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사랑해! 아가야!!
너는 꿈속에서 다섯 살짜리 아이로 나타난다. 꿈에서 시장 가다가 너를 잃고 헤매기도 하고 허둥지둥 걱정하며 깨어나곤 했어.
나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너는 늘 5살, 밥도 잘 안 먹고 책만 보고, '저렇게 안 먹다가 아프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었지. 너무 예쁘고 가냘픈 체구에 모든 것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는 똑똑한 아이였지.
어느 날 우연히 네가 쓴 초중고 대학시절 수첩을 보게 되었어.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공부 스케줄이나 용돈 기입장, 또는 친구와의 약속, 시험 공부하는 것 등, 하지만 나는 덮을 수가 없었어. 나는 너의 일기장에 엄마로 인해 받았던 불안과 스트레스로 얼마나 힘든지 상상은 했는데 다이어리를 보는 순간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그리고 고등학교 이후 서로 떨어져 살아서 월 1~2회 만나면 돈도 없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가슴 아파했지.
전에도 한번 이야기했을 때 너의 대답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현실은 켜켜이 눌러놓은 속내를 함께 내어 놓고 더 많은 사랑을 주었어야 했는데 어린 마음에 얼마나 아팠겠니. 그때는 형편이 안 돼서... 지금은 결혼 후 시간도 여의치 않을 테고 직장 다니며 박사 공부 병행하느라 고생하는 너에게 전화 걸어 이런저런 말한다 해도 들어줄 여유도 없을 테고 마음은 부둥켜안고 토닥여 주고 싶지만 이미 23년 전 이야기라서 차마 말이 안 떨어진다.
하지만 네게 미안하단 말은 또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언니와는 고1 때 헤어졌다 대학 입학 할 때 엄마랑 살던 같은 지역으로 와서 만나기도 하고 나중에 2003년부터는 완전한 자유를 찾아 홀로서기하여,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언니와 3학년 때 같은 전공을 하게 되면서 데리고 일도 하며, 대학원 다닐 때 언니는 석사로 엄마는 박사 과정으로 동문이 되어 엄청난 의지가 되고 외롭지 않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언니에게는 같은 일터에서 언니의 자립을 위해 그나마 도움도 주기도 하고 나 역시, 때론 친구 같고 때론 남편처럼 의지하고 함께 한 시간이 많아서인지 고통도 슬픔도 다 잊히는 게 신기하다.
다만 너에 대한 나의 무의식은 정리되지 않은 채 5살 어린아이로 꿈속에 나타나고 찾아 헤매는 모습을 생각하면 죄의식 때문인 것 같아 고백해 본다. 언제쯤 현실의 42세로 만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