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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Dec 05. 2023

입이 쩍, 콜드플레이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12 콜드플레이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11 콜드플레이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관람기 

콜드플레이 월드투어 런던 


+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어떤 느낌일까?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Wembley Stadium)'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이름, 퀸(Queen)이다. 지난 2015년 퀸의 프레디 머큐리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전설적인 공연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마지막 씬인 라이브 에이드 실황장면을 스크린으로 보는 내내 7만 관중이 함께 하는 공연장이 열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만 해도 런던은, 영국은 내게 그리 흥미 있는 도시가 아니었기에 막연히 언젠가 한 번은 꼭 저곳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잊혔다. 


그러던 것이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결정하고 나니 불현듯 마음속이 요동치며 '런던에 있는 동안 웸블리에서 꼭 한 번은 공연을 보고 싶은데 이왕이면 콜드플레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각났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해외 투어 일정이 대부분인 콜드플레이가 내가 머무는 기간 동안 런던에서, 그것도 웸블리에서 공연이 설마 있을까 싶었는데...


설마,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축구 경기 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있었던 웸블리 경기장의 연혁 중 내 눈에 원픽인 라이브 에이드 



+ 소장욕구 뿜뿜 콜드플레이 콘서트 티켓 

몰타에서 런던으로 가는 날짜가 정해지고 혹시나 해서 콜드플레이 콘서트 일정을 확인했다. 때마침 8월에 런던에서 3차례 공연이 있는 것이 아닌가. 설마 했는데 진짜 공연이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미 좋은 좌석표는 대부분 매진이었고 그나마 3층 가운데 좌석이 있어서 예매를 하니 표 2매에 60만 원. 맙소사. 


우리나라라면 VIP로 제일 좋은 자리에 앉고도 남을 가격인데 3층 꼭대기 자리가 30만 원이라니 싶어 눈이 뒤집어졌다. 너무 비싼 가격이었지만 내가 언제 또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보겠나 싶어 눈을 딱 깜고 질렀다.  (런던 어학원 친구도 같은 날 공연을 봤는데 그 친구는 거의 20만 원 대 공연좌석이었는데 내가 예매한 사이트가 수수료가 비싼 구매대행사였다. ㅠㅠ) 


티켓은 PDF 파일로 메일이 왔다.  3면의 접지선이 있는 A4 크기의 티켓은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공연 티켓, 영화 티켓에 저마다 공연 특성을 담고 있어 공연을 본 후 티켓을 모으는 재미가 솔솔 했다. 요즘 티켓에는 공연이고 영화고 할 것 없이 공연명, 장소, 시간 등의 텍스트만 인쇄된 티켓이라 공연 보고 나면 그뿐이었다. 비록 메일로 날아온 PDF 파일의 콜드플레이 공연 티켓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티켓이었다. 


티켓 디자인만 예쁘다고 생각했지 거기에 적힌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공연 당일 입장할 때 완전 멘붕에 빠졌다. 

고이 출력해서 잘 보관하고 있는 콜드플레이 콘서트 티켓 


+ 우리나라와 다른 입장 시스템 

우리나라의 경우 공연장은 물론이고 월드컵 경기장도 올림픽 주 경기장도 입장할 때 검표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는 시스템인데 우리와는 좀 달랐다. 사람이 표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직접 입장권 바코드를 인식시킨 뒤 지하철 개찰구 들어가듯 육중한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었다. 또한 만에 하나 테러 등의 사태에 대비해 가방검사는 필수였다. 


내가 예매한 좌석이 그린 색이었기에 그린존 입장 시간인 5시에 맞춰 30분 넘게 줄을 선 뒤 들어가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몰타에서도 종이티켓이 필요 없고 메일로 받은 티켓의 바코드만 있으면 입장이 가능했기에 종이티켓을 출력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저장을 했는데 스마트폰에 저장한 티켓이 인식이 안 됐다. 당일 일일 안내를 맡은 직원들 밖에 없으니 직원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긴 했는데 그 사람의 경우 종이티켓을 출력해 와야 한다며 아예 돌려보냈다. 어디 가서 종이 티켓을 출력한단 말인가 싶어 종이 티켓을 챙겨 오지 않은 걸 뒤늦게 후회하고 입장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 친절한 진행요원을 만났고 하나하나 일러주며 티켓을 확인시켜 주는데 그제야 보이는 영어 단어 'turnstile D(개찰구)'였다. D 개찰구로 가야 하는데 F 개찰구여서 티켓 인식이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예매한 좌석색이 그린 색이라 그린존인 줄 알았는데 그라운드석만 그린존이었고 그린존 티켓만 바코드 인식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티켓만 있으면 어느 개찰구든 상관없이 들어갈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정해진 개찰구로만 입장을 해야 할 줄이야.  


아무리 공연의 경험이 많아도 돌다리는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 그렇게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난 뒤 D 구역으로 무사히 입장을 할 수 있었다. 

바코드를 직접 찍은 뒤 지하철 개찰구 들어가듯 원형의 바를 통과해야 한다. 


+ 9만 관중을 수용하는 웸블리 스타디움 

튜브 웸블리역에 내려 출구로 나오면 정면으로 웸블리 스타디움이 보인다. 초행이고 엄청난 인파가 몰릴 걸을 대비 해 오후 4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웸블리 스타디움에 도착했기에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 역으로 밖으로 나가는데 손글씨로 뭐가 잔뜩 적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중간중간에 콜드플레이 노래 제목을 적절히 넣어 지구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적어 놓은 듯했다. 뭔가 묘하게 라임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콜드플레이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가수고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환경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는 가수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공연과 음반 수익의 10%를 환경 자선단체인 클라이언트 어스(Client Earth)에 기부를 하고 있다니 참 대단하다 싶었다. 


어느 공연장이건 지하철 공공 안내문에 기후위기, 지구 환경 등에 관한 메시지를 낸다는 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놀라웠다. 단순히 이런 메시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연장에서도 기후위기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서 더 놀라웠다. 


런던은 콜드플레이의  공연뿐 아니라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도 '환경'과 관련된 주제는 빠지지 않았다. 다양한 문화적인 형태로 런던 시내 곳곳에서 관련 내용을 접하다 보니 요즘 런던이 최우선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건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환경 위기'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선진국이 괜히 선진국이 아닌 것이다. 

튜브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웸블리 스타디움
콜드플레이 노래 제목을 활용해 환경과 관련된 메시지를 적어 놓았다. 
튜브에서 직선으로 이어지는 웸블리스타디움까지도 한참이나 걸어야 한다. 


튜브에서 보이는 스타디움까지도 한참이나 걸어야 했다. 걸어가는 도중에 양쪽 거리에 가게들이 있었는데 가장 크게 자리를 잡은 건 웸플리 팬파크였다. 공연이 몇 시간이나 남아 있는 상황인데도 팬파크 입장을 하기 위해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안에는 푸드 코너와 펍들이 있고 기념품 가게가 있는 곳이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딱히 먹을 건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펍, 피자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팬파크 


공연장까지 가는 길에 콘서트 관련 굿즈를 파는 곳이 여러 곳이 있어 기념티나 한 장 살까 싶었는데 세상에 티셔츠 한 장 가격이 약 4만 원. 너무 비싼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이 너무 비싸잖아. 저런 걸 왜 사'하고 돌아섰다. 한때 콘서트 티를 기념으로 사기도 했으나 요즘은 내 가수인 조용필 님 공연 티셔츠도 아예 사지를 않는다. 


그랬는데 어떤 사람이 콜드플레이 기념티를 입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등판은 콘서트 장소가 날짜별로 적혀 이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이 입고 있는 티셔츠는 2018년 티셔츠였다. 그걸 보니 갑자기 콜드플레이 티가 사고 싶어졌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서울에서 콜드플레이 공연이 이뤄진다면 런던에서 산 티를 입고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비싼 가격에 안 산다고 손을 내저었는데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어느새 티셔츠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내가 한없이 가볍게 느껴졌다. 2022년 런던 공연의 경우 한정판으로 런던의 주요 명소들이 콜드플레이 디자인과 함께 프린팅 되어 있다는 걸 핑계 아닌 핑계로 삼았다. 

서울에 콜드플레이 공연을 하게 된다면 런던에서 산 티를 꼭 입고 갈 거야!!!


+ 왜 콜드플레이 공연이냐고요? 


지난 2017년 콜드플레이의  내한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적인 가수의 첫 내한 소식에 예매당일 서브가 다운되고 난리가 아니었고 1회 차 공연 계획은 폭발적인 인기에 2회 차로 늘려야 했다. 콜드플레이란 가수에 대해서 잘 몰랐던 시절이었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이 정도 난리인가 싶어 호기심에 이끌려 공연을 보러 갔다. 


조용필 님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많이 봐서 어지간한 대형 공연에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게다가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공연도 잠실 주 경기장이었는데 그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는데 콜드플레이 공연은 진짜 넘사벽이었고 비교불가였다. 그의 무대에, 그의 노래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꼭 한 번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콜드플레이 공연을 꼭 보고 싶었다.

2017년 서울 잠실에서 열렸던 콜드플레이 공연 


+ 방탄도 공연한 웸블리 스타디움. 


웸블리 스타디움은 1923년 대영제국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막상 스타디움에 도착하니 주변도 그렇고 너무 신상이다 싶었는데 기존 스타디움이 너무 낡아서 2007년에 이 일대 재개발과 함께 새로 지어진 것이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 2002년 월드컵으로 인해 다시 지어지고 주변 환경이 정비된 것과 몹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한동안 토트넘 홈구장으로 사용하다가 지금의 자리에 토트넘 구장이 새로 지어지면서 현재는 잉글랜드 축구팀 대표 경기나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관중석이 약 9만이라고 하는데 상암 월드컵경기장 약 6만 7천이고 잠실 종합경기장 약 6만 5천 석이니 대략 3만 명이나 더 수용하는 규모인데도 불구하고 체감상으로는 우리나라 경기장에 비해 엄청 크다는 느낌은 좀 덜했다. 다만 잠실 주 경기장과 달리 축구전용 경기장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잠실 주 경기장 3층에 앉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명이나 음향타워 외에 특이한 건 양쪽으로 트램펄린 2개가 설치됐는데 무슨 용도인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트램펄린을 뛰게 되면 전기에너지로 전환되어 옆의 조명타워에 일정 부분 전원을 충전하는 시스템을 연출한 것이었다. 환경을 다룬 방송에서 일회성으로 다루긴 해도 공연장에서 이런 시도를 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기다리는 중간중간 모니터에도 환경에 관한 내용의 영상물도 상영이 됐는데 콜드플레이가 환경에 얼마나 진심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연 3시간 전 풍경 


쓸데없이 공연장을 너무 일찍 간 탓에 공연 시작까지 3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지만 시간은 금방 흘렀다. 본 공연에 앞서 다양한 가수들의 무대가 있었지만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공연시간까지 출출하니 간단하게 뭘 좀 먹기 위해 나갔다. 토트넘 경기장에서도 그랬지만 웸블리 스타디움 역시 사람들이 아무 데나 철퍼덕 앉아서 공연시간까지 기다리며 맥주도 마시고 얘기도 나누는 광경은 참 익숙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 첫 곡부터 스탠딩, 같은 마음으로 외쳤던 콜드플레이 


텅 빈 그라운드석이 가득 메워졌고 객석도 빈자리 하나 없이 빼곡하게 다 들어찼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파도를 타기 시작했고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은 달아올랐다. 


저녁 8시 30분. 콜드플레이 곡이 연주되면서 크리스마틴과 밴드들이 대기실에서부터 무대까지 오르는 모습이 주 스크린에 비친다. 두근두근. 고대하던 콜드플레이 공연의 막이 올랐다.  


이런 공연장의 사운드는 어떨지 궁금했다. 그라운드 석에 조명과 함께 음향타워가 4개 설치됐고 객석 천장에 6개의 음향 사운드가 설치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향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아쉬웠다. 경기장이 너무 큰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앉은 곳에서는 음향이 웅웅 거리며 많이 울리는 편이었다. 기타 사운드가 약하니 드럼 사운드는 상대적으로 너무 강했다. 매력적인 크리스 마틴의 저음은 완전히 퍼져서 많이 아쉬웠지만 내가 런던에서, 그것도 윔블리에서, 눈앞에서 콜드플레이가 있는데 무슨 상관인가 싶긴 했다. 

빈자리 하나 없이 꽉 메운 웸블리 스타디움 


조용필 님 공연에서 스탠딩을 하고 싶은 날에는 그라운드 석의 맨 뒷자리, 혹은 2층, 3층의 맨 뒷자리를 예매한다. 어차피 맨 끝 줄이니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첫 곡스탠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런던은 맨 뒷자리도 아니고 3층 중간 자리인데 공연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혹여 스탠딩 한다고 나무라지는 않을까 지레 걱정을 했다. 


기우였다. 당연하다는 듯 관객들은 첫 곡부터 올 스탠딩에 떼창이다. 

런던 공연분위기 미쳤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긴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 스스로 파도를 타는 분위기니 말해 무엇하랴. 


공연은 처음부터 내달린다. Paradise, Charlie Brown, The Scientist, Viva La Vida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공연 1시간 안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한꺼번에 모두 쏟아져 내린다.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익숙한데도 무대에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주위에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무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콜드플레이의 연주와 크리스 마틴의 비음 섞인 목소리, 온몸을 던지는 퍼포먼스는 이 공연에 초대된 모든 이의 마음속을 헤집는다. 


내가 너무 집중해서 공연을 보고 있으니 옆 자리에 앉은 런던 할아버지가 묻는다. 


"너 콜드플레이를 어떻게 알아?" 

" 2017년에 한국에 왔었고요. 그때 보고 반해서 런던에서 꼭 공연을 보고 싶었어요." 


할아버지가 활짝 웃더니 

"너 오늘 울지도 모르겠구나!" 라면서 나를 놀렸다. 


옆에 앉은 할아버지와 공연메이트가 되어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같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Yellow’가 불리자 할아버지는 콜드플레이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어린아이처음 웃으셨다.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자일로 밴드가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공연 


날이 어둑해지자 콜드플레이 전매특허인 자일로 밴드가 공연의 열기를 더욱 부추긴다. 축구 전용경기장답게 그라운드와 좌석 간의 거리가 없으니 그야말로 그라운드부터 객석 꼭대기까지 휘황찬란한 불빛이 노래마다 환상적인 밤을 불러낸다. 콜드플레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이 자일로 밴드의 역할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게다. 


크리스마틴이 돌출무대로 뛰어나오면서 항상 부르는 노래이기도 한 'Viva La Vida'가 불리자 과장하면 경기장 뚜껑이 날아갈 정도의 함성이 떼창으로 이어졌다. 적어도 나에겐 멜로디만으로도 용기가 차오르는 노래 'Viva La Vida'에선 절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Viva La Vida
돌출무대에서 크리스마틴


코로나 기간에 BTS와 협업한  'My Universe'를 라이브로 들으면 어떤 느낌일지 몹시 궁금했다. 히트곡들이 연달아 불리니 체력이 약간 방전될 즈음 갑자기 한국어 랩이 들리는 게 아닌가.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BTS의 음색과 한국어 가사도 신기한데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이 다 따라 부르니 촌스럽게도 어깨뽕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혼자 감격에 감격이.. 


라이브로 듣는 My Universe는 자일로 밴드와 무지개 조명이 더해지니 진짜 환상 그 자체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곡이 A sky full of stars였는데 아.... 진짜.... 할 말을 잃었다.... 두 곡이 무슨 쌍둥이 곡인 마냥 너무 잘 어우러지는데 입이 안 다물어졌다. 분명 런던에서, 내가 그렇게 원했던 웸블던 스타디움에서 콜드플레이 공연을 보고 있는데도 실감이 안 났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 엔딩곡으로 fix you가 불릴 때는 첫 곡부터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노래 가사 'But if you never try you'll never know'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인데 이날 따라 유독 가슴에 박혔다. 나이 50에 죽기 살기로 공부를 해도 영어가 느는지 잘 모르겠는데 돈은 돈 대로 쓰고 있자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짓인가 싶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후회까지는 아니어도 나이 50에 굳이 어학연수를 해야 했을까 회의가 조금씩 들던 시점이었다. 그랬는데 '네가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다'라고 하는 가사는 원래 노래가 가진 취지의 맥락과는 조금 달랐지만 당시 내 상황에선 콜드플레이가 나에게 건네는 큰 위로였다.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 늘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 굳게 마음을 다잡았다.  

꿈같던 콜드플레이 공연이 끝났다. 


콜드플레이가 음악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마법 같은 2시간은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모든 공연은 끝이 났지만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사람들은 공연장을 빠져나가면서도 'Viva La Vida'를 무한 반복으로 부른다. 끝날 듯 끝날 듯 진짜 징하게 이어지니 다들 '또야' 하면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관객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어찌나 큰지 어쩌면 대기실에서 멤버들도 관객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인파가 모인 공연이었기에 공연장을 빠져나가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공연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이미 표는 매진이었고 그러기엔 공연 티켓이 너무 비싼 터라 한국 내한을 기대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Viva La Vida'는 멈출 줄 몰랐다.


+ 다음 이야기 : [런던 도서관 이용기]  런던 도서관에서 와이파이가 안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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