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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quaMarine Apr 06. 2023

마흔, 다시 사춘기가 찾아오다

사실, 마흔 하나 입니다만..

내 브런치가 버려진지 몇 년째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문득 글을 쓰고 싶어서 다시 왔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 마흔 하나 입니다. 

사실 빠른 년생을 따라 살아왔기 때문에 마흔 둘이라 해야겠지만 

이제 뭐 그런거 안 따지는 세상이니까 한살 줄이고..마흔 하나로 합시다. 

(친구 녀석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한살 어리다고 친구 아닌 건 아니니까요)




40년을 넘게 세상을 살아오다보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이 생겼습니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 않다. 

세상은 원래 정의롭지 못 하다. 

세상에는 원래 공짜가 없다.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비의 입장에서 이런 세상에 대한 시각을 가르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나와 같은 유형의 상처는 받지 않기를 바라고

데여봐야만 깨닫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겠죠.


겪을 만큼 겪었고, 그래도 이제 중년이라는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착각이더군요. 


마흔을 넘으며 스물스물 피어오르던 의문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직장에서의 나, 

가정에서의 나, 

남편으로써의 나,

형제로써의 나, 

자식으로써의 나....


이런 내 모습에 충실히 살다보니 정작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체로써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게 말이죠. 


우습죠? 마흔 넘은 아재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게....


이런 고민의 시작은, 단순한 생각이였습니다. 


아 왜 재밌는게 없지? 


게임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합니다만 그 때 뿐인 것 같다는 생각. 

정작 정말 충만하게 나를 재미로써, 흥미로써 채워주는 뭔가가 없다는 생각. 


누군가 그러더군요. 

사는 게 배가 불러서 그렇다고. 


음, 맞는 이야기일수도 있어요. 

배 부르고 등 따시니까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는 것일 수도 있죠. 

마흔까지 살아보니..그래도 세상 풍파 견뎌내고 살다보니 

제 몸 하나랑 가족들 배 부르고 등 따시게 해줄 수는 있더라구요..


하지만 나 자신으로써의 내가 살아있어야, 아니 살아있는 느낌이라도 내면서 살아야 

나 자신의 다른 모습도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살면서 내가 필요한만큼의 경제적 여유를 주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냥 하면된다. 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하기 싫은 일? 웃기고 있네. 그냥 닥치고 해. 누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냐. 



네, 실제로 이게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30대를 지나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맞는 이야기 같은데..인정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걸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 자체로 후회할꺼 같은건 왜 일까요? 


조금 더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에는 정말 많은 부류의 사람이 있습디다. 


그게 무엇이든 돈을 많이 버는 사람.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정말 자기 삶을 바쳐내서 하는 사람. 

그리고 그 "일"이라는 것에 자기 삶의 의미를 두는 사람.

세상에서 본인이 "맡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무언가를 해내려고 하는 사람.

세상을 마냥 여유롭게 사는 사람.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

하루하루 죽지 못해서 버티고 있는 사람..



저는 어떤 부류일까요?

저와 비슷한 연배의 여러분들도 이런 고민을 할까요? 


40년을 살아보니 적어도 내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는 알겠더군요. 

되고 싶은 모습과 내가 지닌 본성이 전혀..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 40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깨달음을.. 핑계로 내 여러가지 Role 중 하나를 삶에서 떼어냈습니다. 

그 Role 을 충실히 하기엔, 내가 지니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과 상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 그 Role 을 하는 모습이 맞아? 라는 질문에 yes 라는 답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다 핑계고 그냥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려워요. 잘못 선택한걸까봐.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선택했는데. 

후회하지 않도록 뭐라도 해봐야겠죠. 




진짜 사춘기가 온 건지, 왜 이 나이 먹고 내 자신에 대해 고뇌하고 방황하고 있는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답을 모르겠는건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했는데..내가 이 상태면 나중에 사춘기 아들들에겐 어떡할껀지..


저와 같은 사춘기를 겪고 계시는 분이 얼마나 계실까 싶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꼭 원하시는 답에 도달하시길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40대 가장이신 분들, 화이팅입니다.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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