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부부에 주목하는가?

by 써니B

문득 부부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하던 날이 떠오른다. ‘부부’라는 주제를 숙제처럼 받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부부 문제에 그다지 자신감도 없고 새롭지도 않고 별로 할 이야기도 없고 전문가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초라하게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 나는 부부에 대해 글을 쓰고 고민을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몇 달간을 부부라는 주제와 씨름해왔지만, 그날따라 내 맘 속 언저리에서 계속 질문 하나가 맴돌고 있었다.


“나는 왜 부부에 주목하게 된 걸까?”


한 번도 대답을 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이 나한테 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에 대답하지 않고서는 그다음으로 넘어가기 힘들 것 같다. 계속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는 그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나한테는 있었다. 가끔 나 스스로에게 사로잡히게 되는 질문이 숙제처럼 떠오른다. 그 순간이 그랬다.


나는 현재 내 삶에, 부부로서의 삶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다. 솔직히 별스럽지 않다. 그냥 평범하다. 여느 부부처럼 지지고 볶고 적당히 타협하고 서로에게 지루해하면서 불쌍한 마음도 느껴가면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부부로서의 삶이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의 삶에도 중요한 한 축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마도 미해결 과제이기에 더 중요하게 붙들고 있는 과제일지도 모른다.


내 삶에서 아빠와 엄마는 풀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다. 아빠 엄마 문제는 두 사람의 문제이고 두 사람이 풀어야 한다며 지금은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자식들이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렇게 자식들에게 의지해서 풀릴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여전히 사랑싸움을 하는 중이고 애증이라는 진한 후폭풍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움이라는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아빠는 2년 전부터 80 가까운 나이에도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 따로 살고 있다. 엄마는 아빠와 떨어지는 게 평생소원이었는데, 막상 딴 여자와 살고 있는 아빠에게 감정적으로 분리가 되지 않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도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합의이혼을 해서 재산 분할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면 좋으련만 정리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가족으로 돌아갈 기대를 하고 있어서인지 아빠는 지금도 엄마와 합의이혼해 줄 생각이 없다. 엄마가 이혼 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엄마와 아빠는 50년 이상을 같이 살아오면서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지 못한 것들을 덕지덕지 붙들고 있다. 심지어 그렇게 복잡하게 끌어온 부부 문제를 자식들에게 의지해 해결하고 싶어 한다. 자식들은 부부 문제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선을 그었다. 부부로서의 인연을 맺고 끊는 것은 부부 당사자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모-자녀관계는 끊을 수 없는 관계이고 여전히 가족이라는 혈연관계로 남겨질 테니까.


나는 조금 복잡한 우리 부모 문제에 여전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 부모님과 거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정신적으로 늘 미해결 과제 같은 찜찜한 느낌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부부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엄마, 아빠가 50년을 살며 다투며 애증의 관계로 묶여 있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아왔기 때문이다. 나도 엄마, 아빠에게 영향을 받아 왔고,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하지만, 부부라는 운명은 가족의 삶을 지속적으로 망칠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관계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나는 부부의 삶이 행복해야 가족의 삶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부부 관계를 건강하게 이끌어가고 싶다는 생각뿐, 그 어떤 방법도 제대로 알고 실천해 본 적이 없다. 보고 배운 게 없어서 일거다.


하지만, 나는 우리 부부가 건강하게 사랑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부부 문제는 피해 가고 싶지만 피해 갈 수 없고,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그래서 나는 부부 문제를 더 간절하게 붙들고 있다. 우리 부부가 잘 살아야 우리 아이들이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지금도 사랑하며 사는 방법을 배우는 중인지도 모른다.


열심히 부부의 문제를 공부하고 배우고 우리 부부의 삶에 적용시켜 보고 싶다. 몇 달간 부부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나와 남편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부부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고 있다. 아직도 서툴고 여전히 많이 다투지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면서 깊은 인생으로 가는 길목 동행 수련자로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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