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9살에 술집에서 만나 곧 결혼할 거라는 커플

캐나다 이야기

by 안개꽃

최근 약혼을 했기 때문에 전반적은 투자와 적금 계획을 세우고 싶다는 커플을 만났다. 남자는 25살, 여자는 22살이었다. 남자는 용접일을 하며 한 달 수입이 한화 350만 원 정도 되고, 여자는 최근 유아교육 자격증을 따서 아직 수입이 일정치 않다고 했다. 현재 여자 쪽 집 지하 유닛에서 월세 500불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생활비가 크게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1700불 정도는 저축할 능력이 되었다.


2년 후, 2027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데 버젯은 만 오천 불 정도 (한국 돈으로 천 오백만 원) 정도 생각한다고 했다. 미팅 중간쯤, 둘은 어떻게 만났는지 물었다. 동네 술집 바에서 3년 전에 만났다고 하며 웃어 보였다. 난 “어! 그럼 19살에 바에서 만났다는 거야?” 하며 놀라 하자, “하하 맞아. 바에 출입을 이제 막 할 수 있는 나이에, 거기서 만났어.”라며 재밌어했다.


결혼식은 남자 쪽 가족이 있는 네덜란드에 가서 할 거고, 첫 집을 장만할 땐 남자 쪽 부모님이 조금 도와주시기로 했다며, 그래도 앞으로 10년 안에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로 놀라운 점은, 요즘 결혼하는 커플들보다 한참 어린데도 불구하고, 둘의 계획이 매우 확고하다는 점과, 양쪽 부모님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반듯한(사무직) 직장보다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실속 있어 보였다. 투자는 처음이지만 둘이 함께 찾아와 같이 설명을 듣고, 계획을 함께 세워 나가려는 점도 40대인 내 눈에는 앞으로도 그들의 단단한 파트너십을 기대하게 했다.


손님들을 만나다 보면, 투자나 집안 가게 상황 돌아가는 문제에 대해 부부 중 한 명이 도맡아 하는 경우도 많다. 미팅을 같이 왔어도 한 명이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부부가 한날한시에 떠나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가 투자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꼭 혼자 남는 것을 대비하지 않더라도, 결혼 초반부터 부부가 함께 투자 결정을 내리고 리뷰를 같이 하는 것은 결혼생활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휴가를 함께 정기적으로 떠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이 젊은(?) 어린(?) 커플로 돌아와서, 자기 주도적으로 결혼할 상대를 정하고, 결혼식 비용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에 감탄했다. 물론 여자 쪽 부모님의 보호아래 지하 유닛에서 시세보다 훨씬 싼 월세를 내며 저축을 할 예정이고, 첫 집을 살 땐 또 남자 쪽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인생을 함께 개척해 나가려는 모습에 뭔가를 이뤄놓고 하는 결혼보다 더 자연스러운 결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커플을 보며 어떤 사람들은 비빌 언덕이 있어서 젊은 나이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중요한 것이 뭔지 알고 결정해 나가면, 그 외에 것들은 부수적으로 해결되어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후자에 더 가까운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나는 너와 남은 인생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면 나머지는 나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게 되어 있다고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5살인데 둘째가 태어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