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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Oct 14. 2016

산국화

백만 송이로 피어난 꽃-산국화 차 만들기


    꽃봉오리들이 날마다 타닥타닥 피어나더니 오늘은 튀겨진 팝콘처럼 산국화가 만개했다. 작년 늦가을에 작고 구부러진 뿌리들을 여기저기 심어 두었는데 지금은 6개의 덤불이 되어 많은 꼬마 토종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울타리 너머로는 금빛 들판이 펼쳐졌고, 울안으로는 노란 산국화가 가득한 가을이다. 이미 봉오리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드러누웠던 산국화 꽃대는 두 번이나 기둥을 세워 묶어주었다. 하지만 뒤로, 아래로, 속으로 계속 피어나는 꽃들을  좀 솎아줄 필요가 있다. 국화차를 만들어보고 싶다. 꽃 차 만드는 법을 배운 적은 없지만, 공정의 최소화를 위해 나름 순서를 정했다.



    가지를 아래로 숙여 손으로 훑어내리면 봉오리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작업하는 동안도 즐거워야겠기에 맨드라미에 카모마일 꽃 몇 알을 넣은 서너 컵의 차를 만들어 두고 계속 마시고 중이다. 서양에 '대지의 사과'라 불리는 카모마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산국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종류를 다 꽃 차로 만들어보니 크기와 모양, 차와 약으로서의 효능까지 다 갖춘 면이 비슷하나, 산국화의 뛰어남을 여태껏 나만 몰랐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산국화 차는 만드는 방법의외로 간단하다. 

나의 경우:

    1. 씻어서 철망에 건져둔 꽃에다 끓인 소금물을 부어 1분 정도 저어주었다.

    2. 건져낸 꽃은 곧바로 흐르는 물에 식힌 뒤 물기를 짜서 말린다.


    마침 집에 오두막이라 부르는 방이 있어 낮 동안 말리다만 차를 옮겨두었다. 온돌에 건조해 다음날 아침 바람 부는 그늘에서 하루 더 말리면 차가 완성될 것이다.




    야생으로 잘 자라기만 할 것 같은 산국화 토양 좋은 정원 한편에 심어 두고, 꽃봉오리가 생기기 전 맨 위의 순을 두 번 정도 정리해 주면 야생에서보다 수백 배 더 많은 꽃을 피우게 할 수 있다. 귀한 산국화 차를 손쉽게 집에서 만들어 두고두고 마실 수 있으며, 함께 나누기에도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꽃은 유리 다관에 넣은 뒤 뜨거운 물을 부으면 꽃이 처음 모양으로 피어나는 신기함도 볼 수 있다.


                            +1 : 하루가 지난 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니 꽃은 단단해져 차랑 차랑한 쇠구슬 소리를 냈다. 엄청나게 줄어든 양이지만 겨울 동안 눈이 쌓일 이곳에서 마시며 지내기에 충분하다.


 


    카모마일은 생각보다 수확이 많지 않았다. 국화는 물에 데쳤지만 카모마일은 그늘에서 말린 후 냉동 보관 중이다. 다른 차와 블렌딩 해보면 대체로 다 잘 어울린다. 수확의 시기도 빨라서 8월에 꽃을 다 수확했고 일부는 차로 일부는  씨앗으로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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