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차가운 탐구

[부부 책 데이트] 러브 온톨로지

by 써니B

이 책이 나에게 왜 왔을까?


엄밀히 말하면 나는 사랑을 차갑다고 생각해오지 않았다. 그런데, 빨간 표지의 하드 커버로 된 이 책이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사랑에 대한 책. 그것도 붉은 책 표지. 그런데 사랑에 대한 차가운 탐구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낯설지만 흥미가 생기는 제목이다. 나는 한 번도 사랑을 차갑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왜 그랬지? 사랑에 대해 차갑게도 접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사랑이라고 흔히 정의 내려왔던 것들에 대해 반전의 해석을 던져줄 것만 같다.


책을 처음 집어 들고는 저자 소개와 목차를 훑었다. 그리고 끌리는 챕터부터 읽기 시작했다. 서양 예술사와 수리철학을 공부한 저자다. 예술과 철학의 접목을 시도하는 저자의 색다른 이력이 눈길을 끈다. 저자 조중걸의 [열정적 고전 읽기]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다.


"가족이 되었을 때 남성이 여성에게서 성적 매력을 더 이상 느끼지 않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남성은 성적인 문제에 있어 새로움을 구해나간다. 익숙함이 오히려 성적 관심을 앗아간다. 여성은 성의 소실의 대가로 안정을 얻는다. 이것은 많은 여성이 그렇게도 바라는 사랑의 해피엔딩이다. 결혼은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성적 관계는 파국으로 이르는 해피엔딩이다."


“여성들은 이제 미혼 시절에 품었던 사랑과 성의 인과율을 뒤집는다. 사랑에서 성이 나오는 것은 분명해졌다. 결혼했지 않은가? 그러나 수컷은 분명히 권태를 느낀다. 여성은 대때로 불안하고 때때로 공허하다. 이제 의무로서의 성이라는 기막힌 운명이 남성을 기다린다. 이 경우가 아마도 남성의 성에 있어 가장 비참한 경우일 것이다. 새로운 여성에 대한 요구가 계속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정만 남은 상대는 배타적인 섹스를 요구한다.”


“애정과 섹스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성에게 섹스는 하나의 거래조건으로 작동한다. 그것이 암컷으로서의 여성에게 잠복하고 있다. 여성은 그것을 조건으로 남성의 관심이 단지 그것에 대한 관심 이외에 보호와 애정을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지, 또한 자신의 성을 얻기 위해 남성이 어느 정도의 반대급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 확인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성으로 하여금 자신만을 배타적인 섹스의 대상으로 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없다. 엄밀하게는 없다. 단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여성의 노력만이 있을 수 있다. 이 노력은 때때로 유효하거나 상당한 정도로 유효하다. 여기에는 여성의 초연함과 인간적 갱신이 유효하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에게 정착할 때 가장 쉽게 흥미를 잃는다. 또한 소유권 확립에 의해 기득권을 행사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은 언제라도 남성이 원한다면 독립시켜줄 준비를 해야 하고 또한 그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여성은 남성에 자기 삶을 걸어서는 안 된다. 자기 삶에 대한 책임도 행복도 절망도 모두 스스로의 것이다. 남성으로 하여금 자기 삶의 모든 것을 차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애정을 품는 것과 집착하는 것은 절대로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더구나 후자가 전자를 파괴한다. 애정은 초연을 전제하고 서로가 서로가 됨을 전제할 때 유효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사랑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사랑, 애정, 섹스에 대한 상관관계는 정답이 있을까? 저자는 사랑이라는 초연적인 감정에 대해 정의 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침묵으로 지나쳐야 할 것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도입부에 저자의 선언에 백 프로 공감하며 손뼉을 쳤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말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 하나하나 차가운 매스를 들이댄다. 차분하고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열정적으로 뜨겁지 않아도 사랑에 대해 하나씩 남겨지는 정의들이 얼음 같은 냉정함, 이성의 힘을 담고 있어서 마음에 들고 참 반갑다.


조중걸 저자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논란의 주제에 접근해 가는 저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내 마음의 책 목록에 담아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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