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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May 18. 2022

4화: 천기저귀의 장점은 뭘까요?

천기저귀를 안써본 사람의 눈에 천기저귀는 그저 불편하고 번거롭게 느껴질 뿐입니다. 그런데 천기저귀를 쓰는 엄마들은 어쩌다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요? 천기저귀의 장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천기저귀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착용감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천 기저귀를 쓰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먼저 면 생리대를 쓰면서 일회용에 비해 쾌적함을 느껴 천 기저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경우가 꽤 있어요. 또 아이가 특히 피부가 예민하다면, 일회용 기저귀를 쓰면서 쉽게 발진이 생길 수 있어요. 이런 경우 기저귀를 벗겨두거나, 천기저귀를 사용하는게 도움이 됩니다.생후 0-2세 영아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어느 연구에서는 천기저귀에 비해 일회용 기저귀를 착용한 경우 기저귀 내의 온도, 습도와 아기의 피부 온도가 더 높아 착용한 아기가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가 더 높았어요. 이 연구는 1994년도에 이루어져, 현재 상황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일회용 기저귀는 계속 발전해왔어요. 2017년도에 한국소비자원에서 이루어진 기저귀 품질 비교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기저귀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떤 기저귀의 경우 젖은 상태에서도 촉감이 좋은 편이라고 평가받기도 했어요. 그러니 일회용 기저귀도 착용감은 편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천 기저귀는 천연 소재에서 느낄 수 있는 편함이 장점입니다. 

다양한 소재의 천 기저귀들



그리고, 착용감만이 문제는 아니예요. 천기저귀는 화학물질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일회용 기저귀는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첨가됩니다. 2017년 2월, 팸퍼스 기저귀에서 다이옥신과 살충제라는 유독 물질이 검출되어 아기 엄마들이 경악한 사건이 있었어요. 프랑스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라고도 하고, 피앤지 측에서는 유해 성분이 안전 기준 미만이라 문제가 없다고 했죠. 국내에서는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분명하지 않구요. 판단은 개인의 몫이었어요. 계속 써도 별 문제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썼다는 사람도 있고, 찝찝해서 환불받은 사람도 있고, 분명한 마무리는 없이 그냥 잊혀졌어요. 

일회용 기저귀에 큰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저귀는 많은 아이들이 장시간, 장기간 착용하는 필수 육아용품입니다. 마침 팸퍼스 사태가 있었던 2017년, 8월부터 12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저귀 제품 8개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어요. 검사받은 제품들은 모두 pH, 형광증백제, 폼알데하이드, 염소화페놀류, 아조염료, 중금속, 프탈레이트 가소제, 아크릴산단량체, 잔류농약함량, 방사능 물질 잔류 부분에서 기준에 적합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기준과 실제가 같지는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는 밝히기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불분명한 상황에서, 천연 소재의 천 기저귀는 화학물질에 대한 염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한 장점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freeimages.com/photo/chemical-flasks-1238282



천기저귀는 일회용 기저귀보다 적은 비용으로 가능해요. 일회용 기저귀처럼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에, 빨아서 쓰면 쓸수록 돈이 절약되지요. 

저는 첫째와 둘째 통틀어서 천기저귀를 사는데 약 40만원을 썼어요. 소창이라는 소재의 긴 사각 기저귀를 주로 썼는데, 소창 1필이 2만원이었어요. 1필이면 기저귀가 20여 장이 나왔으니 기저귀 한 장당 1000원쯤이라 볼 수 있겠네요. 안에 흡수패드를 넣어서 쓰는 팬티 형태의 천기저귀도 샀는데, 이건 한 장당 약 2만원이었어요. 일회용 기저귀는 비싸도 한 장에 500원 내외면 살 수 있지요. 가격만 놓고 보면 천기저귀의 초기 비용이 더 높아요. 하지만 천기저귀는 재사용이 가능해요. 소창 기저귀 한 장은 천 원이지만, 이걸 10일동안 매일 세탁해서 다시 쓰면 100원이 됩니다. 한 달, 일 년, 그리고 둘째가 태어나도 계속 쓸 수 있어요. 한 장당 1000원인 소창 기저귀를 600일 동안 사용한다면 1000 ≑ 600 = 1.66원이라는 계산이 나오네요. 한 장당 20000원인 팬티형 기저귀를 600일 동안 사용한다면 20000 ≑ 600 =33.33원입니다. 천 기저귀를 꾸준히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서 천기저귀는 일회용 기저귀보다 적은 비용으로 가능합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한 아이가 태어나서 28개월간 일회용 기저귀를 사는데 드는 돈이 약 2,158,800원이라고 해요. 저는 첫째를 키울 때 일회용 기저귀와 천 기저귀를 병행했는데, 기저귀를 뗀 31개월까지 지출한 일회용 기저귀 비용이 약 130만원이었어요. 일회용 기저귀만 쓰는 경우에 비해 절반 정도라 볼 수 있지요. 둘째의 경우는 달랐어요. 출산 후 한 달 즈음부터 22개월인 지금까지 일회용 기저귀는 3-4팩 정도밖에 사지 않았어요. 한 팩에 2만원이라고 해도 일회용 기저귀에 쓴 돈이 10만원 가량인 것이지요. 

이건 쓰기 나름이예요. 저는 천기저귀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소창 사각 기저귀를 주로 썼기 때문에 특히나 천기저귀 구입 비용이 적게 들었어요. 팬티형 기저귀를 사용하는 경우는 더 비용이 들어요. 팬티형 기저귀 한 장이 2만원이라고 보고, 세탁을 해가며 쓰려면 최소 30장이 필요하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천기저귀 구입에 60만원이 필요해요. 다른 기저귀를 추가로 구입하지 않고 이걸로 기저귀를 뗄 때까지 쓴다면 이것도 적은 비용이예요. 하지만 아이가 커감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사거나,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이것저것 구입하다보면 일회용 기저귀만 쓰는 경우보다 별로 돈이 많이 절약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돈 절약만이 답은 아니예요. 사람마다 중요한 부분은 다르니까요. 비용이 들더라도 다양한 천기저귀를 사서 쓰면서 편리함을 누렸다면 아깝지 않은 소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쨌거나,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도 좋으니 기저귀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싶다! 하고 생각하는 분에게는 천기저귀가 그 답일 것입니다. 


사진 출처: http://www.pexels.com


천기저귀를 쓰면 좀더 환경보호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일회용 기저귀를 쓰면 매일 고정적으로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이게 2년 넘게 쌓이면 어마어마한 양이 됩니다. 아이가 기저귀를 뗄 때까지 평균 6천여 장의 기저귀가 사용되며 이는 아이 한 명당 1톤의 쓰레기가 발생됩니다. 일회용 기저귀가 땅에 묻어 완전히 분해될 때까지 100-500년이 걸립니다. 이에 비해 천기저귀는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아이 한 명 당 평균 30장이니 다 쓴 후에 쓰레기로 배출하더라도 그 양이 훨씬 적고, 다른 자녀에게 사용하거나 물려주는 경우 그 사용기간은 더 늘어납니다. 아이 한 명이 천기저귀를 사용하면 나무 72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물론, 천기저귀가 환경을 전혀 해치지 않는 방법은 아닙니다. 합성섬유를 사용한 천기저귀는 썩는데 오래 걸리고 세탁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하기도 합니다. 또 세탁기나 건조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질오염과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좀더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치도록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것이 천기저귀의 장점입니다. 


사진출처: research gate


천기저귀는 기저귀에 대한 개념을 확장해줍니다. 천기저귀를 쓰다보니 기저귀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일회용 기저귀만 쓰던 때에 기저귀란 그저, 기업에서 만들어놓은 완제품일 뿐이었어요. 모양, 흡수력, 통기성, 기타 등등을 따져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쓰면 끝이었지요. 천기저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아요. 우선 일자형을 쓸지 팬티형을 쓸지를 결정해야 해요. 일회용 기저귀의 경우도 밴드형과 팬티형이 있으니 여기까지는 비슷해요. 일자형이라면 긴 사각 천을 접어 쓸 것인지, 접은채로 재봉이 되어 있는걸 살지, 땅콩형을 살지 또 결정을 해야 해요. 기저귀를 고정하는 방식도 노란 고무줄, 밴드, 스내피 등 여러 가지예요. 기저귀의 소재도 천연섬유와 합성섬유 별로 다양한 가운데 골라야 하고요. 기저귀 커버도 방수가 잘 되는 재질을 할것인지, 좀더 통풍이 되는걸 선택할지 정해야 해요. 여밈 방식도 벨크로, 티단추 등 여러 가지이구요. 팬티형 기저귀를 사게 된다면 흡수체가 아예 재봉되어 있는 걸 살지, 아니면 포켓 형식으로 끼워서 쓸지도 골라야 해요. 

여기에다 직접 기저귀를 만들게 되면 더욱 선택 조합이 다양해져요. 안감의 경우도 축축함이 덜 느껴지는 플리스, 특유의 뽀송하고 산뜻한 느낌이 드는 소창, 부드럽고 편안한 밤부사틴 등 원단의 소재에 따라 기능과 착용시의 느낌이 다양해요. 고정장치도 시중에서 파는 걸 쓸 수도 있지만 바지 허리용 고무줄에 티단추를 박아 쓸 수도 있고 심지어 아빠의 팬티 고무밴드 부분을 잘라 썼다는 사람도 있어요. 일회용 기저귀를 쓸 때에는 기저귀를 바라보는 시선이 1, 2, 3 단위였다면 천기저귀의 경우는 0.1부터 1.0까지, 더욱 세세한 부분도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개선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면 어디를 어떻게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고칠 수 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집에 조립 컴퓨터를 샀어요. 한 살 위의 오빠가 전자상가에 가서 알아보고서 컴퓨터에 필요한 하드디스크, 메모리카드, 기타 등등 필요한 구성품을 모두 원하는 사양대로 골라서 조립을 한 것이지요. 천기저귀를 쓰면서 조립 컴퓨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디폴트 상태로 써도 괜찮지만, 여기에 마음껏 응용을 할 수 있는 건 천기저귀만의 장점입니다. 

‘아이가 밤에 쉬하면 이불에 샐 수도 있으니 더블러를 한 장 더 깔까?’

‘답답해 보이니 커버대신 면팬티를 입혀보자.’

‘우리 아이는 촉감에 예민하니 부들부들한 밤부사틴 소재를 안감으로 쓰면 더 좋아할 것 같아.’

하며, 아이의 취향과 필요를 적극 반영한 맞춤형 기저귀를 제공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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