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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Apr 06. 2018

#아픈 봄을 보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비가 내리고 있다.


차례대로 볼게 많아 봄인 듯싶을만치 순서를 지키며 피고 지던 꽃들이 갑작스럽게 따뜻해진 날씨에

동시에 피어올랐다.

매화. 목련. 진달래. 벚꽃. 개나리들의 그 여린 꽃잎들이 따가운 햇살에 살이 타들어가지 않았을까.

싸늘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아래 손을 펴던 그것들이.

한여름의 강렬한 태양을 만났으니 오죽 힘들었을까.

그런데

또 갑자기 빗줄기와 함께 서늘해졌다.

일주일도 안된 벚꽃들이 활짝 피자마다 떨어지기 바쁘다.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감기몸살에 목이 아프다 한다.

어제는 가까운 곳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땅위에 눈처럼 깔린 벚꽃을 보며 아쉬움을 느꼈다.

이 벚꽃이 다 지고 나면 5월의 장미를 보게 될 것이다.

 파릇파릇한 초록의 나무들과 울창한 푸른 숲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문득 다가올 5월의 초록빛이 두렵다.

내가 작년에 보았던 그 푸르른 초록빛에는 엄마의 죽음이 담겨있다.

봄은 다시 와서 그 봄을 내가 보는데.

우리 엄마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2년 전 이 무렵에 나는 봄비에 떨어진 벚꽃을 밝으며 길을 걸었고. 엄마는 내게 냄비에 봄멸치 조린 것을 갖다 주었고. 내가 끓여준 원두커피를 마시며 향이 좋다고. 엄마는 좀 오버하면서 자신의 기분을 나타냈었지.


1년 전 엄마는 다음 달. 3주 후면 이 세상을 떠날 줄 모르고.

병실에 누워. 아픈 몸을 뒤척이고 또 퇴원해서는 시장에 가서 상추며 생선도 직접 골랐었는데 말이다.

바람 불면 휘청 일정도로 마른 엄마의 뒷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내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지만.

시장의 단골집 주인들은 엄마의 갑자기 말라버린 몸과 기운 없는 모습을 너무 놀라워했었다.


"아이고 행님~ 어디 아픈가요? 왜 그리 살이 많이 빠졌십니까?"


엄마는 질문을 외면하고 물건의 값만 물었다.


"이 취나물 얼마고? 햇거 맛나?"


 그때 애써 못 들은 척하는 엄마도. 어떤 기적 같은 것이 있지 않고는 쉽사리 기력이 올라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세상에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속에도 봄비처럼 빗물이 고인다.

언제면.

봄을 볼때 엄마를 떠올리며 아파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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