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면 있는 그대로 들어주세요

왜 내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는 거지

by 이수정

얼마 전의 일이다.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몇 명의 팀원들이 다른 부서로 가고 다른 사람들이 와서 같이 일하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적응도 했다고 생각했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직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그러려니 하였다.


새로 온 팀원 중 한 명은 나보다 세 살이 어린 남자였다. 그 사람은 출근해서는 말이 거의 없었고, 에너지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어쩌다가 팀원 중 한 명이 기분이 좋아 팀 전체에 커피를 사겠다고 하면 본인은 안 먹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커피를 못 마신다고 하여 에이드나 차 종류를 시켜줬었는데, 나중엔 그 사람의 성향을 아니까 저절로 그 사람은 시키지 않게 되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그게 그 사람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원하지 않는데 굳이 다 같이 음료를 먹는다고 시켜주면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고, 그게 쌓이다 보면 싫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사람과 말을 많이 안 해봐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예전엔 단체생활에서 조금 튀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기분 좋게 분위기에 맞춰서 흘러가면서 지내면 되지.. 싶었다. 나는 다 같이 이야기하고, 무얼 먹고 하면서 인간적인 정이 쌓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꼰대 마인드 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직원들은 본인들만의 취향을 말할 줄 알고 존중받길 원한다. mz의 문화 일수도 있는 거고.. 아무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엠지가 뭔지.. 엑스 세대인 나는 도통 모르겠다. (근데 내가 엑스 세대가 맞나.. 그것도 모르겠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몇 주 전 내가 우리 팀원 중 한 명에게 한 이야기 때문이다. 다른 팀원 중 한 명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회사에 있는 누군가 챙겨 왔었나.. 사 왔었나.. 그런 간식을 안 먹고 있다가 배가 고팠는지 갑자기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아 보여서 “봐봐~ 맛있게 먹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아.” 하고 빙그레 웃었다. 나는 나보다 8살 정도 어린 남자 직원이 복스럽게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엄마 미소를 짓고 보고 있었다. 팀장님도 그 모습을 보고는 왜 엄마처럼 그러냐며 장난을 쳤다.


그런데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 세 살 어린 팀원이 말했다.


“아니 왜 뭐 먹는데 야지를 주고 그러세요?”


야지가 뭐지.. 순간 나는 당황하였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야지’란 말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외래어로 ‘야유, 놀림’이라고 한다.) 일본어를 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나의 의도와 다른 해석을 해서 말하는 그 사람이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저 말을 정색하면서 한건 아니었다. 80프로 정도의 진심, 20프로의 장난이 섞여있는 말이었다. 나는 간식을 맛있게 먹는 다른 팀원이 예뻐서(잘 먹어서 예뻐서..) 그런 건데 왜 내 말을 저렇게 알아 들었을까.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많이 소심한건가. 아니면 이해심이 부족한 건가 싶은데, 어쩌겠어. 내 마음이 이런 것을. 그리고 그 말이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서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걸 보면 나도 꽤나 억울하고 속이 상했구나 싶다.


아직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인지. 나도 과연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좋고 잘 맞을 순 없고, 내가 그 사람과 잘 맞는다고 느낀다고 그 사람도 내 마음과 같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럴수도 없다.


여러 사람들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다. 모두에게 안 좋은 사람도 나한테는 좋은 사람일 수 있는 것이고, 모두 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는 최악의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마음먹은 것 같다.


그런데도 상처를 받게 되는 건, 사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시간이 더 지나면 잊히겠지. 별일이 아니다. 그 사람은 그 말을 했는지 조차 기억도 못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오늘 이 글을 쓰고 잊어버리려고 한다.


쓰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도 있다. 이게 글쓰기의 순기능인가.


나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기 전 주변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평가가 들려오면, 나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말이 있다.


사람은 내가 겪어보고 판단한다.


다른 누군가의 의견보다 내가 그 사람을 겪어보고 아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사람들과 일하며 겪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해보려 한다. 또한 나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연재 할 때마다 미리 머리로 주제를 정해놓고 그날그날 즉흥적으로 글을 쓰는 편인데, 오늘 쓴 내 글이 내일 읽어 봤을 때는 부디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직장에는 이틀 동안 연차를 내고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 빨래, 건조, 집 청소, 애들 씻기고 화장실 청소, 애들 크록스 빨고 널기, 설거지하고 첫째 아이 숙제 시키기를 끝냈다.


너무너무 피곤하지만, 오늘 연재 일이라 밤 11시 15분에 브런치를 열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기 전 브런치 설정에 들어가서 일주일에 두 번 글 쓰는 것을 한 번으로 고칠까 말까 수백 번 생각했지만, 수정하지 않았다.


많이 쓰고 많이 고쳐가면서 내 글의 방향성을 찾고 싶다. 그리고 나와의 연재 약속 및 혹시나 오늘도 내 글을 읽어 줄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이 글을 다 쓰고 아이패드를 닫을 때는 아마도 골아떨어질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도 글 쓴 나 자신에게 칭찬의 말을 해주고 싶다.


누군가는 나에게 갓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갓생이 별거냐.. 나와의 약속을 그날 그날 지키며 사는 게 갓생이지.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잡시다. 안녕히.


다음 연재일에 만나요. 젭알~~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