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사이

봄날은 간다.

by 이수정

오늘 아침엔 조용히 비가 내렸다. 소란스럽게 아침을 깨우는 비가 아닌, 조용히 내리는 이 비가 반갑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 비가 오면 여름이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요 며칠간은 반팔을 입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더웠다. 어느새 여름이라는 계절이 노크도 없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여름보다 봄이, 겨울보다 가을이 좋은 나는 봄을 이렇게 보내긴 아쉬웠다. 아름다운 이 봄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나 워킹맘인 나에게 그만큼의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가족들이랑 벚꽃놀이 가서 예쁜 사진을 남기고 와야지 ‘ 했던 나의 원대한 계획은 떨어지는 벚꽃비를 보며 날려 보내야 했다. 핸드폰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는 둘째 아이와 등원 전에 아파트 단지 내 피어있던 벚꽃나무와 후다닥 찍었던 사진이 올해의 벚꽃놀이 사진의 전부였다. 그래도 뭐 나름의 벚꽃놀이라고 해야 되나. 거창하진 않아도 그렇게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둘째 아이를 바라보던 나의 표정은 사랑스러움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을 통해 그날 그 시간의 것들을 기억한다. 그때의 분위기라든지 온도라든지 우리가 어떤 말을 주고받았고 어떤 미소를 지었는지까지.. 사진 한 장 속에 다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으로 그날의 그 감정을 소환한다. 다시 한번 느끼며 미소 짓게 된다. 그렇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자주 사진첩을 들여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예전의 봄과 다르게 요즘의 봄은 조금 다르다. 출근을 하려고 밖에 나가려면 ‘미세먼지‘부터 체크하게 된다. 굳이 체크를 안 하더라도 멀리 산을 보면서 풍경을 감상하던 내 눈에 보이는 뿌연 먼지를 보며 저절로 알게 된다.


나의 직장은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데, 출근하면서 남산타워가 보인다. 이 남산타워는 미세먼지에 따라서 타워의 색깔이 변한다. 밤이 되면 남산타워에 불이 들어오는데, 그 불이 빨간색이면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고, 초록색이면 ‘보통’, 파란색이면 ‘좋음‘이다. 빨간색을 보게 되면 유독 내 눈이 따갑고 코도 매캐한 느낌이다. 어쩌다가 파란색이 뜬 날이면 숨을 크게 천천히 들이쉬며 ‘와 공기 진짜 좋다 ‘라며 생각하게 된다. 알고 보니 더 그렇게 느끼는 나의 마음도 있겠지만, 유독 내가 좋아하는 계절인 봄에 방해꾼인 미세먼지가 출현하는 것은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러면 봄을 마음껏 즐길 수 없다고!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뭇가지엔 새싹이 피어오르고, 반짝이는 연두색 나뭇잎이 얼굴을 내민다. 개나리와 벚꽃은 경쟁하듯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팝콘처럼 팡팡 터져 오른다. 연두색과 흰색, 분홍색 노란색.. 색색깔의 조합이 아름다운 계절이 바로 봄이다. 벚꽃이 비처럼 내리며 떨어진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그 뒤에는 철쭉과 장미가 조화롭게 피어오른다.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철쭉은 또 얼마나 색이 다양한가. 우리 아파트 단지 내를 산책만 해도 여러 가지 색의 철쭉들이 피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내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이렇게 가까이에 봄이 성큼 나가와 우리를 반겨 주고 있다.


나의 봄 예찬은 여름이 오게 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름은 또 여름 나름대로의 좋은 점이 있다.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존재한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초록의 옷을 입은 여름은 내 눈을 한없이 맑게 만들어 준다. 평소에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베란다 너머 다가오고 있는 초록초록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더운 날씨도 다 용서가 된다. 또한 여름에 한 없이 내리는 장마도 왠지 모르게 낭만적이다. 비가 오는 날 아이들을 등하교시키고 출퇴근을 한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오는 비를 한 없이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비 오는 모습을 하루 종일 보고 있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은 글을 쓰러 카페에 왔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차를 집 앞에 세워 놓고 걸어서 카페에 왔다. 비는 조금 오다가 멈추었다.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좋다. 이런 시간들이 나를 숨 쉬게 하고 나의 삶을 위로해 준다. 예전엔 몰랐다. 내가 글을 쓰고 책을 읽는 행위가 나를 이렇게 숨 쉬게 해 줄 줄은.. 작년에 책을 내기 위해 원고를 쓰고 다듬으면서 느꼈다. 아.. 나는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쓰고 책이 나오게 되니 조금 자신감도 생겼다.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이 말했다.


“언니 글은 잘 읽혀요. 신기하게도요, 저는 책을 많이 안 읽는 편인데 금방 읽혀서 신기했어요. “

“언니 글 읽으니까 언니랑 이야기하는 느낌이 드네.”

“엄마가 언니 글 너무 좋다고, 가족의 소중함을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됐다고 추천해 줬어.”

“작가님 솔직하게 글 잘 쓰는 것 같아요.”

“공감 가는 것들이 많아서 좋아요. “


내 책이나 글을 읽어 본 뒤 사람들이 내게 해 주는 말들이 나를 쓰게 한다. 오늘도 여전히 쓰고 싶게 만든다. 지구상에 단 한 명이라도 좋다.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계속해서 쓸 것이다. 할머니가 돼서도 지금처럼 카페에 와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써야지. 어쩐지 나의 나이 든 모습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기대가 된다.


작년에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인 ‘책 출간하기’를 이루었다. 그리고 함께 글을 쓴 작가님들과 올해의 목표인 ‘브런치 작가 되기’를 이루게 되었고, 일주일에 두 번 주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쓸까 ‘ 생각하면 설렌다. 또한 꾸준히 글을 써서 이 번에는 나만의 책을 내보고 싶다.


6월 15일엔 ‘삶에 대한 옹호‘ 책 출간 기념으로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북토크도 예정되어 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책나물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오늘도 열심히 쓰고 계실 우리 작가님들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도 초짜작가로서 많이 쓰고 읽고 준비해야겠다.


요즘 나는 매일매일 책을 읽는다. 잘 잊어버리는 나는 그날 읽은 책을 브런치 ‘라이브 독서‘를 통해서 기록한다. 기억해 두고 싶은 좋은 문구도 덧붙인다. 이제야 내가 원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봄이 간다고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초록의 계절인 여름이 기다리고 있고, 이번 여름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설레는 마음이 크다.


지금 카페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불고 있다. 초록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싱그럽다. 비가 온 후의 잎들은 세수를 해서 반짝임을 더하고 있고, 이 도시는 깨끗하게 샤워를 한 후이다.


큰 창을 통해 이렇게 바깥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이 제각각 지나간다.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다들 어디로 가고 있나요. 부디 도착한 그 곳이 자신이 원하는 곳이길 바래요.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