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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ug 04. 2022

작별의 의식 - 시몬 드 보부아르

#작별의의식

 

사르트르가 죽기 전 10년 동안 사르트르를 지켜보며 쓴 보부아르의 문장들. 이 책은 내가 알던 보부아르의 문장이 아니었다. 시종일관 불안하고, 조급하고, 산만하다. 어떤 사랑과 애정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대부분 누굴 만났고 무슨 일을 했고, 어디를 다녀왔다는 건조한 기록이다. 그의 늙음과 병색에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그러면서도 몸 상태를 그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망설임, 책은 보부아르가 휘갈겨 쓴 정제되지 않은 일기장이었다.

 

보부아르 문장 속 사르트르는 온 생을 다해 행동한 지식인이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도 나서 달라 부탁하는 이들의 청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또한 사르트르-보부아르를 중심으로 모여든 연대, 공동체의 움직임이 이 행동하는 지식인의 삶을 구석구석 세밀하게 완성시킨다. 공적인 일뿐 아니라 사적인 부분까지도. 같은 생각으로 걸어 나가는 벗이자 동지들이 서로를 보살피고 돕는, 혈연보다 더 짙은 가족 같았다.

 

이 책은 사르트르가 보지 못한 보부아르의 유일한 작품이라고 한다. 보부아르의 시선과 고백을 사르트르가 보았다면, 얼마나 기쁘고 미안하고 고마웠을까. 이 작품은 분명 사랑과 신의의 기록이었고, 보부아르의 어떤 작품보다도 보부아르의 내밀한 생각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이토록 깊이 이해하고, 들여다보고, 기록한다는 것. 사르트르가 뱉은 문장으로 비롯된 제목이었다지만, 이는 보부아르가 평생의 반려이자 동지였던 사르트르를 보내는 ‘작별의 의식’이었다.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아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덧) 브런치 키워드에 사르트르는 있는데, 왜 보부아르는 없는거죠?

 

#시몬드보부아르 #현암사 #K가사랑한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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