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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an 11. 2024

남의 정원 돌보느라?

정작 당신 삶의 정원은 어찌 되었나요?

  “삶의 정원을 일궈나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어디선가 우리를 엿보는 이웃을 의식하게 된다.”


 내가 이 산촌에 자리를 잡을 즈음 이웃들은 제 할 일은 제쳐둔 채, 우리에게 농사를 지으라, 들깨를 심으라, 콩을 심으라, 땅의 지력을 위해 새 흙을 갖다 부어라, 어린이 체험 농장을 만들어보라, 요즘엔 캠핑장이 좋은데, 펜션 운영이 어떠냐? 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결국 우리는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고, 우리 삶의 정원은 이웃의 뜻대로 되어갈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는 비지땀을 쏟고 축복의 거름을 주어 일군 우리 땅은 알아보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땅 한 뼘 한 뼘에 정원사의 인내 어린 손길만이 풀어갈 수 있음을 까마득히 잊고, 해와 비와 계절의 변화를 살피는 대신, 울타리 너머 우리를 곁눈질하는 이웃의 충고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남의 정원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그들은, 제 뜰의 꽃과 나무는 안중에도 없다. “


-인용 “” 부분은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매너로서 ‘경청’을 좋아하지만, 전원생활을 시작한 이래, 남편과 나는 여러 조언들은 귓등으로 흘려듣고 우리 뜻대로 정원을 만들고, 산책로를 구상하고, 식생활에 필요한 만큼만 채마밭을 일궜다. 이곳엔 간 밤에 눈이 내렸다. 차고 메마른 겨울 정원에서 눈들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설국 속을 산책하며, 두 딸을 생각한다. 이웃들의 속절없는 권유처럼 우리 부부가 두 딸의 생활과 진로에 사사건건 충고했다면 어땠을까? 다행인 것은 그들은 꼭 필요한 말 이외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두 아이의 삶이 기대되는 건 -그들은 ‘너를 위해 한다!’는 충고의 옥석을 가릴 줄 알아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남의 정원 바라보며, 친구와 지인들에게 두고두고 도움 되지 않을 훈수를 두었다. 이삼십 대의 시간들은 가슴 저린 실수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나조차 갖지 않은 신앙의 권고가 그랬고, 흑백의 논리로 타인의 삶을 비췄던 게 그러했고, 나에게는 비켜간 힘든 일을 겪은 이들에게 뻔한 이야기를 주저리 해댄 게 그러하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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