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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일주일간 출퇴근 중

by 안개꽃

캠핑을 왔다. 집에서 차 타고 20분이면 오는 곳이고, 올해도 어김없이 연간 회원권을 끊었다. 3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린 이제 백수가 아니라 맞벌이 부부라는 점이다. 연간 회원권이 있으니 쉽게 예약하고 또 그만큼 쉽게 예약을 취소하기를 여러 번 했다. 이번 캠핑예약은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일간 했다.


아이들은 두 달 동안 여름 방학인데, 태권도 썸머 캠프 일주일, 그리고 추가로 원래 하던 태권도 수업 주 2회, 기계체조 (짐네스틱) 수업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여름을 나고 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고 오는 썸머 캠프에 5학년 큰 아이가 일주일 동안 가기로 했고, 같은 기간에 1학년 둘째는 안 자고 오는 데이 캠프를 하기로 했다.


우린 아이들 캠프 기간에 맞춰 캠핑장 예약을 한 것이다. 아이들이 가는 어린이 캠프장이 우리 캠핑장에서 가까웠다. 한 가지 문제라면 우리가 휴가를 쓰지 않고 일을 하면서 일주일을 버텨보기로 한데 있다. 휴가는 소중하기에 신중히 아껴 써야 한다. 최대한 필요한 곳에 휴가를 쓰기 위해 이번엔 캠핑장에서 잠만 자고 출퇴근을 해 보기로 했다.


처음 도전해 보는 건데 가능할까 싶긴 했다. 이제 수요일이니 중반이 지났다. 나는 평상시처럼 새벽 6시에 일어나 캠핑장에서 간단히 토스트를 구워 먹고, 둘째 머리를 묶어주고,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시고 후다닥 준비해 회사로 출근했다. 남편은 둘째를 어린이 캠프에 내려주고 집으로 와서 일을 하고, 일을 마치면 다시 둘째를 데리러 갔다.


조금 예상했지만, 역시나 정신없는 스케줄이었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조용히 즐기는 캠핑도 있겠지만, 이렇게 잠만 자고 회사를 왔다 갔다 하느라 더 정신없는 캠핑도 하려면 하는구나 싶다. 하루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정말 잠만 자러 가기도 했고, 하루는 퇴근길에 음식을 픽업해 와 캠핑장에서 먹기도 했다.


이렇게 일다니면서 하는 캠핑 중 가장 좋았던 게 뭐였는지 고르자면, 아침에 캠핑장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때 들려오는 새소리들과 20분 동안 호수를 끼고 캠핑장을 빠져나가는 드라이브 숲 속이 매우 고요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도 출퇴근용 캠핑을 굳이 또 할 것 같진 않다. 출근은 집에서 하는 것이 최고라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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