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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Nov 28. 2019

#우주로 떠난 엄마

아침에 창을 열면 저 멀리 도시의 건물들 안개에 가린 듯 보이지 않네요.

앞으로 어떤 인생이 전개될지 모르는 우리네 인생처럼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으로 국내로 한껏 들떠 여행을 하고 또 사진을 찍어 실시간 올립니다.

행복해 보입니다.

그러나 여행이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하지만 다시 일상에 복귀할 때 적응을 힘들게 하는 요인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겨운 노동의 시간에서 해방되어 계속 여행을 하고 싶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행을 떠난 지가 제법 오래되었네요.     

딸아이 대학 졸업 때까지 바쁘게 일했고 또 여유가 생기자  

어느 날 엄마가 식도염으로 병원에 입퇴원이 잦아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체중이 20킬로 이상 빠지고 또 기력이 없어지고 하는 과정 속에서

폐렴으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오늘 날짜를 보니 엄마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네요.

재작년 5월 10일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 오후 5시에 엄마는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2년 전 엄마의 죽음을 겪고 이 곳으로 새로 정착을 하면서 알게 된 교회의 순장은 나와 비슷한 나이였는데 친정어머니가 계셨어요. 그때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큰 수술 후 건강한 상태였는데 올해 몇 달 전에 돌아가셨지요. 돌아가시기 전에 친정어머니 가고 싶은 데 모시고 다니느라 바쁘다고 하였는데 아마도 딸과의 마지막 동행이었던가 봅니다.

저 역시도,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고 그때의 사진 속 엄마와 나는 활짝 웃고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순장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가보지 못했답니다.

발가락 골절을 입어 제대로 걷지를 못했으니까요.

참 아쉽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그분께 전화 한 통을 못 해 드렸네요.

그분을 만나면 아무 말 없이 그저 꼭 안아주고 싶을 뿐입니다. 말이 필요 없으니까요.     

 젊었을 때는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가족. 특히 엄마의 부재는 얼마나 마음을 허허롭게 하는지 모릅니다.

가장 슬픈 것은

사람들은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행을 하지만 엄마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가버리셨지요. 죽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행은 없으니까요.     

옆에 계실 때는 자식의 사생활에 간섭이 심해서 귀찮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이 세상에 엄마라는 존재야말로 나의 가장 큰 울타리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언제나 큰 나무처럼 서서 날 지켜주었던 엄마가 사라지고 난 후 나는 광야에 홀로 서서 맞바람을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바람을 막아줄 엄마가 안 계시니 무척 쓸쓸합니다.   

  


2주 전에는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는데

하늘을 날면서도 엄마가 가신 하늘나라를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구름 위를 날고 있는데.

엄마가 있는 하늘은 더 높은 곳 어느 곳일까 하고요.     

멀고 먼 우주로 여행을 떠난 엄마.

너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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