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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May 18. 2017

#죽음 앞에서

처.음.이.었.다.

태어나 시신을 보는 것도. 숨이 완전히 멎어가는 것도. 

1인실로 옮겨진  12시간 후. 나의 엄마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급한 숨결이 차츰 잦아들고 심장의 박동수가 점점 내려갈 때.

죽는다는 것이 이렇게 단순하고 쉬운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호흡이 정지되었는데도 

엄마는 입은 벌리고 있었다.

얼마나 살아서 숨쉬기가 힘들었을까. 

아버지는 엄마의 벌어진 입을 자꾸 닫아주려고 애를 썼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10시간의 비행과 다섯 시간의 차편을 통해 장례식 이튿날 도착한 나의 동생도 울지 않았다.

우리는 엄마가 죽어도 끝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언젠가는 하늘나라에서 만날 것임을 굳게 믿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엄마의 고통을 함께 하며 많이 울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엄마의 죽음을 마음으로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엄마가 숨지기 며칠 전부터 엄마의 귓가에 찬송가를 틀어주고 시편을 읽어주었다.

가끔씩 엄마가 기운이 가라앉으면

"엄마 천국에서 기다려. 우리 거기서 만나."

"엄마. 우리 엄마여서 고마웠어"

"엄마. 예수님이 마중 나올 거야. 겁내지 말고 빛을 따라가."

"엄마 사랑해. 힘내."

나는 자꾸 반복해서 말했다.

오늘은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나의 엄마가 거친 호흡을 들이키며

"이제 끝이로구나."

라고 했을 때 가슴이 철렁했었는데.

엄마는 당신이 이제 생의 마지막을 향하여 가고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나그네 같은 인생길.

한 많은 인생.

나의 어머니여. 저는 울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정말 최선을 다하여 생을 견뎌냈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남긴 저. 그리고 아들. 손주들도. 삶을 열심히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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