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보호병동 입원
어젯밤 나는 또 울면서 깼다. 꿈속에서 00이는 새하얀 얼굴에 눈이 소복이 쌓인 놀이공원에서 즐겁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예뻤던 00이가 눈에 선했고 나는 꿈에서도 이제 00이는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았다. 지난해 11월 00이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나는 정신과로 입원을 했다.
매일 아침 나는 일어나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난밤 수많은 알약의 기운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대학교 친구였던 00이에게 처음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게 되었던 때를 고백했었다. 이제 아메리카노를 마실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고 했다. 00이는 우리는 드디어 인생의 쓴맛을 즐기는 어른이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너스레를 떨며 학생 식당을 나와 본관 강의실로 향했다.
정신과 보호병동에서는 하루에 카누 두 개만 준다. 지나친 커피 섭취는 밤잠을 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침 약을 먹을 때 카누 두 개를 준다는 기쁨으로 큰 텀블러에 얼음물을 가득 담에서 줄을 섰다.(일렬로 줄을 서서 약을 순서대로 받아먹는다) 약을 다 먹었다고 확인시켜주기 위해 입을 아-- 벌리면 카누 두 개를 뒤에 서있는 간호사가 줬다. 두 개를 한 번에 다 타서 진하게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처럼 타마셨다. 미간이 찌푸러지는 쓴 맛이 00이가 말한 인생의 쓴맛 같았다.
00이에게 인생이란 결국 쓴맛뿐이었을까. 언젠가 00이는 나에게 세상을 등지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그것만은 선택하지 말라며 부탁했다. 그때, 00이는 그 선택이 되려 자신이 편해지는 길이라면,, 이라고 되물었고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보호병동 공용 거실 의자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때 아무 말도 못 하지 말걸... 그 순간,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그래도 끝까지 살아야 한다고 말할걸. 후회했다.
00이가 떠나고 남은 자리에는 00이와 보낸 추억만이 더욱 생생히 남았다. 우리의 꽃 같았던 청춘, 울고 불고 싸우고 했던 지난 날들, 둘도 없는 술친구, 눈물 젖은 인생 상담. 어째서 00이가 더욱 선명해져 가는 건지. 내 마음속에 00이가 사라져 푹 꺼져버린 구멍에 난 생채기는 아물지 않고 덧나고 덧나 언제까지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