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에게

그 시절을 지나 온 나에게

by 이수정


40대가 되어서 나의 20대를 다시 되돌아보니 나는 꽤나 성실하게 살았던 것 같아. 성실이라기보다 처절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


나는 취직이라는 것을 목표로 참 열심히 달렸어. 내가 원하는 직업은 시험을 통과해야 일을 할 수 있었는데, 나는 왜 그 일이 그렇게 하고 싶었을까..


그 일을 하기 위해 대학도 관련 학과를 갔고 1년의 대학생활을 하고 바로 시험공부를 위해 휴학을 했지. 다들 그렇게 했었고, 나도 아무런 생각 없이 공부를 위해 학원을 등록하고 무작정 시작했던 것 같아. 대학교 2학년을 공부하기 위한 등록금보다는 그것이 더 현실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했었고, 처음엔 시험에 합격한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해보는 거지 뭐.. 이런 생각이 강했어. 공부를 위한 학원에 등록한 나이가 고작 22살이었지.


근데 나는 왜 그때 그렇게 여유가 있었을까. 왜 처음부터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그냥 어린 마음에 이 정도는 다들 놀면서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면서 설렁설렁했었어. 그렇게 어영부영 2년을 보냈고, 나는 학원에서 어느새 장수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어. 다들 합격을 해서 원하는 직업을 얻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부러웠고, 그다음엔 질투했었어. 나는 그만큼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잘 된 사람들을 이유 없이 헐뜯었던 것 같아. 참 바보 같았지.


24살 때부터였나. 난 점점 마음속에 독기 같은 것이 생겼고,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부를 했던 것 같아. 사실 내가 고3 때 했던 공부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지. 내가 갔던 대학교도 내가 남들한테 자랑스럽게 얘기할 만한 대학교가 아니었잖아.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확신을 얻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


대구에서 언니가 얻은 전셋집에서 자취를 해가면서 도보로 10 분권인 학원을 매일 내 집처럼 드나들며 공부했어.


사실 공부하면서 엄마한테 용돈을 받았었는데, 그게 마음이 편치가 않았어. 왜냐면 우리 엄마는 내 공부를 위해서 본인의 직장 외에도 평일 저녁과 주말시간에 식당에서 서빙일과 설거지 일을 하면서 번 돈을 나한테 보내줬었거든.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


그 당시에 독서실 안 작은 자리 한 칸이 나에겐 하나의 세상이었고, 그 안에서 책장을 넘기며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냈어. 공부하면서 불면증도 심했고, 감기도 많이 걸렸고 밥도 잘 못 챙겨 먹었었는데, 다 참을 수 있었어. 그런 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 합격만 한다면.. 나의 직업과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어.


그때 내가 공부하는 독서실은 지하 1층이었는데 환기도 안 되는 그곳에서 나는 참 애를 많이 썼던 것 같아. 이곳만 벗어날 수 있다면… 조금만 더 노력을 하자. 보여주자. 다른 사람에게 보다, 나 자신에게 보여주자.. 참 많이도 생각하고 다짐했어. 열심히 한 것은 나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그리고 전국에서 딱 한 명만 뽑더라도 내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매진했던 것 같아.


남들은 예쁜 옷 입고 남자친구 만나서 데이트하고 친구들과 여행 가고 한참 이쁠 20대 22살부터 28살까지.. 나는 지하 독서실에 짱 박혀 있었고 항상 불안했고 항상 초조했고 또 그랬던 만큼 열심히 했어. 공부하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보면 나는 얇은 동아줄을 잡고 절벽에 위태로이 서 있는 작은 아이 같았지.


결국 28살의 나는, 합격이라는 선물을 받았고 엄마와 함께 부둥켜 안고 뜨거운 눈물을 펑펑 흘렸어.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곤 해. 나는 후회하지 않아. 그 시절의 나를. 그리고 다들 포기하라고 할 때 끝까지 나를 믿고 지원해 준 우리 엄마, 우리 가족들을 사랑해. 사실 사랑이라는 말로 그 마음을 다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때의 불완전했던 나를, 그리고 제일 불안했던 나를, 지금의 나로 있게 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


그리고 수정아. 너는 잘 지나왔어. 참 힘들었지? 너의 노력들, 나는 다 알고 있어. 네가 받았던 모든 사랑과 인정.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면서 살면 좋겠어.


이렇게 좋은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즐기고, 원하는 일 하면서 잘 살아. 그리고 고생했어. 나는 여전히 네가 나인게 자랑스러워.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