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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24. 2024

프롤로그. 회복하다

갈매기 마을 이야기


탑탑탑탑 내게 걸어왔던 모든 생명들에게

 





  갈매기 마을이라고 들어 봤어?


  개다리소반 장인들이 하나둘씩 모여 살더니 결국엔 마을을 이룬 곳이야.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바다마을이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갈매기가 많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해. 마을이 조성될 땐 분명 그랬대. 하지만 최근엔 아니었지. 이웃 나라 해수에서 밀려오는 환경오염 물질이 갈매기를 쫓아냈거든. 언론에서 집중 보도를 많이 했어. 명색이 바다마을이고 국가대표급 장인들이 은퇴 후 모여 사는 곳인데, 생명이 살기 적합하진 않다고. 마을 환경은 먹구름을 품은 바다로 묘사되고, 그곳에 정착한 장인들의 삶은 고집스럽고 곤궁한 것으로 소개되었어.


  기획 보도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지. 초등학생 때부터 기후변화를 배웠던 세대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때라 그런지, 다른 때보다도 대학가에서 관심을 많이 표했어. 전국 각지에서 갈매기 마을로 자원봉사를 나왔어. 마을 생태계를 회복하자면서 해안가를 청소하는 건 물론이었고, 해수 표본을 실험실로 가져가 신속한 정화 작업의 해법을 찾겠다는 연구 프로젝트도 많이 생겼지. 다른 한쪽에서는 개다리소반 장인들의 작품 제작을 후원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어. 마을 주민들이 경제력을 좀 갖추면 마을 단위에서 환경 보호에 투자를 많이 할 거로 생각했거든.


  젊고 깨끗한 마음이 하나둘씩 모여들자, 마을에 다시 생기가 돌았어. 나중엔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였지. 무엇보다도 마을이 이름값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어. 마을을 떠났던 갈매기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거든. 주민들은 마을을 회복했다면서 환호성을 질렀어.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을 심장부에 평화란 이름의 공원을 하나 설치하자고 했지. 갈매기 마을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을 기억하고 앞으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기도 메시지를 담고 싶었대.


  평화 공원엔 이름 없는 광장이 하나 있었지. 이름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은 광장이야. 갈매기 마을엔 광장이 딱 하나뿐이거든. 그래서 다들 광장에서 봐, 광장에서 환경단체가 시위하던데 돌아가자, 광장까지 5분 남았어, 하고 말을 해. 광장이라고 하면 바로 그 광장이니까. 이름 없는 광장의 중앙엔 분수 하나가 있어.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어서 마을의 상징이나 다름없게 된 구조물이지. 그 분수에는 좀 특이한 점이 있어. 분수는 물이 아래에서 위로, 중력을 거스르고 뿜어져 나오는 걸 아름답게 표현하는 조형물이잖아. 그런데 이 광장의 분수 꼭대기에는 어느 야구 경기장처럼 우산이 씌워져 있어. 돔이지 일종의. 그 때문에 제아무리 힘차게 하늘을 오르는 물줄기도 금방 땅 아래로 떨어지고 말아.

  

  그런데 말이지, 물줄기의 운동만 방해하는 디자인이었으면 내가 굳이 분수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을 거야. 진짜 재미는, 분수가 쓴 우산 아래 가리어진 조각상에 얽힌 이야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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