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의 한국살이를 마무리하고 캐나다로 돌아온 지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처음 한 달은 토론토 시댁에서 지내며,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느라 바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지난 한 달간은 집안에 필요한 가구들과 자동차를 사고 아이들 9월 새 학기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게 가장 바빴던 것은 내 머릿속과 마음이었다. 캐나다로 돌아가면 3년 반동안 그만뒀던 직장을 다시 찾아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기 몇 달 전부터 이력서를 보내며 간간히 화상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시 취업을 하려니 예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몇 년 사이 내가 가지고 있던 금융 자격증들이 모두 말소되어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서 시험 봐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4년 전 사는 곳을 바꿔 다른 주로 이사 왔을 때, 3년 반 전 회사를 그만둘 때, 2년 전 모든 짐을 챙겨 한국살이 하러 갈 때, 모든 결정들이 참 쉽지 않았다. 불확실성 투성인 환경에 온 가족이 내몰려, 서로가 짐이 아니라 의지처라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며 지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고 오늘 문득 든 생각은 ‘우리는 두 개의 문을 동시에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번에 한 개의 문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 좋아 보이는 두 개의 문을 동시에 들어갈 수는 없다. 직장에 계속 다니면서 날이 좋다고 아무 때나 호숫가로 놀러 가는 호사는 누릴 수 없고, 캐나다에 살고 있으면서 한국 국내 여행과 맛집을 찾아갈 수도 없다. 또한 아이들을 캐나다 영어 학교에 보내면서 한국말을 모국어처럼 하길 바랄 수도 없다.
그래서 난 한쪽문은 닫으면서 계속 새로운 문을 찾아 걸어 들어갔다. 내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확실치 않았지만 그래도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거라 믿었다. 혹시 그렇지 않은 결과가 펼쳐진다면 그 또한 받아들이고 원래 있었던 곳의 문을 다시 열고 돌아오면 될 거라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지난 한 달간 몇 군데 회사와 인터뷰를 했다. 비슷하면서 다른 직업들을 보며 내가 최종적으로 열고 들어갈 직업의 문에 대해 상상해 보게 된다. 인생의 불확실성 중 취업이라는 관문이 한 사람이 인생에서 통과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중요한 문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하다 보면 여러 문이 결국은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너무 오래 헤매지 않고 나에게 필요한 문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 주면 좋으니 두 눈 크게 뜨고 잘 찾아보려 한다. 40살이 거의 다 되어,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하게 될지, 아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될지, 내 인생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맞아보려 한다.
빨리 결정되었으면 하는 조급함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참 쉽지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