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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경건한 마음으로 연어를 먹었다

by 안개꽃

우리 동네에는 강이 있는데 매년 이맘때쯤이면 연어들이 올라온다. 성인 팔뚝만 한 길이의 연어들이 알을 낳으러 자기들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이곳은 낚시꾼들의 성지가 되곤 한다.


지금도 강에는 연어들이 넘쳐나고, 그만큼 낚시꾼들도 더 많이 모여들고 있다. 평소 가깝게 지냈던 지인이 연어를 잡았는데 가져다주면 먹겠냐고 연락이 왔다. 별생각 없이, 주시면 잘 먹겠다고 했다. 막상 연어를 받아보니 50cm 되어 보이는 연어 한 마리가 통째로 봉지에 들어있었다. 다행히 배를 갈라 내장과 피는 제거되어 있었다.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엄두가 나지 않아, 급한 대로 세 토막 내어 플라스틱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연어를 준 지인은 딜이라는 허브도 함께 주며 요리법도 알려주었는데, 찾아보니 마요네즈와 레몬 그리고 케이퍼가 중요한 비법소스였다. 그것들을 섞은 후, 연어에 발라주고, 오븐에 8분 정도 구우면 된다고 했다.


공장에서 포장된 연어를 사 먹을 때와는 다름 느낌이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전히 달려있는 생선을 보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가까운 저 강에서 잡은 거라니.. 뭐랄까 내가 이걸 먹어도 보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왠지 허투루 이 음식을 대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요리를 미루다 생선이 상해버리는 불상사는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다음날 요리를 했다. 우리 집에 없던 레몬과 케이퍼도 샀다. 딜도 없을 줄 어떻게 알고 미리 챙겨준 지인이 고마웠다. 통으로 토막을 내놨는데, 다시 그걸 반으로 나눴다. 뼈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껍질은 굉장히 미끄덩 거렸다.


그래도 머리와 꼬리까지 야무지게 오븐팬에 올려, 준비해 둔 마요네즈, 레몬, 딜, 케이퍼 소스를 넣고 구웠다. 다행히 식구들이 이 처음 접해 보는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었다. 내가 직접 잡은 생선은 아니지만, 직접 사냥해서 음식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안에 낚시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직접 잡은 생선을 먹은 건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음식을 해 먹으며 생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 건 처음이었다.


연어들이 올라오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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