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와닿는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ㅇㅇㅇ 책방의 선생님이 선택한 부분과는 다르다.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과제가 어려워 그림을 그렸다. 내가 밑줄 친 부분은 ‘사랑이란 건 결말인 줄 알았는데 끝없는 이야기에 가깝다.’ 이곳이다.
그린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폐지함으로 보냈다. 글은 어려워 그림은 망쳤어. ㅎㅎ 이때의 감정은 슬픔이다. 한 숫자 2 정도?! 의 슬픔. 다시 그리면 되니까. 다시 시도하면 되고, 다시 책상에 앉으면 된다. 폐지함에 쌓이는 종이는 가벼운 슬픔이다. 쉽게 얻으려 했던 욕심이기도 하다. 100에서 2를 제외한 98 정도의 슬픔은 다시 만날 수 없고, 다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할 수 없고, 다시 손잡을 수 없을 때. 눈물이 난다. 여름부터 참여했던 과정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암 투병 중 돌아가셨다. 이제 알아가고, 시간을 쌓는 중이라 생각했기에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눈앞에 일들을 해나갔다. 해가 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선생님의 목소리 “김 대표~”하고 남편이신 김 대표님을 부르던 음성이 떠오른다. 선생님의 가족들은 또 어찌 말로 할 수 없는 슬픔을 통과하고 계실까.. 마음이 허하다.
작년 이맘때 돌아가신 할머니도 떠오른다. 아빠는 매일 어떤 감정으로 통과하셨을까. 또 눈물이 난다. 저녁이라 그런가, 갑자기 추워진 겨울이라 그런가, 내 생각이 자꾸 이리로 길을 내서 그런가, 그럴 때인 가보다.
아침이 되면 감정의 계량스푼을 들고 큰 유리 냄비 안에서 한번, 두 번, 세 번 감성을 큰 바가지로 떠낸다. 해야 하는 일을 체크하고, 외출을 하고, 책상에 앉고, 잠깐 누워 쉰다. 이때 마음의 문을 열고 큰 냄비에 뜨거운 햇빛을 비춰준다. 천천히 조금씩 증발되겠지. 다시 돌고 돌아 만나게 되겠지. 돌아간다는 건 온다는 말이기도 하겠지.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 감정의 계량스푼을 읽고 쓴 글입니다.)
인생네컷
<오늘은 웃으며> 그림책 원화전이 전시기간 반을 지났다. 전시 제목을 '용기 대신 자연스러움'으로 붙였다.
�용기 대신 자연스러움�
작업을 하면 용기를 내야 하는 때가 자주 찾아온다.
식물이 땅을 뚫고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것처럼
나의 과정도 용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이길 늘
바랬다. 자연스럽다는건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일까.
그림 보고 상상해서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다.
아침에는 사냥 가는 여자로 보였다.
점심에는 산책 가는 여자였고,
저녁, 지금은 집에 가는 여자다.
긴 드레스가 거추장스럽다. 감아올려 묶을까, 가위로 자를까, 땅을 다 슬고 다닌다. 내 흔적을 남기는 꼬리 같다. 긴 머리카락을 묶을까 자를까 적다 보니 나는 있는 그대로 저 여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그냥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데 나라고 생각을 하고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
집으로 가려면 이 숲길을 통과해야 한다. 손에는 장 본 과일, 야채, 간식들이 있다. 어제와 비슷하게 일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하루를 통과해 냈다. 따끈한 국물이 있는 요리와 맥주 한 잔을 하며 쉬고 싶다. 큰 꿈도 바람도 착착 접어 노트 안에 넣어두고 예능을 보며 머릿속에 쌓인 먼지를 닦아낸다. 내일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드레스가 아닌 멜빵바지를 입어야지. 매일 지나가는 숲길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일상이 소중하다. 씨앗을 매단 식물이 있다면 좀 받아와야지.
나는 장보기에 가까운 사냥을 하고, 산책하고, 씨앗을 심는 조용조용한 일상의 반복이 그려진다. 오늘도 숲길에 서 있다. 언젠가 북토크에서 ㅇㅇㅇ 작가님을 만나게 된다면 혼자 반가울 것 같다. 읽고 쓰는 시간동안 감정을 좀 더 살필 수 있어서 좋았다. 함께하는 분들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또 좋았다. 감사합니다.
(글쓰기 마지막 과제였다.)
매일 그림 그리기
가방에는 노트와 볼펜 그리고 그림책이 들었다. 모임에 가기 전 핫초코를 마시며 오늘의 드로잉 한 장.
왜 이렇게 촘촘히 약속을 잡았을까. 매일 앉아 그리는 책상 대신 카페 테이블, 감사한 시간이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