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실험 데이트] 여행과 일상의 병존.
5 년 전 남편과 이혼을 고민할 때쯤이었다. 나 혼자 산다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를 상상해 봤었다. 갑자기 제주도가 떠올랐다. 제주도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에서 벗어나 조금의 거리두기가 가능한 곳이었다. 바다 건너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 방과 후 교사나 사회복지사, 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을 만큼만 벌고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면서 살고 싶었다. 가끔 사방으로 뚫린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 유유자적 삶을 살아가게 되는 그런 곳.
그때 무심코 떠올렸던 제주도는 나에게 멈춤과 사유가 가능한 곳, 독립과 자유가 공존하는 현실의 유토피아였다.
어느 작가는 오래된 집은 오래된 걱정을 끌어안고 있다고 했다. 그럴 때는 떠나야 한다고, 자기가 끌어안고 살았던 걱정거리는 떠났을 때 비로소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나는 매일 떠난다고 상상할 때가 있다. 매일매일 낯선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거다. 어떤 날은 새로 생긴 음식점이나 평소 보지 못했던 곳에 들르기도 하고, 가지 않았던 다른 길로 가보기도 한다. 혼자서 사색에 빠져 떠나는 여행은 색다른 재미를 던져 준다. 또 어떤 날은 혼자 불쑥 나만이 알고 있는 식당에 가기도 한다. 우연히 들어선 식당에서 내 직감이 틀리지 않았을 때, 입가에 살짝 미소가 흐른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여행자의 삶을 살 때가 있다.
이번 주는 상호대차로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책 5 권을 모셔왔다. 책 속으로 떠난 여행에서 5 년 전 ‘떠남’의 영감을 주었던 제주도를 다시 만났다. 여행지는 요즘 세대 젊은 부부들의 삶을 다룬 인터뷰집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맨도롱 또똣’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30 대 부부. 스스로 결혼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 폐가를 구하고, 3 년에 걸친 공사 끝에 부부는 직접 만든 집 앞마당 카페에서 지인을 초대해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지금도 여행과 일상을 함께 살고 있다.
내가 꿈꾸었던 삶을 살고 있는 그 부부가 무척이나 부럽다. 모두가 똑같이 꾸는 꿈이 아닌, 자신의 힘을 믿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그들 부부가 떠나고 싶은 여행자의 욕구를 부추긴다. 경쟁에 치여 사는 똑같은 도시의 삶을 살 용기가 있는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사는 것도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들 부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당장이라도 그 게스트하우스로 떠나고 싶다.
맨도롱 또똣. ‘먹기 좋을 만큼 알맞게 따뜻한’이라는 뜻을 가진 예쁜 제주도 방언. 제주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바닷바람 맞으러 한번 다녀오고 싶다.
남편! 이번 휴가, 여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