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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Nov 08. 2020

텃밭 히트작

요리는 생각으로 하는 것


   요리에서 중요한 건, 누구도 말해주지  한 부분을 천천히 생각해 보는 거였다. 그래야 알맹이를 놓치지 고 자신만의 요리를 발전시킬 수 있다.


  

  삶의 어느 시기보다 소박한 것과 작은 것에서 오는 살뜰함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장마가 길어지던 7월 텃밭 채소들 곪거나 녹기 시작했다. 참외, 피망, 고추 장아찌만들볼 의욕이 생겼다. 참외장아찌는 아주아주 오래전 한정식 집의 유기그릇에 담겨 나온 세 쪽 남짓한 정갈한 반찬이었는데, 그 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마치 녹차 굴비 밥을 처음 맛 본 날과 비슷한 신선함에 지금,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처음 하는 것이니 여러 가지 레시피를 참고하려 했다. 하지만 ㅇㅇ표 음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자신이 결정해야  것 있다. 채소와 과일은 대체로 껍질과 씨앗 이용 따라 식감 풍미, 영양이 달라진다. 오늘 만들어볼 참외 피망, 고추 장아찌는 꼬득꼬득 씹히는 식감, 짭조름하며 깊은 달큼함을 내는 게 관건이다.


  새콤한 맛사과식초로, 술은 몇 년을 묵힌 마늘 소주로 , 여기다 천일염을 더했고, 설탕 대신 쇠비름 청과 매실청을 사용했다. 식품 보관의 제일 중요한 방부제 역할과 감칠맛을 더해주기 위해서다. 1차 식재정원사의 풋 참외! 굵고 단단하며 매끈한 초록 참외 한 소쿠리를 땄다.


  

 참외와 피망 씨앗 말끔히 제거한 후, 장아찌에 부을 물을 끓일 때 함께 넣어 뭉근하게 끓여낸다. 참외  향과 맛이 다 녹아난다. 건더기를 채에 받친 절임물 술과 식초, 설탕 취향껏 더하여 세 번 정도 끓여서 붇기를 해두면 1년 먹을 장아찌가 준비된다. 매실청에서 건져낸 과육 함께 장아찌에 넣으면 식재 창고 정리도 되고 맛도 무르익는다.


  2번째 담글 때는 참외가 한꺼번에 익어 여분으로 만들었다. 첫 번째 장아찌 국물 여분을 함께 이용했고 몇 년간 담가 두고 먹지 않았던 온갖 풀과 과일청을 다 썼다.



[소박하고 든든한 감자 수프와의 궁합: 장아찌]


 어제저녁 식사는 '치즈 감자전'을 계획했다. 그러나 진공 믹서기를 20초나 돌리는 바람에 감자와 물은 일체가 되어 감자전 재료가 되기엔 무리수였다. 천천히 가라앉는

녹말을 기다리기엔 인내도 부족했다. 쌀쌀해진 늦가을 정원 일로 뭔가 따뜻한 걸 먹고 싶었고, 해서 물을 넉넉히 넣어 갈아놓은 감자를  끓이다, 치즈를 듬뿍 넣은 뒤 훌훌 저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니 허기를 가시게 하는 따뜻한 위로의 음식이 되었다. 여기에 얇게 썬 장아찌 한 조각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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