장에서 연극과 클래식 공연을 본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또 다른 공연장인 몰타 지중해 콘퍼런스센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 중세 몰타 기사단의 병원이었던 몰타 지중해 콘퍼런스센터(MCC)

몰타 지중해 콘퍼런스 센터는 발레타의 맨 끝에 위치한다. 시티게이트에서 직진으로 걸어도 되지만 로우 바라카 가든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왜 이곳을 지중해 콘퍼런스센터라고 이름 붙였는지 알게 된다. 바로 건물 전체가 지중해인 그랜드 하버와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레타 입구에서 대략 20분 남짓 걸어서 도착한 콘퍼런스센터는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흔히 콘퍼런스센터라면 현대식 건물에 규모도 굉장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몰타는 달랐다. 하긴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니 이런 곳에 초현대식 건물이 들어설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지중해 바다와 접하고 있는 지중해 컨퍼런서센터


그렇다면 이 건물은 원래는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건물이었을까?


성요한 기사단의 병원이었다.  원래 이름은 '라 사크라 인페메리아(La Sacra Infermeria)'로 이탈리아어로 '성녀 병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발레타를 소개하는 두 편의 글에서도 이미 봤겠지만 몰타는 중세에 성요한 기사단이 지배했던 나라로 대부분의 중요 유적들은 성요한 기사단과 관련이 있다. 그런 성요한 기사단에 대해서는 사실 몰타에 오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추후 성 안젤로 요새와 성 엘모 요새를 소개할 때 성요한 기사단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기로 하고 지금은 간략하게 소개를 하겠다.


성요한 기사단은 몰타에 기반을 둔 기사단으로 11세기 예루살렘에 병원을 세워 성지순례를 위해 부상당한 순례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시초가 되어 구호기사단으로 출발했다. 이후 1530년에 몰타로 본거지를 옮기게 되었고 십자군 전쟁과 세계 1차 대전 당시 몰타에서 구호와 의료서비스를 펼치게 된다. 특히 세계 제1차 대전에는 부상당한 수천 명의 군인들을 보살핀 것으로 인해 '지중해의 나이팅게일'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그랜더 하버와 바로 접한 곳에 병원이 세워진 것도 당연하다. 병자와 부상자를 이송하기에 배에서 가장 가까웠기 때문 일터. 이 건물은 세계 제2차 대전 때 폭격으로 상당 부분 파괴되었고 이후 1979년에 지중해 콘퍼런스센터(Mediterranean Conference Centre)로 탈밤꿈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세계 1차 대전 당시 병원으로 사용됐던 지중해컨퍼런스센터, 지중해의 나이팅게일로 불렸던 몰타다.


통상 컨벤션센터라고 하면 큰 규모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입구가 생각보다 작았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졌다.  지중해콘퍼런스 센터는 전체 7,000제곱미터가 넘는 면적이라고 들었는데 실내로 들어서고 나니 비로소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가늠이 됐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메인복도는 그레이트 워드(Great Ward)로 알려진 사크라 인페메리아 홀( The sacra Infermeria Hall)로 전체 길이가 무료 155m에 달한다.  병원으로 사용될 당시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병동이었다고 한다. 약 563개의 병상에 최대로 약 900명의 환자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리셉션 공간으로도 이용된다. 대략 1,4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데 스탠드업 칵테일 리셉션의 경우 2,5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몰타에서 가장 큰 실내공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공연 중간 인터미션 때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간단하게 스낵을 즐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화려한 아치형 천장이 있는 공간은 메인 연회장인 라 벨라타 홀(La Valette Hall)이다. 이곳 역시 상당한 규모인데 일반적인 행사에서는 900명 정도, 스탠드업 행사에는 1,500명 정도의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공간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어 몰타가 유럽에서도 빠지지 않는 콘퍼런스 장소라고 홍보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900명의 환자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었던 그레이트 워드
병원으로 사용됐던 공간은 이젠 고풍스러운 리셉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복도를 걷는 것만으로도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다소 심플한 외관과 달리 실내 가득 느껴지는 중세의 고풍스러움은 공연에 대한 기대를 절로 갖게 했다. 이곳에서 공연은 지중해 컨벤션에서 가장 큰 공간인  리퍼블릭 홀(Republic hall)에서 열렸다. 약 1,40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극장식 스타일로 만들어졌는데 컨벤션에서 대규모 회의를 진행할 때도 이 공간에서 행사를 치른다고 한다. 중세풍이라 시설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대규모 회의나 회의에 적합한 극장 스타일에 조명 및 음향시설, 시청각시설은 물론 최대 8개 국어 동시통역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공연이 열리는 리퍼벌릭 홀은 약 1,400명의 인원을 수용한다.


여기에서 공연은 두 차례를 봤는데 한 번은 4월에 있었던 고조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이었고 또 한 번의 공연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공연이었다. 물론 두 번의 공연 모두 학생할인을 적용받았다. 공연 티켓의 경우 무조건 인터넷으로만 예매를 해야 했고 현장에서는 표를 판매하지 않는다. 인터넷 예매 후 이메일로 받은 PDF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니 OR 코드 입력으로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지중해 컨퍼런스센터의 공연티켓



+ 고조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

코로나로 2년 동안 공연이 멈췄기에 팝음악에 살짝 목말라 있던 터였는데 몰타에서 공연을 스타트하게 되니 기분이 좀 묘했다.  공연은 고조 유스 오케스트라(Gozo Youth Orchestra)와 Gozo’s finest Cash & Band. 의 협연이었다.  즉, 클래식과 밴드 음악의 만남이었던 것. 이번 공연은  '비틀스부터 U2까지(FROM THE BEATLES TO U2)'라는 타이틀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전 공연에는 '퀸과 콜드플레이의 만남(Queen Meets Coldplay)'이라는 같은 콘셉트로 한차례 공연이 있었다. 퀸과 콜드플레이도 좋았을 것 같다.  


공연장 들어올 때 프로그램이 있는 걸 보지 못했기에 셋 리스트가 너무 궁금했다. 마침 내가 앉은 스톨스 좌석(Stalls) 바로 뒤가 콘솔박스라 인터미션 때 음향감독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셋 리스트를 알고 싶다고 물었다. 그랬더니 입구에서 나눠줬는데 못 받았냐며 인터미션 끝난 후 2부 시작할 때 A4지에 친절하게 셋 리스트를 적어주셨다.

총 28곡연주된 비틀즈부터 U2까지


건물이 고풍스러운 것과 달리 전문 공연장이 아니어서 음향이 가장 좋게 들리는 정중앙 콘솔박스 앞에 앉았는데도 소리들이 전부 앞으로 쏠리는 건 단점이었다. 객석은 꽤 넓은 편인데 천장 스피커는 단 2개, 무대 앞에 2개, 앞쪽 벽면에 작은 스피커가 2대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몰타와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새삼 우리나라 공연장의 시설과 음향이 얼마나 좋은지 다시 한번 실감한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소리도 그렇지만 밴드 음악의 경우 소리가 묻혀서 뻗어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것들은 다 잊혔다고 할 만큼 공연은  재미가 있었다.


과연 어떤 공연이었길래 음향의 아쉬움이 묻혔을까?


셋 리스트에서 보다시피 총 28곡이 진행됐는데  1부는 비틀스 메들리로 공연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서 Gozo’s finest Cash & Band가 협연하는 형식으로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이 특이했던 점은 게스트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노래를 딱 한 곡씩만 바로바로 게스트가 교체된다. 게스트는 Keith Anthony, Sarah Bonnici, Chris Grech, Rachel Grech, Francesco Nicodeme, Neville Refalo, Kurt Cassar 및 7 SPP 합창단이었는데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


이어진 2부 공연은 1부보다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비틀스야 워낙 클래식 음악과 잘 어울리는 곳들인데 U2 음악이 오케스트라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건 나만 몰랐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의외의 수확이었다. 오케스트라 편곡이어서 롹 스피릿이 충만하지는 않았지만 모던한 스타일로 편곡된 곡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대부분 한 곡만 부르고 바로바로 게스트 교체


비틀스가 워낙 알려진 명곡이 많기에 익숙하게 아는 노래들이 나오면 몰타사람들도 간간히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 숲'이 셋 리스트에 있었는데 오랜만에 연주로 들으니 참 좋았다. 'Pride'를 노래할 때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곡으로 헌정해 의미를 더했다. 히트곡들이 나올 때는 모두 다 같이 따라 부르고 관객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니 가수들은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기도 하고 무대와 관객들이 점점 하나가 되어 간다.


마지막 곡인 Hey Jude가 불릴 때는 다 같이 일어서 떼창!! 을 하면서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내 옆자리에는 70대의 노부부가 앉았는데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즐기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공연 시작 전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고조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관객 중 대다수가 고조 사람일 거라고 했다. 아! 고조 지역밴드라서 그렇구나 싶었다. 알고 보면 몰타도 몰타본섬과 고조 섬 간에 지역감정이 있다는 사실..

I Want to Hold Your Hand / Beatles


+ 특이했던 인터미션. 

30분이라는 인터미션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에는 좀 길다 싶었는데 이것저것 구경하고 옆 사람들하고 이야기 좀 하고 이러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메인홀에서는 각종 샌드위치와 간단한 스낵에 와인, 맥주 등 다양한 주류까지 판매를 하고 있었다. 저녁을 못 먹고 온 사람들은 인터미션 시간에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가볍게(?) 와인을 즐기는 등 주류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다만 카드는 안 되고 무조건 현금만 사용 가능했다. 몰타 전통과자인  Twistees가 있어 이날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맛은 치토스와 비슷했지만 맛은 훨씬 더 짠 편이었다.  

인터미션 시간에 샌드위치와 스낵 등 다양한 간식을 먹을 수 있다.


멋진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중세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 클래식한 건물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발레타의 밤이다.



덧. 공연을 보러 간 것은 맞지만 그곳에서도 영어 공부는 이루어진다. 옆에 앉은 사람들과도 스몰토크를 하고 인터미션 시간에도 와인 한 잔 하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공연에 대한 이야기부터 몰타에 대한 것들... 그동안 몰타에서 지내면서 궁금한 것이나 몰타의 공연문화는 어떤 것인지 등등... 영어 공부는 어학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적극성이 영어를 빠르게 늘리는 비결이라면 비결.


+ 다음 이야기 : 몰타에서 장기간 생활을 하려면 한식이 필수인데요. 몰타에서 한식 재료 구하기는 어떤지, 어떤 음식을 해 먹었는지 알려드릴게요. 김치도 담그고, 짜장면에 짬뽕도 만들고.. 벌써 재미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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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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