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가 정해졌다.
드디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3월 5일 2021년 금
디데이가 정해졌다. 다음 주 화요일 1시 미팅 때로. 거의 2주 만에 매니저와 화상 미팅이 있는 날이다.
성훈이는 오늘 아침에 본인 보스와의 일대일 미팅에서 드디어 퇴사 결심을 전달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덩달아 오늘이 내 결전의 날인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다.
간간히 심호흡을 하다 보니, 작년 9월 초 이곳으로 보낼 이삿짐을 쌀 때 느꼈던 두근거림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그때도 이랬지. 하고 싶은 일이라 저질러 버렸는데, 막상 내 앞날이 어떻게 될 건지 너무 모르겠어서, 상상이 잘 안돼서 두려웠던 때. 비행기 타고 5시간이나 걸리는 이곳에 이사온지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지낸다.
앞으로 6개월 후에도 퇴사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지내게 될까? 그렇게 생각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임에도, 난 무지 떨린다. 2월 초 2주 휴가를 쓸 때는 괴로움에 입술이 부르텄었다. 휴가 내내 부르튼 입술이 딱지가 되어, '나 무지 피곰함'이라고 티 내고 살다가, 휴가 딱 끝나기 이틀 전에 딱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결심이 서기 시작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성훈이와 치열하게 우리의 앞날을 계산하던 중이었다.
2월 말에 사퇴할 건지, 3월 말에 할 건지, 4월 말에 할 건지, 연말에 할 건지. 가장 늦게까지 계산한 게 올해 말이었다. 월급을 더 모을 수 있고, 연말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기에 금전적인 베네핏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그러나, 우리 둘의 1년 치 연봉을 합친 액수를 아깝지 않게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지금 당장!' 자유로워 지길 원했다. 그리고 2주 동안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하면서 계산해 본 후, 연말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하자고 결론 지을 수 있었다.
2018년은 봄이가 3월에 태어나, 갓난아이를 키우느라 바빴고, 그리고 크림치즈 사업도 같이 시도해 보느라 그 해 늦여름까지 정신없이 지냈다. 그래도 회사에서 잠시 나와 육아휴직을 10개월 하면서, 다른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부하고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해 가느라 한 달, 한 달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던 것 같다. 한가한 것 같으면서도 돌아보면서 그때 어떻게 그런 일들을 다 했지? 하는 그런 한 해, 두 해가 지나가고 있다.
이젠 정말 조용히, 가만히 지내보고 싶다. 어찌 됐던 준비가 다 됐다고 결론짓고, 회사에서 나오려고 한다. 우린 아직 젊으니깐,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아무것도 못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해 보고, 앞으로의 일은 살면서 부딪혀 나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