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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May 12. 2023

[몰타여행] BTS도 다녀간 발레타 구석구석 돌아보기

몰타어학연수 제1장 #23 발레타(3) 몰타의 수도 발레타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23 발레타(3), BTS도 다녀간 발레타 구석구석


 지난 글에서 소개한 <발레타(1), 수도 전체가 문화유산>에 이어 발레타 구석구석 많은 볼거리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https://brunch.co.kr/@haekyoung/105


세계에서도 가장 작은 나라에 속하는 몰타는 세계테마기행 등 몇 곳의 여행프로그램에서 다루기는 했지만  가장 크게 알려진 건 바로 BTS 덕분이다. BTS의 여행을 담은 Bon Voyage season3가 몰타에서 촬영됐고 당시만 해도 아는 사람이 극소수였던 몰타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BTS가 다녀갔던 곳은 성지가 되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 포스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시니어 몰타 어학연수여행기를 담았던 '유학 다녀오겠습니다'에 소개되면서 시니어들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로 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BTS von voyage season3가 촬영됐던 몰타, 발레타의 주요 명소인 어퍼 바라카 가든과 성요한 대성당
왼쪽은 세인트줄리앙이고 오른쪽은 임디나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캡처)


ㅁ BTS 방문했던 가게는 이곳에서 

https://brunch.co.kr/@haekyoung/71


지난 포스팅에 요약으로 소개했다면 이번 포스팅에선 수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곳의 주요 볼거리를 소개하겠다.  첫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발레타는 전쟁을 위해 철저히 계획도시로 설계됐는데 반듯반듯한 바둑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발레타의 주요 볼거리들은 발레타 입구인 시티게이트에서 맨 끝에 위치한 엘모어 요새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리퍼블릭 스트리( Republic St.)에 위치한다. 또한, 발레타는 몰타기사단이 세운 도시인만큼 도시 곳곳은 몰타기사단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고 지금도 주요 건물은 몰타기사단이 사용했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반듯반듯한 바둑판으로 설계된 도시, 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두 개의 바라카(Barrakka) 가든, 어퍼 바라카와 로우 바라카

발레타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소개되는 곳은 바로 바라카(Barrakka) 가든이다. 발레타에는 어퍼 바라카(Upper Barrakka) 가든과 로우 바라카(Low Barrakka) 가든 두 개의 정원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위쪽에 있는 어퍼바카라 정원이다. 어퍼바라카 정원에서 바라보는 그랜더 하버의 멋진 모습은 몰타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풍경 중 하나다.  


'바라카(Barrakka)'라는 단어가 너무 생소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는데 영어가 아닌 몰타어였고 '방어구 창고'나 '병영'을 의미하는 'barracks'에서 유래가 된 단어였다. 실제로 16세기에 이곳에 성벽을 지키기 위한 'Barracche'라는 병영이 있었고 옆으로 정원이 있던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원래는 이탈리아 기사단의 개인정원이었는데 이후 대중에게 개방되면서 위쪽에 있는 정원이라고 해서 '어퍼바라카 가든(Upper Barrakka Gardens)'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은 굉장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정원이지만 발레타가 전쟁을 위한 요새도시였다는 것은 '바라카'라는 이름에 영원히 새겨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발레타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어퍼바라카가든은 원래 병영이 있던 장소로 이탈리아기사단의 개인 정원이었다.


분수가 있는 정원도 아름답지만 눈에 띄는 건 아치다. 원래는 아치 위로 지붕이 있었는데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몰타기사단이 부패하자 그들을 몰아내기 위해 사제단이 시위를 벌이면서 무너졌다고 한다. 지붕이 있어도 아름다웠겠지만 뼈대만 남은 아치 덕분에 창문 밖은 지중해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곳이기도 하다. 정원도 정원이지만 어퍼바라카 가든이 유명한 이유는 그랜더하버라는 탁 트인 지중해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쓰리시티즈의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남기게 되는 기념숏
어퍼바라카 가든에서 바라보는 쓰리시티즈는 몰타 여행 책자에서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풍경이다.


발레타와 마주 보고 있는 쓰리시티즈는 몰타의 중세시대 수도였던 곳으로 비르구(Birgu), 생글레아(Senglea), 코스피쿠아(Cospicua) 이 세 도시를 통칭해 쓰리시티즈로 불린다. 영상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요새가 이전 이전포스팅에서 소개한 성안젤로 요새로 몰타 불꽃축제(https://brunch.co.kr/@haekyoung/101)의 특별한 장소로 소개했던  곳이다.


발레타와 쓰리시티즈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중해 바다가 그랜드 하버(Grand Harbour)다. 쓰리시티즈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포스팅할 때 그랜드 하버도 설명하겠지만 오스만 침입 때 몰타에서 오직 한 군데, 바로 성안젤로 요새가 있는 비르구만은 함락되지 않고 오스만의 공격을 막아낸 곳이라 몰타어인 비르구와 함께  '승리'를 의미하는 '비토리오사( Vittoriosa)'로 불리고 있다. 즉 비르구와 비토리오사는 같은 곳이다.

발레타 어퍼바라카가든에서 바라보는 쓰리씨티즈의 모습


어퍼바라카 가든을 유명하게 하는 건 또 하나, 매일 정오에 펼쳐지는 축포 행사다. 하지만 몰타에 장장 7개월을 넘게 있으면서도 나는 이 축포행사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만약 짧은 여행으로 왔다면 축포행사가 특별해서 무조건 시간을 내서라도 축포 쏘는 장면을 봤겠지만 몰타에서 오래 살다 보니 언젠가 한 번은 보겠지, 보겠지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보지 못했다. 여행자와 살고 있는 사람의 차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몰타를 간다면 꼭 한 번은 보고 싶기는 하다. 이 정원 안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윈스턴 처질이 발레타를 방문한 기념으로 건립한 기념비도 있는데 영국의 유명한 정치인을 기리는 기념비로는 유럽에서 유일하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매일 정오에는 축포를 쏘아 올린다.


어퍼바라카 가든에서는 중세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쓰리시티즈에서 촬영된 영화의 장소를 표시해 놓은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아마 여러분들이 봤던 많은 영화들이 의외로 몰타에서 촬영된 경우도 많다. 심지어 우리나라 영화인 '실미도' 역시 몰타에서 일부가 촬영됐다.


가장 최근 영화로는 2022년에 개봉한 '쥐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몰타에서 촬영됐는데 런던을 다녀오고 겨울에 다시 몰타로 돌아오니 여름까지만 해도 없었던 공룡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공원의 분위기와는 안 맞다는 생각이 들어 좀 생뚱맞기는 했다. 어떤 영화가 몰타에서 촬영됐는지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소개해 볼까 한다. (나라는 작은데 정말 이야기가 많죠?)


어퍼바라카 가든에서 왼쪽으로 보면 맨 끝 지점에 초록색 나무가 있는 곳이 로우바라카가든이다. 어퍼바라카 가든이 발레타의 역사적인 명소가 함께 있는 곳이라면 로우바라카 가든은 그야말로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발레타의 가장 끝에 있다 보니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었고 현지인들이 웨딩촬영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두 가든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니 이왕이면 둘 다 가볼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이 정원에서 아치 사이로 보이는 '추모의 종'이 참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다. 일출 때 로우바라카 가든에서 아치사이로 보이는 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엄청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몰티즈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로우바라카 가든
이 풍경이 해가 뜨는 방향이라 일출사진을 찍으면 멋지게 담을 수 있다.


+ 몰타 국회의사당

몰타 시티게이트를 들어서면 현대적인 건물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데 몰타 국회의사당이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는 발레타에서 처음에 마주하는  건물이 너무 현대적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원래 국회의사당이 있던 곳은 발레타 기차역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으로선 몰타에 기차에 다녔다는 게 잘 상상이 안 되는데 1883년에 발레타와 임디나간 철도가 몰타에서 첫 번째로 개통되었고 당시에는 최대 20마일의 속도로 운행을 했단다. 시속 약 32km이니 그리 빠른 편은 아니지만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연결된 철도라 경치도 아름다웠고 당시에는 유럽에서 가장 선진기술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1931년에 기차는 중단이 되었단다. 왜인고 하니, 철도 외에도 자동차, 버스 등 다양한 운송수단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철도 이용 인구는 줄어드는데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결국 기차는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않게 된 것.


그렇게 남아 있던 기차역은 세계 2차 대전 중 이탈리아 공군의 폭격을 받았고 훼손이 되자 이후에는 그곳에 자유광장이 생기고 주로 주차장으로 사용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교통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서 이 주변 지역을 새로운 건축물과 공공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시티게이트'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2011년에 시작된 '시티게이트' 프로젝트는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리처드 렌조피아노(Renzo Pian)에 의해 발레타의 시티게이트와 바로 연결되는 국회의사당이 지금의 현대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원래 발레타 기차역이 있었고 이후 자유광장이었던 곳에 국회의사당이 지어졌다.  (사진 = 몰타 페이스북)


그런데 국회의사당이 현대적인 건물인 것 그렇다 치더라도 도대체 외관 디자인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종이를 열과 줄을 맞춰 오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마치 문방구 뽑기를 다 뽑고 난 종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성난 파도가 일어난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실제 이 건물이 완성되고 난 다음 몰티즈(몰타인)들은 비둘기장 혹은 치즈 강판 같다고 혹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건 벌집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왜 하필 '꿀'이었을까 싶은데 '건축물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평소 렌조 피아노의 철학은 몰타의 이름에서 벌집 모양 디자인을 착안해 냈다.


실제 몰타의 지명이 처음 등장하는 건 사도행전에서다. 사도행전 28장 1절 '멜리데(Melite) 섬에 오르다.'에서 멜리데가 바로 지금의 몰타다. 몰타의 특산품 중 하나는 '꿀'인데 실제 몰타 남쪽을 가보니 꿀을 자연 양봉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벌집 하면 떠올리는 육각의 벌집 모양과는 달라서인지 내 눈에는 아무리 보아도 벌집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 벌집 모양을 만들기 위해 고조에서 석회암을 채석한 다음 이탈리아에서 특정 모양으로 절단하는 등 공정도 복잡했고 따라서 인원도 많이 투입되면서 이 건물을 짓는데 무려 9천만 유로 이상이 들었고 원래 예상했던 마감보다 몇 년이 더 걸리면서 굉장히 큰 논란이 된 건 불 보듯 뻔한 일. 지어질 당시에는 최악의 건물이라는 등 혹평도 많았다고 하는데 여하튼 몰타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건물임에는 틀림없다.


몰타에 기차가 다녔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주차장이 있다는 건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국회 앞마당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쇼핑 아케이드와 마주 보고 있는 국회의사당은 좀 의외였지만 라임스톤 일색인 곳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고자 부단히 노력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란이 많은 건물이긴 해도 주차장이 있는 것보다는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건물이 훨씬 좋게 느껴졌다.  

벌집을 형상화한 국회의사당의 벽면.


+ 오페라 극장

국회의사당에서 바로 이어지는 건물은 현재 기둥만 남아 있어 어떤 공간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데 오페라 극장이다.  1866년에 로열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극장은 이탈리아 양식으로 훼손되기 전의 사진을 찾아보니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하지만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은 건물인 것 같다. 지어진지 채 10년이 안 돼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내부가 큰 손상을 입는 바람에 복원 작업을 통해 다시 문을 연 후 몰타의 주요 극장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세계 제2차 대전에 공중폭격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어 지금의 상태로 남겨졌다.


  '시티프로젝트'때 이곳 오페라 극장 복원도 계획에 있었지만 국회의사당 건축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오페라극장은 일부 정도만 복원된 상태다. 현재는 야외극장으로 간간히 운영되고 있는데 본격적인 성수기 시즌에는 몇몇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꼭 표를 예매하지 않더라도 밖에서도 보이는 데다가 소리도 다 들리기 때문에 굳이 돈을 주고 공연을 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공연을 예매했다가 취소했었다. 그럼에도 오페라극장은 몰타가 세계 2차 대전과도 관련된 곳이었다는 상징성으로 인해 폐허마저도 눈길이 머문다. 밤이 되면 쇼핑거리의 조명들로 인해 폐허가 오히려 더 멋스럽다는 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원래는 이탈리아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오페라 극장은 현재는 폐허로 남아 있다.


+ 성요한 대성당, 몰타 고고학 박물관, 몰타 국립미술관  

발레타에서 꼭 한 곳만 봐야 한다면 바로 성요한 대성당이다. 성요한 대성당은 밖에서 볼 때는 큰 특색이 없는 평범한 성당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로 극강의 화려함이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곳이다. 무엇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그림 두 점이 있는데 '카라바조'의 그림 2점을 성요한 대성당에서 볼 수 있다. 카라바조는 바로크 미술사조의 문을 연 화가로 알려져 있는데 '세례자 요한의 참수'는 카라바조가 유일하게 서명을 남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어쩌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성요한 대성당을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플한 외관과 달리 엄청나게 화려한 내부
카라바조가 그린 '세례자 요한의 참수'는 그가 서명을 남긴 유일한 그림이다.


몰타 고고학 박물관의 경우 큰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던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여겨지는 건축물인 피라미드보다 무려 천년이나 앞서 몰타에서 거석사원이 만들어졌다는 건 믿을 수가 없었다. 현재 몰타에는 7개의 거석신전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고조 섬에 있는 '간티아 신전(Ggantija)', 몰타 본섬 남쪽에 있는 '하가리진 신전(Hagar Qim Temple)', '므나이드라 신전(Mnajdra Temple)'등이 있다. 모두 야외에 노출되어 있는 곳으로 답사를 한다고 해도 유물들은 모두 복제품이고 진품은 바로 이곳 몰타 고고학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2층의 건물은 외관이 굉장히 화려한데 이곳 역시 몰타기사단의 건물로 프로방스 기사단의 숙소로 사용했던 곳이 고고학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발레타 1편에서 소개한 발레타를 계획하고 만든 장 파리소 드 발레트( Jean Parisot de Valette)가 바로 프로방스 기사단의 단장이었다.


성요한 대성당, 몰타 고고학박물관, 몰타 국립미술관은 볼거리가 많아서 개별의 포스팅으로 따로 소개하겠다. 

이집트 프라미드 보다 천 년을 앞선 거석신전이 있는 곳이 몰타다.


+ 몰타 국립도서관 (National Library of Malta)

몰타 시티게이트에서 메인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오면 차례로 국회의사당, 오페라 하우스, 국립고고학박물관, 성요한대성당을 지나면 오른쪽에 넓은 광장이 나오는데 광장 안쪽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몰타 국립도서관이 있다. 국립도서관 건물 앞에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싶은 동상이 하나 눈에 띄는데 작년에 서거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동상이다. 몰타는 196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1800년부터 164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다. 엘리자베스의 남편이 에든버러 공작이 된 이후에도 해군장교로 복무할 때 몰타해에서도 근무를 했다고 하는데 당시 여왕부부는 짧게나마 평범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던 시기였다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무릎을 덮고 있는 레이스 천은 대리석임에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이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레이스 천은 몰타의 특산품 중 하나로 몰타 한국인 가이드인 루피나 씨의 설명에 의하면 실제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도서관 앞은 작은 광장으로 'Caffe Cordina'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커피도 마시고 식사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곳이다.

국립 도서관 앞에는 엘리자베스 2세의 동상이 있다.

 

+ 성조지광장, 그랜드마스터 궁전

국립 도서관을 지나면 발레타에서 가장 큰 규모의 광장이 나오는데 성조지 광장이다. 그리고 바로 오른쪽에 군인이 서 있는 건물은 몰타 대통령 집무실이다. 원래는 이 궁전 안에 국회의사당이 있었다고 한다. 발레타의 크고 아름다운 건물들은 모두 몰타기사단과 관련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곳은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바로 몰타기사단의 단장인 그랜드마스터의 궁전(Grandmaster Palace)이었다. 중세시대에는 기사단장이 이곳에서 지내면서 전체 기사단을 통솔한 곳이다.


또한, 이곳에는 육군 무기고 박물관(Palace Armoury)이 있는데 세계 전쟁사에 빠질 수 없는 몰타 대공방전(Great Siege)의 명장면을 그린 그림들이 유명하다고 했다. 참고로 몰타 대공방전이 벌어진 당시 지도는 로마 바티칸 박물관 지도의 방 첫 번째에 걸려있을 정도로 중요한 전투였다. 하지만 내가 머물던 기간 내내 계속 보수공사 중이어서 볼 수 없었다. 2022년 7월 달 경에 특별한 행사가 있어 임시개방을 잠깐 했던 적이 있는데 뒤늦게 알게 돼서 결국은 보지 못했다. 참고로 2023년 5월 현재도 여전히 보수 공사 중이다.



+ 수상 집무실

몰타는 대통령과 수상이 함께 있는 나라지만 대통령은 대외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내각의 실권은 수상이 가지고 있다. 수상집무실은 시티게이트를 지나 국회의사당에서 어퍼바라카 가든으로 향하다 보면 만나는 광장에 위치한다.  지난 2022년 3월 선거가 있었는데 당시 수상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지지자들이 수상 집무실에 모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고위 인사들을 만난다거나 접근하는 것이 매우 힘든 것과 달리 몰타의 경우 경비가 삼엄하긴 해도 그리 어려운 것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곳에서 출퇴근 하거나 점심 후 커피를 만나기 위해 광장을 산책하는 수상을 만나기도 한다고.  

수상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지지자들 (2022년 3월)


+  해협거리(Strait Street), 한때는 홍등가

발레타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답게 중세에 만들어진 바둑판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메인 도로 하나만 걸어도 웬만하게 중요한 볼거리들은 다 볼 수 있는 곳이지만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이곳저곳 걸어보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곳이 바로 발레타다. 골목마다 느낌도 다르고 계절마다 골목을 치장하는 것도 다르고 특히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 발레타이기도 하다. 예쁜 골목들도 많고 카페나 레스토랑도 많아서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쉬어가기도 정말 좋은 곳이다.

발레타의 골목들  


발레타의 수많은 골목 중 가장 유서 깊은 골목은 해협거리다.  해협거리라는 이름은 지중해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해협인 지브롤터 해협(Strait of Gibraltar)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몰타 역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가진 곳이라 영국통치시절에 해협거리로 정해졌다.


이곳은 몰타기사단 시절부터 있었던 유명했던 거리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영국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이 골목에는 많은 클럽, 카페 등이 밀집된 지역이었고 몰타기사단의 병사들, 각국의 해군 병사들, 선원들, 몰타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한 사람 등 그야말로 세계각국의 엄청난 사람들이 유흥을 위해 몰리는 곳이니 홍등가가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그러다 보니 골목에서는 싸움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 카라바조가 몰타에서도 다시 살인을 저질러서 감옥에 수감되는데 어쩌면 이 골목에서 사건이 일어난 건 아닐지 뜬금없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도 당시의 간판들이 벽면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데 'the old vic cabaret every evening'이 있어 궁금해서 찾아봤다. 라이브 음악과 스트립쇼가 열리는 클럽으로 20세기 중반까지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곳인데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도 이 클럽을 다녀갔다고 한다. 현재도 이 골목에는 다양한 종류의 펍과 카페 레스토랑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데 발레타에서 유일한 한식당인 '순이'도 이곳에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해협거리는 몰타기사단이 있던 시절부터 각국의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몰렸던 곳으로 영어, 이탈리아어, 몰타어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몰타기사단의 군인들과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바텐더부터 심지어는 콜걸들까지 수많은 몰티즈들이 영어를 배웠고 점점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하니 몰타는 몰티즈라는 고유언어와 함께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가 된 건 영국식민지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일정 부분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몰타에서 가장 유서깊은 골목인 해협거리


마음 끌리는 대로 이리저리 걷다 보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반드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 골목을 만나게 된다. 몰타에 도착한 첫날 발레타가 수도라는 것 외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걷다가 골목이 예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발레타에서 가장 예쁜 골목이라도 소개된 골목이 바로 이곳이어서 깜짝 놀랐다.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은 똑같다. 낮에도 밤에도 아름다운  발레타의 골목이다.

발레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


몰타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역사 속에 등장하는 모든 문명이 거쳐갔기에 다양한 이야기와 수많은 문화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런 연유로 고작 직선으로 1km 남짓한 발레타지만 수많은 볼거리가 있어 2편으로 작성했음에도 아직도 다 소개한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히 계속 풀어보겠다.


+ 다음 이야기 : 몰타에서 공연관람 하기, <마노엘극장과 지중해콘퍼런스센터>

손열음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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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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