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의 다 넘어가, 땅거미와 붉은 구름이 하나 되는 그런 시간. 현주는 크로스백 끈을 꽉 쥐곤 어렵사리 말을 이었던 것이다. "그렇죠.. 팀장님, 그런데요,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인 건데요?"
수많은 퇴근자들이 얼기설기 엮이는 오거리의 횡단보도. 슬로우 모션으로 모두가 아무 방향으로 직진한다.
밤, 피트니스 센터. 현주 곁으로 수많은 사람이 무표정하게 러닝머신에 올라있다. 그녀가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간다고 느끼는- 시간이란 것이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굳어버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지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시간. 아무 때고 찾아오는 수많은 감정 앞에 어찌할 수 없이 눈시울이 붉게 물든다.
일일 마감 곡으로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가 나오고 있었다. 러닝 머신 앞 창으로 보이는 고가에 무심하게 지하철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