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깨우는 부분이 있다. 연주가, 시노랫말이, 박자가 쿵쿵 거리며 나를 이리저리 굴린다. 들어야 따라 부를 수 있어서 귀도 바쁘고 입도 그렇다. '큰길로 가겠다'는 말처럼 나도(저음에, 음정이 틀려도) 크게 부르겠다! 하는데 혼자 부르라고 하면 또 자신이 없다.
과거의 나를 안아본 적이 있냐고 물으셨는데 떠오른 '어린 나'는 한 명이 아니었다. 20대의 나를 만난다면 그물상자 안에 사는 토끼에게 집 말고 길 위로 나서라고, 자신을 더 아끼고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가다 보면 길 위에서 만나는 친구가, 자연이, 추억이 나를 안아줄 것이다.
(예술로 풀어가는 마음치유_ 시노래 수업)
참.. 좋았다. 이것이 생활의 활기인가?! 했었고, 지금도 노랫말이 입에 맴돈다. 나머지 수업을 하고 친구들이 놀릴까 봐 움츠려 들었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냐며 큰길로 가겠다! 는 시노래였다. 뒤늦게 감동이 온다.
눈에 보이지 않게 이루어 지는 것이다 _649p
잘 가고 있는 중
지금 생각하면 욕심이었다. 당시 구직 활동 중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출판사와의 연결이었다. 전에 연락이 왔을 때는 내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답을 못했었다. 그곳에 다시 연락을 해서 <ㅇㅇ이 ㅇㅇㅇ도 ㅇㅇ>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편집장님과 주고받은 메일을 보니 2022년 2월, 3월, 5월, 8월, 10월, 11월. 맞다. 작년 1년 내내 헤맸다.
풍산점에 나오는 글처럼 ‘욕먹는 것도 좋은 일, 경험을 쌓는 중이다’ 마음을 다스려 본다. 욕은 스스로 했지. 이것이 가능 한 건 오늘 작업 메일을 보냈기에 그러하다. 내 실력을 과대평가 한 건 아니었고 어렵지만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욕심의 대가는 “후아~” 마감을 어긴 나는 점점 길을 헤매다 못해 내 일이 아닌 냥 전시와 다른 작업에 열중했다. 출판사 또한 급하게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그때 나는 서로 바쁘니 시간을 좀 더 준 것이겠거니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해나갔다.
‘순서도 있다하고 차례를 뛰어넘을 수 없다 하니’ 어쩌면 나는 헤맨 게 아니라 잘 가고 있는 중이었을지도 모른다. 별표를 치며 줄을 그으며 다시금 읽어본다. 그러면서 내게 사각목은 그래도 편집장님이었다. 작업의 중심을 잡지 못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던 내가 잡을 수 있는 건 그 사이 편집주간이 되신 편집자님이다. 또 어떤 피드백이 올지 모른다. 제발 이번에는 무사통과되어 다음 단계에 발을 올리고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수 있기를. 기러기가 무리지어 날 때 우두머리가 기진맥진 지치면 다른 기러기가 바로 자리를 바꿔준다는 걸 본 적이 있다. 우선 펄럭거리며 날자. 지금 내게 나는 건 채색 작업에 들어가고, 하루 몇 시간 동안에 얼마큼 진행되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유혹을 물리치고 사욕을 삼가라’ 고개를 끄덕인다. 12월에 열릴 북 마켓을 위해 작업을 시작하자. 나의 기러기 동무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갈 거야.
(<도올 주역 강해> 53.풍산점을 읽고 쓴 글입니다. 2023.7.22)
<나의 아기 오리에게> 우리 조용조용 피어나자
그림책 <나의 아기 오리에게>
자아 그림책을 떠올렸을 때 살짝 고민이 되었다. 어떤 책을 선택해야 될까?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크게 와닿고 좋았던 책을 골랐다. 페이지마다 귀여운 오리가 등장한다. 노란 부리와 노란 발은 가진 아기 오리이다. 나에게, 내 안의 어린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내가 그린 장면은 자신에게 상냥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라고 한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이 숨결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에 부치는 일을 마주하면 숨도 깊게 쉴 수 없다는 걸,, 가까이 있으면 웃음 짓게 되고, 감사하게 되는 것, 그곳에서 숨 쉬고 싶다. 그림 속 오리는 얼굴과 몸통이 노란색이다. 나를 투영해서 그렸다.
조용조용 피어나자.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함께 피어나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꽃과 나비가 풀과 달팽이가 걸어가는 길 곳곳에 있다. 받았던 (많은) 차 한 잔, 밥 한 끼 돌려드릴 수 있도록 조용조용 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