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시대
(주의: 이 글은 성경의 일부가 아닌, 교회사와 전승자료, 기독교 역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프롤로그]
66권의 성경 가운데 사도행전은 독특하게 열린 결말을 가진 책으로 남아 있다. 사도행전은 사도 바울이 로마에 도착해 담대히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는 장면에서 멈추지만, 그 이후의 역사는 성경 밖에 흩어져 있다. 우리는 교회사, 바울 서신, 초기 기독교 전승을 통해 그 뒷이야기를 더듬어 간다.
“바울은 의롭다 하심을 받아 세상에서 증거를 세우고, 서방의 끝까지 이르렀다.”
- 클레멘스 1서 5:7
비록 이러한 기록들이 정경의 권위를 갖지 않지만, 사도들의 사역과 초대 교부들의 신앙, 그리고 수많은 성도들의 헌신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길잡이가 된다. 사도행전의 열린 결말은 단순한 역사적 공백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이 글은 그 미완의 이야기를 잇기 위해, 전해 내려온 전승과 교회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려는 시도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히 조금도 금하지 않고 가르치더라.”
- 사도행전 28:31
로마의 대화재와 첫 박해
네로 황제가 다스리던 주후 육십사 년, 로마에 큰 불이 났다. 불은 아흐레 밤낮으로 타오르며 도시의 대부분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백성들은 집과 재산을 잃고 통곡하였으며, 대화재의 원인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려는 네로 황제의 광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온 성에 퍼졌다. 분노한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자, 교활한 네로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자 그 모든 죄를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에게 돌렸다. 이로써 교회에 대한 첫 번째 박해가 시작되었다. 이 박해로 수많은 성도가 맹수에게 찢기고, 십자가에 못 박히고, 온몸에 역청이 발라져 밤을 밝히는 횃불이 되어 순교하였다.
이 끔찍한 박해의 불길 속에서도 이방인의 사도인 바울은 스페인 전도 여행(1)을 마치고 돌아와, 로마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고난을 견디며 서로를 위로하고 믿음을 굳게 지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옥에 갇히는 몸이 되었다. 감옥의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도 주께서 주신 은혜로 여러 교회에 편지를 써 보내어 환난 가운데 있는 성도들을 격려하였다. 또한 수제자 베드로도 로마에 와서 담대히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그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성령의 권능을 증거 하여 많은 로마 사람들을 주께 돌아오게 하였으니, 이는 주께서 두 사도를 통해 혼돈에 빠진 로마에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고 계신 증거였다.
두 기둥의 순교
그리스도인들의 피가 강처럼 흘렀음에도 로마 시민들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네로는 박해의 칼날을 교회의 두 기둥이었던 바울과 베드로에게로 향하게 하였다. 마침내 바울은 네로의 칼날 아래 오스티아 가도에서 참수형을 받아 순교함으로써 그의 위대한 전도 여행을 마쳤다.
한편, 성도들의 간청으로 성밖으로 피신하던 베드로는 길 위에서 자기에게 오시는 주님의 환상을 보았다. 베드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고 여쭈니, 주께서 "네가 내 양들을 버리고 가니, 내가 로마로 가서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려 하노라" 하고 말씀하셨다. 이에 베드로는 눈물을 흘리며 발길을 돌이켜 로마로 돌아갔고, 자원하여 십자가에 달리되, 감히 주님과 같이 바로 설 수 없다 하여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다. 두 위대한 사도가 세상을 떠났으나, 그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은 순교의 피를 자양분 삼아 더욱 힘차게 자라났다.
예루살렘의 멸망과 흩어지는 교회
주후 칠십 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때에 주께서 일찍이 눈물로 예언하신 그날이 임하자, 영원할 것 같던 예루살렘 성전은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져 내렸고, 이스라엘의 영광은 화염과 잿더미 속에 사라졌다. 티투스가 로마 군단을 이끌고 예루살렘을 에워싸매, 성 안에는 기근이 심하여 사람들이 곡식 한 줌을 얻지 못하였다. 성전 안에서는 분파 간의 다툼과 칼부림이 그치지 않았으며, 성벽은 날마다 무너져 내렸다. 마침내 로마 군이 성을 돌파하여 성전을 불사르고, 거룩한 곳에 이방인의 깃발이 세워졌다. 그날 많은 자들이 칼에 쓰러졌고, 젊은이들은 쇠사슬에 묶여 로마로 끌려갔다. 이는 참으로 비통한 일이었다.
이 거대한 파국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리스도의 교회는 더 이상 땅의 성전이나 율법의 제사에 얽매일 수 없게 되었으며, 오직 십자가에서 모든 제사를 완성하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유일한 중심이요 참된 성전임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복음의 씨앗은 이미 스데반의 순교와 바울의 여정을 통해 사마리아와 로마에까지 뿌려졌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교회는 더 이상 지상의 한 도시에 머물지 아니하고, ‘땅끝까지 이르러’ 모든 민족 가운데 세워지는 것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남겨진 사도들의 길
두 기둥이 무너지고 예루살렘 성이 파괴되었으나, 주께서 세우신 다른 사도들은 이미 세상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사랑받는 제자 요한은 주의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에베소에서 사역하며 소아시아의 교회들을 돌보았다.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에 그는 밧모섬으로 유배되었으나, 그 고독한 유배지에서 도리어 하늘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주께서 그에게 장차 될 일에 대한 계시를 보여주시니, 그는 이를 기록하여 후대에 남겼다. 그는 유배에서 풀려난 후에도 에베소에서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전하다가 천수를 누리고 평안히 주님 품에 안겼다.
안드레는 스키타이와 그리스 지역에서, 바돌로매는 페르시아와 아르메니아에서, 빌립은 소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모두 십자가에 달려 순교의 피를 흘렸다. 의심 많던 도마는 부활하신 주를 만난 후 누구보다 담대한 증인이 되어, 땅의 동쪽 끝 인도까지 나아가 복음을 전하다 창에 찔려 죽임을 당했다. 세리였던 마태는 에티오피아에서, 다대오와 시몬은 페르시아에서, 그리고 가룟 유다를 대신했던 맛디아는 예루살렘에서 주를 증거 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사도들은 세상 곳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죽었으나, 모두가 같이 부활의 주님을 증거 하며 자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드렸다.
거짓의 영과 싸우다
칼과 불의 박해가 교회를 무너뜨리지 못하자, 사탄은 교묘한 거짓 가르침으로 교회 안에서부터 진리를 무너뜨리려 하였다. 어떤 자들은 영은 선하고 물질은 악하다고 가르치며, 그리스도께서 참된 육신을 입고 오심을 부정하였으니, 이들이 바로 영지주의자들이었다. 또한 어떤 이들은 구원받은 이방인이라도 할례를 받고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어지럽혔다. 그러나 남겨진 사도들과 그 제자들은 이러한 거짓 가르침에 맞서, 오직 믿음으로 얻는 구원의 진리와 성육신의 신비를 굳건히 수호하였다.
믿음의 계승자들
사도들이 순교의 피를 흘리며 복음의 경주를 마친 후에, 성령께서는 믿음의 아들들을 일으켜 뒤를 잇게 하셨다. 바울의 사랑하는 제자 디모데는 에베소에서, 디도는 거친 크레타섬에서 목회하며 거짓 교사들과 싸우고 교회의 질서를 세웠다. 베드로의 제자였던 마가는 알렉산드리아에 교회의 초석을 놓았으며, 또 다른 제자 클레멘트는 로마 교회의 감독이 되어 겸손과 지혜로 교회를 이끌었다.
이처럼 주께서는 시대마다 믿음의 제자들을 세우사, 박해의 폭풍과 이단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당신의 교회를 친히 붙드시고 지키셨다. 그리하여 주의 복음은 핏빛 강물을 건너 로마 제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그리스도의 왕국은 세상의 나라들 가운데서 흔들림 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각주]
(1) ㄱ. 클레멘스 1세(로마 교회 감독, AD 96년경)
그의 서신 고린도전서『1 Clement』 5:7에서 바울이 “서쪽 끝까지”(ἐπὶ τὸ τέρμα τῆς δύσεως) 복음을 전했다고 기록합니다. ㄴ. 유세비우스(4세기, 『교회사』 I.2.2)
바울이 "로마에서 풀려난 뒤, 복음을 더 멀리 전파했다"는 언급이 있으며, 이는 스페인 선교 전승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ㄷ. 히에로니무스, 4세기, 『De Viris Illustribus 5』
바울이 “스페인으로 갔다”고 보다 직접적으로 기록합니다.
[참고문헌]
유세비우스(Eusebius), 『교회사』(Ecclesiastical History) 사도 바울과 베드로의 순교, 예루살렘 멸망 이후의 상황, 그리고 사도 요한을 비롯한 여러 사도의 후기 사역과 순교에 대한 전승의 핵심적인 고대 자료입니다. 또한 디모데, 디도, 클레멘트와 같은 사도들의 후계자들에 대한 기록의 주요 출처입니다.
타키투스(Tacitus), 『연대기』(Annals) 로마의 역사가인 타키투스의 기록으로, 로마 대화재와 그 책임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돌린 네로 황제의 박해에 대한 가장 중요한 비기독교 측 사료입니다.
요세푸스(Josephus), 『유대 전쟁사』(The Jewish War) A.D.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 의한 예루살렘 함락과 성전 파괴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유대인 역사가의 저술입니다. 본문의 '예루살렘 멸망' 부분의 핵심적인 역사적 배경을 제공합니다.
이레니우스(Irenaeus), 『이단 반박』(Against Heresies) 초대교회 시기 가장 큰 위협이었던 영지주의(Gnosticism)의 가르침을 상세히 설명하고 논박한 저작입니다. '이단자들' 부분에서 언급된 영지주의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F. F. 브루스(F. F. Bruce), 『바울』(Paul: Apostle of the Heart Set Free) 바울의 마지막 행적과 로마에서의 순교에 대한 현대 신학자의 깊이 있는 연구서입니다.
유스토 L. 곤잘레스(Justo L. González), 『초대교회사』(The Story of Christianity, Vol. 1) 사도 시대 이후부터 콘스탄티누스 시대까지의 전반적인 교회사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 필독서로, 본 장에 언급된 거의 모든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는 데 참고할 수 있습니다.