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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율립 May 10. 2021

서른 - 5월

손이 바르르 떨리고 체증이 느껴졌다.  '백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얼마나 가뿐하고 시원한 일인지 오늘에서야 제대로 깨달았다. 장례식장을 앞에 두고 들어가기가 무서워 괜히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 속이 너무  좋았다. 오늘은  씻을 명분을 주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의 존재가 제법 고마웠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던데, 지금까지 2021 5월에는 무려  번의 장례식이 있었다. 하나는 좋아하는 동료의 조부상,  하나는 3 아기의 모친상,  하나는 좋아하는 친구의 부친상.


서른 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슬픔이라 어찌 위로해야 할지도 가늠이 안 되는 종류의 일을 맞이한다.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는 건가. 장례식장에 도착해 악필인 내가 최대한 이름을 바르게 쓸 수 있을 만큼 힘을 준 채로 꼿꼿하게 봉투에 이름을 써 내렸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악필이 아니길 바라게 된다. 부조를 내고 꽃을 영정 사진 쪽으로 놓은 후에 기도를 하는 이 장례식순이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이런 일은 조금 천천히 익숙해지면 좋을 텐데. 어떤 일에 익숙해져 간다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서른의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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