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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지 Apr 08. 2016

봄 낮

입 안이 몹시 까슬거릴 땐 쇼콜라를 연달아 털어넣었다. 기어이 입술 주위보다 더 깊숙한 속에서부터 단내가 올라온 후에야 물을 급히 들이켰었지.


오전 내내. 지금까지도 하늘이 뿌옇다. 뿌옇다못해 황색의 먼지 조각들이 대기중에 들러붙어 마치 누런 안개인냥 속이려들었다. 찬장의 쇼콜라는 고사하고 책을 펴면 한 장 한 장 넘기면, 채 환기시키지 못 한 방 안의 공기가 덤빈다. 대적하여, 절대 삼키기 싫은 것 앞에서 목구멍이 기어코 발광하기 시작한 것일까.


괘씸한 것이 약해 빠져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외쳤다. 그리도 쉽게 내 방 곳곳의 조명을 모조리 꺼버리다니. 나는 책을 읽는 것을 계속했다. 오물오물 여백과 글자를 찾고 있었다. 행간을 오물-오물. 다소 거친 질감의 종이에 손끝이 쓰라리기 시작하면, 쓰라리기만 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혼미해지기도 함) 어? 딱이다! (뭐가) 독서하기에 괜찮은 환경이군! (환장하겠네)


손 끝의 피부가 교묘히 일어난다. 우연히 듣다 도로 꺼버린 엘가의 곡을 이젠 들어도 좋을 것 같다. 하필이면 위풍당당 행진곡이 흐른다. 벌컥 벌컥. 파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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