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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4인 가족 일주일 치 장보기: 69불 나옴!

8만 원 정도 하려나요

by 안개꽃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우리 가족은 일주일치 먹을 장을 매주 한 번만 보고 있다. 이사 오기 전에 토론토에서는 2-3주에 한 번씩만 장 보러 슈퍼에 갔었다. 요즘에는 냉장고에 너무 많은 음식을 쟁여두고 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장을 봐온다.


최근 들어는 100불 미만으로 장보기가 목표였다. 어디까지의 최소한의 소비로 우리가 한 달을 살 수 있나를 실험하는 중이고, 그래서 적절한 한 달 생활비를 찾아내려는 나와 남편의 프로젝트이다. 리고 결국에는 얼마를 모아야 아니면 우리가 이미 모아둔 돈으로 그 최소한의 소비를 하면서, 회사 월급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계산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다.


물론 실제로 해보지 않고 계산기만 열심히 뚜들긴 지 몇 년째이다. 그래도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100불 미만으로 장보기! 란 목표는 처음이다. 그전에 맨 처음 소비 관련 프로젝트로는 지금부터 연말까지 물건 사지 않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해 크리스마스에 큰애는 산타할아버지 선물이 전년도에 비해 줄었다고 서운해했다.


펜데믹으로 인해 외식이 확 줄었고, 이쁜 옷이나 신발 가방 사기 등도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회사가 비싸게 주고 사가기로한 내 시간을 되찾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간절해지고 있다. 그래서 대대적인 우리 집 경제 구조조정을 하게 되었다. 소비를 줄이고, 집세를 줄이고 (집값 싼 곳으로 이사), 저축을 늘리면서 월급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체제를 만드는데 지난 몇 년간 남편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노력해 왔다.


이번 69불로 장보기가 왜 대단하냐면, 이제 해 봤으니 앞으로 또 분명히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상상만 했을 땐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 그런데 한번 해 보면, (물론 그전에 100불 이상 장 봐온 게 있어서 아직 냉장고에 먹을 것이 좀 남아서 가능했던 것일지라도) 두 번, 세 번 하는 건 처음 했을 때보다 확실히 더 쉽다. 69불이라고, 사고 싶은걸 전혀 못 산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신기하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었다. 화장실 휴지가 필요했는데, 무심결에 18불짜리 가장 좋은 브랜드 휴지를 집어 들었다. 30개 롤이 들어간 휴지. 남편에게 들이밀자, 너무 크고 비싸다고 작은 거로 바꾸자고 한다. 아. 우리 오늘 100불 미만으로 장보기가 목표지! 목표를 자각하고 다시 화장지 섹션에 가보니, 노네임 휴지가 눈에 띈다. 24개 롤이고 5불이 약간 안된다. 벌써 촘촘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헐렁한 두루마리 휴지였으나, 5불에 반해 '너로 결정했어!'를 외치며 집어왔다. 왜 처음부터 그걸 고르지 못했던 걸까. 가격 고민 없이 가장 이뻐 보이고 좋아 보이는 물건을 고르는 습관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는 거다.


요즘은 자라난 우리 집 소득만큼, 스멀스멀 커진 소비 습관을 고치는데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행복 및 만족감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찾아야 하는 최소한의 소비규모. 그걸 찾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비록 냉장고에 이미 먹을것이 좀 있어서 였더라도, 대단한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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