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은 빈곤층을 위한 복지가 아닙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
'외식 한번 덜하기로 했어요'
'한 달에 만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직장을 잃게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 아파트 입주민들은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새해벽두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끄럽다.
당장 관리비를 올려야 할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자 대표회의를 열어 경비원 수를 줄이고 있다. 가끔 위와 같은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지만, 모든 아파트들이 흔쾌히 관리비를 올리고, 인원을 그대로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당장이야 정부와 여론의 등쌀에 못 이겨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곧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각자 조금만 더 내면 될 텐데 하고 쉽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사람이 있는 반면, 매일매일 허덕이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은 겨울에는 마음껏 보일러를 못 틀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마음대로 못 켜는 아주 작은 돈에도 민감한 중산층이다. 여유가 넘쳐서 한 달에 만원쯤은 거뜬히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식 한번 덜하고, 애들 교육비 좀 줄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도 우리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다. 경비원들에게 인상된 임금을 주느라 관리비를 더 낸 덕분에 손님이 준다. 물가는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그들의 수입은 줄어든다. 그걸 감당해야 하는 치킨집 사장님, 영어학원 원장님도 모두 부자는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분은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아이들 키우고, 주말에 가족들과 외식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수혜자 또한 반드시 빈곤층은 아니다. 정년퇴직 후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거나 자식들로부터 보조를 받을 수 있음에도 일거리를 찾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생계에 지장은 없지만 여름방학 때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잠시 일하는 학생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부유층이 더 부담하고, 빈곤층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최저임금은 결코 빈곤층을 위한 복지가 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성이 낮아진 인간의 일을 자본이 대체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졌다. 지금도 새로 지은 아파트들은 첨단 무인경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오히려 무인경비시스템이 더 믿을만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설 경비인력과 경찰이 즉시 출동할 수 있고, 사고 발생 후에도 CCTV로 증거자료가 확보되는 무인경비시스템은 밤새 잠과의 사투를 벌이고, 추위, 더위와 싸우는 경비원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 되고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대신 무인 계산기와 자판기를 갖추고 휴게공간을 마련한 편의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줄어든 것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가 자본과 기계에 의해서 창출될 것이다.
복지 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만 그 방법은 매우 정교해야 한다. 목적하는 자원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쓰이게 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맞춰진 시장 균형을 정부가 개입해서 변화시키려고 하면, 시장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무엇인가를 개입하고자 할 때는 두 단계 세 단계 뒤를 보아야 한다. 지금 당장의 수만을 생각해서는 결코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시장은 선반위의 곰인형이 아니다. 꿈틀꿈틀 살아있는 생명체다.
[표지 사진] 연합뉴스. 국정委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로드맵 설계 중" 2017.6.5.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