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범준 Oct 30. 2022

질문을 잘해야 하는 이유

월간 공무원연금 11월호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은 늘 ‘답’을 주려 한다는 것입니다. 꼰대는 묻지도 않았는데 답을 합니다. 그 ‘답’조차 유효 기간이 지난 것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혹은 그녀를 슬슬 피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합니다. 사람들에게는 묻지도 않은 답을 들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 답에 섞여 있을 자신에 대한 평가나 판단도 듣기 싫습니다. 마음에 상처만 될 테니까요. 


‘꼰대성’은 나이와 비례합니다. 오래 일했고, 많이 경험했으니,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이만큼 많습니다. 그것을 자발적으로(?) 나누는 일은 어쩌면 선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대부분의 ‘꼰대’들이 억울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정말로 빠르게 변합니다. 우리는 ‘어제 가능했던 일이 오늘 불가능해질 확률이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과거의 경험과 지식 체계의 가치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가치 없는 것을 나눈다고 해서 반겨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꼰대성’과 멀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나이 들수록 답보다 질문을 많이 해야 합니다. 


지난해 세바시는 만 10주년을 맞았습니다. 10년 동안 일천 명이 넘는 강연자와 이천 편이 넘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세바시는 국민 강연 프로그램이자 최장수 강연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꼰대’라고 불러도 좋을 나이와 속성을 가지게 됐습니다. 지난 10년 내내 이래라저래라 하는 강연 콘텐츠를 쏟아냈으니까요. 하지만 누구도 세바시를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세바시 강연을 다르게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세바시를 시작할 때는 ‘강연이란 누군가의 답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10년이 지났을 때, 우리는 세바시 강연을 ‘누군가에게 질문이 되는 이야기’라고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강연은 강연자에게만 답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 그대로 답이 되진 않습니다. 강연의 내용을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지 않는 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강연만 듣고 책만 읽는 것으로 내 삶이 바뀌지 않는 이유입니다. 결국 강연의 가르침을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은 곧 강연을 내 삶에 대한 질문으로 규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는 세바시 강연 1,500편 중에서 100편을 선정했고, 그 강연들을 ‘모티브’로 모두 300개의 인생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이 질문들을 세 권의 책에 나눠 담아 출판한 것이 ‘세바시 인생질문’이란 책입니다. ‘세바시 인생질문’은 읽는 책이 아니라, 독자들이 세바시 강연이 던진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적는 형식의 ‘쓰는 책’입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무엇보다 낡은 세바시를 사람들은 새롭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답을 제시하는 존재에서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인식되면서, 세바시는 지난 10년 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바시 인생질문 1,2,3권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이 들수록 약함을 감추려 합니다. 질문을 지적 취약함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편견이 우리가 나이 들수록 질문하지 않게 하는 경향을 만듭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약함을 고백하는 게 전략입니다. 답안을 제시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질문으로 더 자주 소통해야 합니다. 한국노인상담센터 이호선 박사는 나이 들수록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을 다음 세 가지로 이야기합니다.  

이호선의 나이 들수록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나이 들수록 '답'이 아니라 '질문'을 잘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의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젊은 세대에게 질문하기는 나이 든 사람에게는 가장 유용한 소통 기술입니다. 두 번째는 짧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질문이 길어지는 순간, 편견과 평가, 판단 등 호기심 이외의 것들이 개입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짧게 다듬는 일은 매우 중요한데, 이호선 박사는 질문을 짧게 정리하는 일은 글쓰기나 생각정리 같은 지적 활동을 반드시 수반하므로 뇌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강조합니다. 마지막 방법은 겸손과 존중을 바탕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상대를 시험하고,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기반한 질문은 불신과 갈등만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그런데요, 질문을 잘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그 답을 찾는 데 있습니다. 질문만 잘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는 답만으로 평생을 사는 것과 새로운 답을 찾는 인생을 사는 것은 180도 다른 삶입니다. 어떤 인생이 더 신나고 재미날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정정한 삶’을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