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림 그리기
1
가을 버스킹
아침에 책상에 앉아 명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드로잉을 한다.
오늘 아침은 일정이 있다 보니
서둘러서 그렸다. 그림에도 담기는 듯하다.
2
형광펜
초록색 고체 형광펜은 부드러우면서도
다른 색과 섞였을 때는 거칠거칠했다.
3
얼굴 그리기
나만 알아볼 수 있게 그린 얼굴들.
작업방 책상에 앉아 오늘은 뭘 그릴까
생각한다.
사진첩에 쌓인 시간을 살피거나
검색을 하기도 한다.
4
아침 드로잉
조카를 만나서 노는 날은
더 많이 잘 챙겨 먹고 나간다 ^ . ^
5
조카들과
조카들과 보낸 하루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하나 떠있다
징검다리를 건너 솜사탕을 샀다
흰 구름 두 개가 두둥실 지나간다
6
good luck
아침 드로잉 하고,
도서관 가서 책 대출 하고,
아! 작업 원고 수정 하기
7
큰 병원에 가면 수술을 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엄마의 수술 일정이 잡히고 출퇴근을 하지 않는 내가 동행자가 되었다. 창가자리, 우선 우리는 그걸로 운이 좋구나 생각했다. 먼저 아프고 나중에 아프고 순서 차이 같다고 느꼈다.
‘엄마 우리 어서 집으로 가요’ 속으로 말했다.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은 “에고고 아파요. 언제 끝나요. (깊은 한숨)” 그러다가도 자식과 통화를 하면 있는 힘을 다 짜내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 누구야 수고했어. 사랑해” 손주와의 통화에 “밥은 먹었어? 에고~^^ 보고 싶어” 순간순간 살아나셨다.
세상에.. 대단해... 얇은 커튼으로 나눠진 방이 아닌 방 같은 공간에 소리까지 차단할 수 없어 들었던 말들이 엄마의 퇴원 후에도 아직 남아 있다. 사람들이 엄마~하고 우는 이유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는 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살아와서 그런 걸까 생각했다.
8
마음에 없는 말 해서 미안해. 마음에 있는 말도 해서 또 미안해. 마음에 없는 말로 상처 주고 후회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싶어.
마음에 있었던 말은 순간의 판단이 아니라 조금씩 오랫동안 알게 모르게 준비되어 버린 말이었어. 너는 갑작스러웠을까? 나와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미안한 마음은 사그라들었어.
'마지막 악수, 잘 지내라는 말.'
하루는 잠에서 깰 때 내 손을 내가 잡고 있었는데 한 손이 마치 너의 손처럼 느끼며 깬 적이 있었어. 그때 흣~하고 웃으면서 울었어.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젠 나도 너도 밉지가 않아서 울면서 웃어. 흡.
(그림책 왜 우니? 를 읽고 쓴 글입니다)
9
여름 소리
북구 화명동에서 열린 단오 행사에 다녀왔다. 조카가 공연을 하니 보러 오라고 초대를 했다. 공동 육아 어린이집에서 아빠들이 긴 깃발을 들고 앞장서면 올망졸망 어린이들이 소고를 치며 뒤를 따른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애들의 안전을 위해 눈도 손도 발도 바빴다. 나는 저만치 떨어져 조카도 보고 애들을 보며 따라 걸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아마도 초등학생이 된 친구는 카메라를 들고 와 단오 행사 사진을 찍었다. 토끼풀밭에서부터 큰 다리 아래까지, 꽤 긴 거리다. 여름에, 어른도 지치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지치다가도 앞장선 풍물단원들의 장구소리, 북소리가 힘을 끌어올려 주었다.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간혹 거리가 벌어지면 뛰기도 한다. 도착지가 보인다. 선생님이 “이제 다 왔어”라고 알려주신다. 다리 아래 큰 그늘이 생겼다. “자 이제 크게 함성을 질러보자.” “와~~~~ 와~~~~” 해냈다는 기쁨, 더 걷지 않고 쉬어도 된다는 안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 뒤에 맛보는 여름 바람의 맛. 많은 것들이 뒤섞여 큰 소리가 다리 아래에서 울렸다. 나도 지쳤다. 이제부터 마을 행사가 시작되는데 집에 가서 쉬었다 다시 와야 조카가 부르는 노래를 들을 힘이 생길 것 같았다. 꽤 많은 박수를 치고, 어린이들은 박수를 받았다. 몸속 세포 여기저기 오늘의 기운이 저장되길 바란다.
행사에서 내 눈에 제일 크게 들어온 것은 신나게 즐기는 손짓 몸짓이었다. 전문가들이 아닌 마을 동아리 등 에서 하는 공연이었다. 얼마나 떨릴까, 이 시간을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연습했을까. 나도 혼자 왔지만 신나게 두 팔을 흔든다. ‘보고 있어요.~ 즐기고 있어요.~’ 몸으로 말했다. 드디어 조카들이 나온다. 단체로 노래를 부르고, 동네 가게나 공간의 이름을 쓴 플래카드를 들고 나온다. 이런 것이 엄마아빠의 마음인가? 나의 조카들은 단번에 알아보겠다.
초록의 색. 부는 바람은 분홍을 품은 초록색. 사이사이 흰색. 다리는 밝은 회색. 여름의 소리를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11
왜 태어나자마자 걸었을까?
네 발로 기는 악어가 태어나자마자 뚜벅뚜벅 걷는다. 왜일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알 속에서부터 준비하고 있었나. 그럴 리 없지. 그럼 바빴나 보다. 멀리 보고 높이 보고 싶은 마음에 앞발은 쉬고 뒷발로 달리듯 걸어갔나 보다. 크고 굵직한 꼬리로 중심을 잡으며 착착 걷는다. 바쁜 것도 아니었다면 네 발로 기는 시간은 마디 점프하듯, 망친 노트의 앞부분을 풀로 붙여놓듯 기억 속에서도 찰나로 지나갔으면 하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배우고 싶었나 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내 눈에 멋져 보이고 근사한 것을 배워 나누고 싶었나 보다. 나는 코넬리우스가 아니라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없다. 넘어지고, 구르고, 뜀박질하다, 주저앉기도 한다. 뭐가 맞는 속도인지 방향인지 계속 경험하는 수밖에. 옆에 친구가 있다면 나무에도 올라가 보고, 바나나도 나눠먹고, 좀 쉬어가면서 해야지. 우뚝이 너는 태어나자마자 걸었으니 이제는 천천히 앉아서 쉬어보는 거 어때.
(그림책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를 읽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