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정해경 Nov 27. 2023

런던 사람처럼 런던 공원 즐기기 [런던라이프]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9 런던 공원 백배 즐기기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9 런던 공원 백배 즐기기   


 #9 런던 사람처럼 런던 공원 즐기기


도심의 공원 투어 만으로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런던에는 공원이 많다. 하이트 파크나 장미정원이 유명한 리젠트 파크 등은 런던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명이 익숙할 정도다. 런던 공원에서 현지인들처럼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지만 볼거리가 많고 할 것이 많은 런던에서 한가롭게 공원에서 누워 있기란 다소 긴 호흡의 여행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에겐.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가던 멋진 공원은 있기 마련인데 매번 여행 전에는 '이번에는 공원에서 현지인들처럼 시간을 보내봐야지' 마음을 먹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낯선 도시에선 색다른 볼거리에 마음이나 눈이 먼저 끌리니 공원에서 한갓진 시간을 보내보겠다는 생각은 생각만 할 뿐.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좀 달랐다. 어학연수로 여행보다 긴 시간을 런던에서 머물게 되니 비로소 여행자 모드에서 벗어나 반쯤은 현지인의 발걸음으로 다니게 된 런던이었다.


+ 햄프스태드 히스(Hapmstead Heath), 팔러먼트 힐(Parliament Hill)

공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따로 수많은 출입구가 있다.


+ 손흥민이 거주한다는 햄프스태드 히스


수많은 런던의 공원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원은 햄프스태드 히스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찾았던 햄프스태드 히스였으나 런던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갔던 공원이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원이 되었다.


여행자들이 런던 시내에 위치한 유명한 공원을 두고 통상적인 런던 관광지 동선을 벗어난 햄프스태드 히스를 찾는 이유는 딱 하나. 영화 '노팅힐'의 촬영지인 '켄우드 하우스'가 있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haekyoung/200) 하지만 켄우드 하우스는 햄프스태드 히스의 극히 일부분일 뿐. 심지어는 켄우드 하우스를 갔다 온 사람도 그곳이 햄프스태드 히스 공원이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집에서 햄프스태드 히스 공원까지는 튜브나 버스로 갈 수도 있지만 산책 삼아 주로 걸어 다녔는데 공원까지 걸어가는 길도 참 좋았다. 조금 북적이는 주택가를 지나면 이내 호젓한 길로 접어드는데 공원이 가까워질수록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고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건축물을 볼 수 있어 1시간 정도는 가뿐하게 걸을 수 있었다.


햄프스태드 히스란 지명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토터텀의 손흥민 선수가 살고 있는 곳으로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다. 이 지역은 런던에서 가장 비싼 주택이 있고 수많은 백만장자가 사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예술가, 문인 등이 많이 살고 있는 부촌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개인적으로는 위치도 그렇고 지역적인 느낌도 그렇고 평창동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이 프라이빗 주택단지 안에 손흥민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햄프스태드 히스 도착했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건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공원이 아니었다. 햄프스태드 히스는 약 320헥타르, 약 천만 평에 달하는 곳이라 하루종일 걸어 다녀도 공원을 다 돌아다니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엄청난 규모도 규모에도 놀랐지만 더 놀라운 건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자연 생태계 그대로 모습을 간직한 곳이었다.  사진만 보면 런던을 훨씬 벗어나 울창한 삼림이 펼쳐지는 국립공원 느낌인데 이곳이 런던 2 존, 즉, 도심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튜브 노든 라인까지 약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야생의 숲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은 아무리 런던이 자연친화적인 도시라고 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헨리 8세(Henry VIII)의 사냥터였던 곳으로 이 지역에서 사냥과 매사냥이 금지되기도 했었기에 자연의 생태계가 현재까지도 오롯이 보전되고 있는 것이었다. (런던 시내 도심의 경우 헨리 8세의 사냥터였던 곳이 공원으로 된 곳이 꽤 있다.) 도시를 떠나지 않도고 야생의 숲과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도심에서 허파 역할을 하는 야생의 숲으로도 꽤 많이 주목을 받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이 일대로 비싼 고급주택단지가 건설된 됐다고.

약 천만 평에 달하는 햄프스태드 히스 공원은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드넓은 햄프스태드 히스에서 현지인들에게 특히 유명한 곳은 런던에서 가장 놓은 팔러먼트 힐(Parliament Hill)다. 햄프스태드 히스 지역 자체가 언덕 지역이라 런던에서 높은 곳인데 이중 팔러먼트 힐은 해발 약 100m 정도로 런던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힐 정상이 아니어도 지대가 높은 곳이라 런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팔러먼트 힐 정상에서는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 런던 도심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공원의 울창한 나무를 배경으로 런던 도심 빌딩이 펼쳐지는 이색적인 풍경은 압권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햄프스태드 히스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고, 머무는 곳도 팔러먼트 힐이었다.

팔러먼트 힐에서 바라보는 런던의 빌딩


그렇다고 팔러먼트 힐이 전부는 아니다. 팔러먼트 힐에서 도심을 정면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만 돌리면 이젠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가장 높은 곳이 팔러먼트 힐이 맞기는 하지만 이 일대가 다 높은 지대이기 때문에 꼭 팔러먼트 힐이 아니어도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어디에서든 런던의 빌딩숲을 마주한다.  


내 마음에 드는 곳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는다. 눈앞에는 자연이란 멋진 녀석이 그려놓은 풍경 한 점은 오롯이 내 차지다.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는 위로를 받게 되던 곳, 이곳에서 비로소 마음 바쁜 여행자 모드를 온전히 내려놓는다.   

어디서든 바라볼 수 있는 런던 도심의 풍경


언제 가도 좋은 곳이지만 계절적으로는 가을, 시간적으로는 해 질 녘이 가장 좋았다. 하늘이 분홍빛으로 차츰차츰 물이 들어가는 풍경을 온전히 마주한다. 매직아워는 덤이다. 집이 상암이라 마음만 먹으면 하늘공원이고, 노을공원이고 한강이니 언제든 볼 수 있는 풍경이었건만 서울에선 어쩌자고 이런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보지 못했을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맥주라고 한 잔 하고 싶은데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외로움이 폭풍처럼 밀려오는 런던의 저녁 으스럼한 시간이었다.

감성이 폭발하던 해 질 녘


런던에 온 지 두 달, 햄프스태드 히스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이 되니 공원은 또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공원을 찾는 사람들도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에 맞춰 소녀가 까르륵까르륵 웃음을 터뜨리며 가을 속으로 뛰어간다. 보고만 있어도 평화롭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다.


걸을 때마다 발에 치며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나뭇잎 하나를 주워들었다. 온 사방이 울긋불긋 총 천연색의 물결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공원에서 보내는 시간도 두 배 혹은 세 배로 늘어났다. 숲 속을 걸어도 좋았고 걷지 않아도 좋았다.

가을이 무르익던 햄프스태드 히스

특이한 건 이 공원에는 여러 개의 호수가 있는데 자연호수를 그대로 공공 수영장으로 만든 곳이 3개나 있었다. 늦여름에 이곳을 찾았을 때 간혹 수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었다. 가을이 되니 수영하는 사람보다 호수 곳곳에 울타리를 둘러친 곳에 친구 혹은 연인끼리 단풍을 즐기며 삼삼오오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런 곳이 런던 도심이라니


넓어도 너무 넓은 곳이라 런던에 있을 동안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이지만 숲 속으로 난 트레킹 코스를 전부 다 걸어보는 건 불가능했다. 런던을 떠나야 하는 날을 며칠 앞두고 마지막으로 햄프스태드 히스를 한 바퀴 돌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뒤를 돌아보니 유유히 새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마치 다음에 다시 오라는 듯 인사를 건넨다는 건 순전히 내 착각이지만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울 정도로 정이 너무 들어버린 햄프스태드 히스였다.

햄프스태드 히스 안녕



+ 프림로즈 힐(Primrose Hill) 


리젠트 파크와 접하고 있기도 하고 캠던 마켓에서도 걸어갈 수 있는 프림로즈 힐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꼭 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햄프스태드 히스의 팔러먼트 힐보다는 낮지만 이곳에서도 런던 도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팔러먼트 힐은 몰라도 프림로즈 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프림로즈힐의 첫인상은 다소 실망이었다. 팔러먼트 힐의 웅대한 자연을 먼저 만난 탓에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다소 밋밋하기도 했고 정상 부분이 너무 인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약 63m의 야트막한 언덕 프림로즈 힐
프림로즈 힐 정상의 모습


프림로즈 힐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전부 약속이나 한 듯 한 곳을 바라보고 앉는다. 이곳에서 할 일은 그게 전부다. 런던 도심에서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녹지가 많아서 답답한 느낌은 1도 없는 런던인데도 이곳에만 앉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그저 언덕에 앉아서 도심 빌딩을 구경하는 것이 전부임에도 다소 실망이었던 첫인상과 달리 프림로즈 힐이 좋아졌다.

프림로즈 힐에서 바라보는 런던 도심의 빌딩


런던에서 우연히 20년 만에 지인을 만났던 날에도 어김없이 우리 둘은 프림로즈 힐을 찾았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고 싶었다던 그녀와 그곳에서 누군가와 맥주 한 잔 하고 싶었던 나. 밀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0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간격을 좁힌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야경이 좋다고 하지만 내가 찾았던 날은 번번이 날씨 요정이 따라오지 않았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모든 날이 다 좋았던 프림로즈 힐이었다.

해 질 녘의 프림로즈 힐


+ 핀즈베리파크(Finsbery Park)

런던 도심에 있는 공원을 자주 가지 않은 건 햄프스태드 히스라는 공원을 정말 좋아했기도 했지만 집 바로 근처네 핀즈베리파크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기도 규모가 상당했고 공원에서 파클랜드 워크가 바로 연결되니 이 공원 산책만으로도 굳이 다른 공원을 찾아갈 이유가 없었다. 햄프스태드 히스를 가지 못할 때는 무조건 핀즈베리 파크를 산책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공원 산책


공원을 자주 가다 보니 몇 가지 눈에 띄는 활동이 있었다. 텃밭을 가꾸는 커뮤니티도 있고 드럼 커뮤니티도 있었다. 한 번은 직접 드럼 커뮤니티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꼭 회원이 아니어도 상관없고 처음이어도 상관없는 드럼 쨈이었는데 다양한 드럼 악기를 동원해 두드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흥이 절로 차오르는 활동이 꽤 흥미로워 보였다.


한참을 서서 구경을 하고 있자니 한번 해보겠냐고 적극적으로 권한다.  잘하지 않아도 알려주는 박자에 맞춰 두드리기만 하면 되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어 보였는데 동양인은 오직 나 혼자라 그런지 갑자기 급부끄러움이 몰려왔고 결국 보기만 했다. 아마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어 한번 해보고 나면 자꾸 하고 싶어질 것 같아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고작 한 달 반 정도 살았던 핀즈베리파크였는데 공원을 자주 가다 보니 서울이 아니라 이곳에 오래전부터 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숙해진 핀즈베리파크였다.

동네 주민 커뮤니티 드럼 잼.



+ 하이드 파크(Hyde Park)

명실공히 런던의 공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하이드 파크는 의외로 런던에 있으면서 한참 뒤에 가봤다. 여행으로 왔더라면 어쩌면 일 순위였을 하이드 파크인데 런던에서 살아보니 꼭 하이드 파크가 아니어도 근처에 갈만한 공원이 많으니 굳이 하이드파크까지 일부러 찾아갈 필요가 없긴 했다.


하이드 파크를 찾았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역시나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공원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도 16세기말 헨리 8세가 사냥을 즐기기 위해 만든 곳으로 초기에는 왕실 전용 사냥터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673년에 일반 대중에게 개방됐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떤 곳은 사냥터 당시의 모습을 짐작케 하는 곳도 있긴 했다.

이곳이 정녕 런던 도심 한복판이란 말인가


런던 시내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워낙 넓은 곳이라 런던 시민들은 이곳에서 휴식, 산책, 운동 등은 물론이고 여름에는 공연이,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하이드 파크에서 눈을 사로잡는 건 호수의 백조와 오리였다. 엄청난 개체의 오리들과 간간이 보이는 백조는 하이드파크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하지만 호수 가까이 다가갈수록 와- 냄새가, 냄새가,, 나도 오리 구경도 하고 호숫가에서 좀 오래 머물고 싶었으나 냄새 때문에 도저히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하이드파크에서 오리와 백조 구경하기


호수와 접하고 있는 곳에 다양한 펍과 카페가 있는 점은 부러웠다. 요즘 한강에 편의점 외에 한 두 개씩 레스토랑이 생기고 있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좀 부족한 느낌이 있다 게다가 강가 바로 근처에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라니- 한강에도 이런 펍이 있다면 참 좋겠다 싶었다.


하이드 파크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다이나바 비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인 플레이 그라운드였다. 펜스가 둘러쳐져 있고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줄을 엄청 길게 서 있어서 왜 그런가 했는데 안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 일정 인원을 관리하고 있었던 것.


플라이 그라운드 안에는 물놀이장을 비롯해 어린이들을 위한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놀이 시설이 있어서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해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눈을 반짝이며 물놀이장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워낙 많아 내 차례까지 오긴 힘들 것 같아서 다시 공원 안으로 걸었다.   

다이아나 메모리얼 파크


다리도 슬슬 아프고 어디엔가 좀 앉아야겠다 싶었는데 호수를 따라 걷다가 발견한 캠핑사이트. 캠핑 의자의 경우 본인이 지참한 것은 아니었고 일정 기간 이 장소에 캠핑 의자를 마련해 둔 것 같았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느긋하게 즐기는 공원의 풍경이다.

하이드 파크 캠핑 사이트


+ 세인트 제임스 파크(Saint James's Park)

하이드 파크와 함께 영국 로열파크 중 하나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영국 여왕 서거가 아니었다면 가보지 않았을 공원이다. 2022년 9월 영국 여왕이 서거하면서 추모로 인해 런던 시내는 모든 차량이 통제되었고 상시 통행이었던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도 동선이 제한되면서 어떤 곳은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버킹엄 일대 동선이 통제되는 바람에 버킹엄까지 세인트 제임스 파크 쪽에서만 접근이 간능했다.


궁에서 관리하는 공원이라 뭔가 특별할 것 같았는데 조경이 엄청나다거나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수종들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런던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런던의 여느 공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다른 공원과 차이점이라면 호수를 배경으로 버킹엄 궁전도 보이도 반대편으로 다우닝가와 런던 아이가 보이는 풍경 정도인데 그 모습이 색달라서 좋았다.  


호수 반대편 쪽,  다우닝가에서 연결되는 곳에는 Duck Island Cottage라는 곳이 있는데 날씨가 맑았다면 그곳에서 보는 풍경도 좋은데 하필 그날이 비가 오고 날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것 하나쯤은 남겨놔야 다음에 또 가보지 않겠는가.

버킹엄 궁전 옆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


그밖에 내가 흡사 한강에 앉아 있는 건가 싶던 느낌이 들던  리젠트 파크(Rizent Park)도 있다. 리젠트 파크 분위기가 너무 익숙하다 싶었는데 언뜻 평화의 공원 호수를 그대로 한강에 옮겨 놓은 분위기가 들어 신기했다. 리젠트파크는 장미정원으로 알려진 퀸 메리스 로즈 가든스(Queen Mary's Rose Gardens)이 특히 유명하다. 어학원에서도 가까운 곳이라  장미꽃도 볼 겸 걸어서 한번 가볼까 했는데 7월 말에 런던에 간 지라 이미 다녀온 친구들이 장미는 다 지고 없다고 했다. 대신 프림로즈 힐을 가던 날 호수만 한 바퀴 돌았다.

평화의 호수와 한강을 묘하게 합쳐 놓은 것 같은 리젠트 파크


일반 여행자보다 런던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기도 하고 산책을 좋아하다 보니 확실히 런던의 공원을 찾는 횟수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렇다고 공원에서 현지인들처럼 즐길 여유를 완벽히 장착한 건 아니었다. 자연을 오롯이 누리거나 그저 멍 때리고 있기에는 나이 들어 뒤늦은 어학연수 생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음악 대신 영어 리스닝을 위한 녹음 자료를 듣는 것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마저도 지나고 보니 좋은 추억이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고.

프림로즈 힐에서 영어 단어와 문장 외우는 중



+ 다음 이야기 :  축알못이지만 손흥민 경기는 봐야지. 







+ 구독하기, 라이킷, 댓글 부탁드려요~ 글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

+ 알림 설정을 해두시면 가장 먼저 글을 받아보실 수 있어요. ^^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몰타'는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런던어학연수 #런던라이프 #런던여행 #런던 #london #londonlife

#몰타어학연수 #몰타라이프 #몰타여행 #몰타 #malta #maltalife

이전 08화 나만 알고 싶은 시크릿,더힐가든앤드퍼골라,켄우드하우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