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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Mar 13. 2020

사무실 방문객



봄 내음이 민들레 씨앗을 품고 창틀을 넘어섭니다

누구 하나 목 놓아 울어도 환한 계절

그리움은 천의 얼굴로 찾아오고

나는 당신이라는 없던 계절병을 앓습니다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과

포자에 삼켜질 것만 같은 편집증

화면 가득한 글자들이 쌓는 추억의 첨탑까지

옹기종기 단란하게 모여 그리는 것은

당신 무릎에 누워 올려다보던 창공


그 날 낮달이 머문 것은 당신이 몰랐고

그 낮달이 될 줄은 내가 알지 못했지요


밤이고, 낮이고 굽어보아도

나무 아래엔 누구 하나 머물지 않네요


당신은 어디쯤에 앉아 계시려나요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로 나는

바람이 멈춘 기억의 호수에서 노를 젓다


그래, 창문만 닫으면 그만인 일

덜그럭 거리며 일어나서는

민들레 씨앗만 도로 날려 보내며 부탁합니다


난 걸음이 느려 지난 계절 걷고 있으니

그 사람 지나가는 길목에 앉아달라고

지난 봄보다 만개해달라고



<사무실 방문객>, 이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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